"위험을 직접 느낀다면 오히려 위험이 줄어들 수 있어요"
[이규승 기자]
▲ 지난 5일, 서울 대학로에서 진행된 '예술로소풍' 거리예술축제에서 ‘어린이날다 사회적협동조합’는 사전 접수를 통해 모인 스무 명의 어린이들이 1시간에 걸쳐 나무들을 조립하며 정글짐 모양의 놀이터를 완성시켰다 |
ⓒ 필립리 |
지난 5일, 서울 대학로에서 진행된 '예술로소풍' 거리예술축제에서 만난 '어린이날다 사회적협동조합'(이하 '어린이날다')의 정채민 이사장은 단체의 대표 프로젝트인 '천만가지 놀이터'를 소개하며 이렇게 되물었다. 그는 인류가 탄생하기 이전부터 지구에 뿌리내린 나무는 탄소를 머금고 있으며, 그것이 수명을 다해 태워질 때도 배출되는 탄소양은 아주 적다고 말했다. 나무는 화석연료처럼 고갈되지 않고, 지속적으로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어린이날다'는 재사용 가능한 목재를 기증받아 '천만가지 놀이터'를 기획하게 됐다고 말했다.
'천만가지 놀이터'는 "아이를 닮은 예술가, 예술가를 닮은 아이"라는 모토 아래, 어린이가 더 신나게 놀이에 빠져들고, 창조적인 예술 활동에 몰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한 '어린이날다'의 대표 프로그램이다. 이것을 설명할 때 늘 '폐목재를 재사용'하는 수식어를 언제나 붙이는데, 이번에도 경기문화재단이나 다른 기관에서 한 번 쓰고 버려진 폐목재를 수거해서 놀잇감을 만들었단다.
올해로 설립한지 11년이 되는 비영리단체인 '어린이날다'는 기후위기와 생태계 파괴, 저출생, 어린이의 평등한 권리, 동물권 등 동시대의 사회적 이슈를 꾸준히 예술교육작품의 소재로 다루는데 주력해왔다. 이를 바탕으로 지난해에는 경기도사회적경제원에서 주관한 사회성과측정(GSIV) 분야에서 예술단체로는 처음으로 높은 성과를 보였으며, 요즘에는 탄소중립 재활용놀이터를 전국으로 확산시키는데 힘쓰고 있다.
▲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황금실 PD는 “아르코예술극장 로비에서 펼쳐지는 '강아지똥'이라는 전시가 있다. 이것은 경상북도 의성의 안계미술관에서 8월에 끝낸 전시를 '예술로소풍'의 상설전시로 가져왔다. 동명의 소설을 소재로 회화와 설치미술을 만들었다. 지난 봄 시즌에 홍보하던 현수막을 활용해 설치작품을 만들었다. 섬유미술가가 안계미술관에서 한 것인데, 작가의 취지를 살려 홍보물을 가지고 다시 만들었다. 이 전시는 시민들이 직접 만들어볼 수 있는 참여형인데, 이 행사가 끝날때쯤 작품이 완성될 것이다”라고 전시를 소개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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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놀이터를 만들려면 공사장에서 사용하는 공구를 써야 되는데, 축제에 이런 장비들을 가져올 수는 없잖아요? 그래서 몇 번 쓰고 버리는 재활용 목재를 활용한 놀잇감을 만들었어요. 이외에도 시민들이 직접 축제에 참가해서 자신들이 원하는 놀이터를 직접 디자인하고 제작하는 방식도 있고, 오는 12~13일 고양호수예술축제에서는 어린이날다 소속 작가들이 목재를 활용해서 우주선을 설치하는 방식도 진행됩니다."
▲ 어린이날다 사회적협동조합의 정채민 이사장은 "여기 재료들은 모두 재활용 목재들인데, 한국목조기술협회에서 가져가서 쓰라고 기증했어요. 약간 비틀어져 팔리지 않는 나무인 낙엽송을 받았습니다. 우리가 보기에는 새거 같지만 실제로는 상품성이 떨어져서 팔지못하는 것들이래요"라고 말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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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경기도지사와 도의원 그리고 유관기관 기관장들이 모인 자리에서 우리의 의도를 어필했어요. '어린이들에게 판에 박힌 놀이터 말고 재활용 놀이터를 만들어야 된다'고 40분간 쇼케이스를 펼쳤어요. 그 덕분인지 올해도 협동조합 고도화 사업에 재활용 모듈 놀잇감인 'Build-Up'이 선정되었어요. 비영리예술단체의 경제적 자립을 위한 매우 도움이 되는 지원입니다. 이 사업을 통해 만든 쌓기 놀잇감을 아르코 어린이청소년을 위한 예술에 첫 선을 보이게 되었습니다.
