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 50마리로 48억 연매출 "규모 확장이 답이 아닙니다"

주간함양 최학수 2024. 9. 30. 1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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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양의 발효문화 기반 활용을 통한 지방소멸 극복 ③] '자연'스럽게 발효하기

사람들은 점점 전통적 식문화에서 멀어지고 초가공식품 등 몸에 좋지 않은 음식과 가까워졌으며 그 부작용이 사회 전반에서 나타나고 있다. 특히 청년 세대는 성인병의 위험 속에 김치 못 담는 세대, 조리기능 상실의 세대라고 불릴 정도로 전통적 식문화에서 멀어졌다. 그 가운데 발효 먹거리는 대표적인 바른 먹거리로 건강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특히, 노화방지 및 건강이 중요한 트렌드로 자리 잡으면서 쌀누룩(코지) 중심의 '누룩소금'이나 '쌀누룩 요거트'의 레시피가 유행처럼 번졌다.발효와 청정농산물로 유명한 일본 홋카이도는 가파른 인구소멸의 위기 속에서 기성세대의 전통적인 발효기반을 바탕으로 새로운 도약에 성공적인 사례들이 있다. 인구 3천명 규모의 지자체에서 성장한 목장, 와이너리, 양조장 등 지방소멸의 위기 속에서 발효를 기반으로 지역만의 특색을 살려 경제적 성과를 창출을 하고 있는 사례가 있다. 이를 살펴보고 함양군이 보유한 훌륭한 발효기반을 조명하여 발효가 함양군만의 독자적인 매력이 될 수 있는 가능성을 살펴본다. [글 싣는 순서]1. 일본 홋카이도 소도시의 발효기업1 (우케가와팜덴엔, 카미카와다이세츠슈조)2. 일본 홋카이도 소도시의 발효기업2 (오호츠크팜우시오, 보스어그리 와이너리)3. 일본 홋카이도 소도시의 발효기업3 (노스플레인팜, BSB양조장)4. 바른 먹거리, 발효음식의 중요성, 온생명평생교육원 김인술 원장5. 쌀누룩 발효와 발효문화의 성장 가능성, 한일국제발효치유협회 오상희 회장6. 함양의 발효기업1 장 (인산가, 허점순 토속된장할매, 별빛담은마을)7. 함양의 발효기업2 초 목장발효(채연가, 삼민목장)8. 함양의 발효기업3 주 (하미앙, 옛술도가, 명가원) <기자말>

[주간함양 최학수]

 노스플레인팜 다이코쿠 히로시 사장
ⓒ 주간함양
일본 홋카이도 오콧페의 넓고 비옥한 대지 위의 노스플레인팜. 이 농장은 추운 기후 속에서도 50마리의 소를 키우며, 우유를 기반으로 한 다양한 제품을 생산해 연간 48억 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이곳의 비결은 '순환형 낙농업'에 있다. 노스플레인팜의 다이코쿠 히로시 사장은 "한 마리의 소로도 한 가족이 충분히 먹고 살 수 있다"는 철학을 말한다. 50명이 근무하고 있는 노스플레인팜은 소 50마리로 48억 연매출을 내며 히로시 사장의 말을 실현 중이다.

소의 행복이 곧 농장의 성공, 순환형 낙농업

이 농장의 핵심은 바로 '순환형 낙농업'이다. 소는 건강한 풀을 먹고 소의 배설물로 