여기 재료들은 모두 재활용 목재들인데, 한국목조기술협회에서 가져가서 쓰라고 기증했어요. 약간 비틀어져 팔리지 않는 나무인 낙엽송을 받았습니다. 우리가 보기에는 새거 같지만 실제로는 상품성이 떨어져서 팔지못하는 것들이래요. 작년에는 경기문화재단이 경기예술페스타를 하고 남은 나무들을 줬어요. 축제의 부스를 나무로 만들잖아요? 우리는 목재에서 못을 다 빼서 어린이들을 위한 소재로 만들었습니다."
▲ 한일 어린이예술단체의 교류를 위해 쿠문다가 흔쾌히 일본작가의 이름이 새겨진 편백나무 망치 50개를 보내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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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지이그룹 김병훈 대표가 저희에게 특별한 망치를 기증했어요. 일본의 '쿠문다'라는 어린이건축예술 단체가 있는데, 일본의 편백나무를 가지고 만든 놀잇감으로 세계 이곳저곳에서 체험교육을 진행합니다. 한국목조건축기술협회 이사며 일본목구조건축 담당이기도한 김병훈 대표가 쿠문다와 어린이날다를 소개시켜주었어요. 기회가 된다면 한국과 일본 두 예술단체가 어린이건축예술 체험교육을 진행하고 싶습니다.
특별히 현재 경기창작캠퍼스가 있는 대부도에서요. 이곳이 예전에는 선감학원이 있던 바로 그 자리거든요. 일제시대부터 1982년까지 40년간 아이들을 데려가서 가두고 노역을 시킨 고통스런 역사의 장소로 요즘 언론에 많이 보도되었습니다. 의미있는 장소에서의 한일 어린이예술단체의 교류를 위해 쿠문다가 흔쾌히 일본작가의 이름이 새겨진 편백나무 망치 50개를 보내온 겁니다."
마지막으로 '천만가지 놀이터'가 아이들한테 어떤 효과를 불러 일으키냐고 묻자 이렇게 대답했다.
"이런 놀이는 아직까지 한 번도 본적이 없어요. 아이들이 조물조물하고 만질 수는 있지만, 이렇게 나무를 가까이 느끼면서 자신의 작품을 만드는 과정은 없거든요. 아이들이 직접 다 잘라서 놀이터를 만들면 너무나 좋겠지만, 그러면 많은 인력과 장비들이 필요해요. 하지만 이 방식은 아이들이 목재를 가지고 내 집을 지을 수 있는 건축이자 예술적 효과까지 기대할 수 있습니다."
▲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아르코·대학로예술극장은 지난달 7일부터 매주 토요일마다 서울 대학로와 전남 나주에서 '예술로 소풍'을 진행해왔다. 오는 12일까지 진행하는 이번 행사는 해마다 봄시즌과 가을시즌으로 나누어 운영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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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줄에 합판이 대고 그 위에 다시 줄을 쌓는 방식입니다. 정글짐처럼 피라미드를 쌓다보면 단이 쌓아져요. 오래 전부터 폐자재를 활용해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고민해왔습니다. 요즘에 탄소중립의 필요성이 피부로 와닿잖아요? 아이들 실천교육으로 좋은 대안이 없을까 고민하다가 건축에서 쓰고 남은 폐자재를 놀이기구로 활용하는 방법을 실현해보자 제안했어요. 폐목재를 구매도 하지만, 많은 업체에서 우리의 취지를 공감하여 기부도 합니다."
'천만가지 놀이터'가 가진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우리나라의 전통 한옥방식을 어린이의 놀이로 재현'한 것이다. 겉으로 보이는 형태는 아이들 놀이터인 정글짐의 스토리인데, 주목해야 할 점은 조립하는 방식이 한옥에서 착안된 '사개맞춤'이다. 이것은 못을 사용하지 않고 끼워맞추는 방식으로, 사방의 보나 도리가 기둥 위에서 맞춰지도록 이들과 기둥머리를 따내서 엇갈리게 만든다. 다시 말해, 수백 년을 이어온 우리 고유의 건축 유산이 예술놀이에 녹아든 것이다.
"사개맞춤에서 착안된 조립방식은 네 개의 기둥에 사람의 얼굴을 마주보는 형태로 잡아줍니다. 한옥에서 주로 기둥공법으로 사용된 거죠. 이것을 아이들의 놀이 속에서 녹여냈어요. 이렇게 함께 작업하다보면 프로그램에 참여한 모든 이들은 예술적인 힘을 느낍니다."
작가는 프로그램이 진행되면서 아이들의 상상력을 도와주고 싶다고 강조했다. 현대사회로 들어오면서 안전때문에 아이들이 마음껏 놀지 못하는 것이 아쉬웠는데, 어쩌면 안전이 아이들에게 오히려 경계와 단절을 던져주는 역효과를 초래하고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위험이 가려져 있으면 때로는 아이들에게 더 안좋은 결과에 노출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노출된 위험을 직접 느끼면서 해결한다면 그 위험이 줄어들 수 있죠. 원리적으로든 놀이적으로든 아이들에게 가르쳐주다보면 예술교육을 통하여 성장하는데 큰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아르코대학로예술극장 블로그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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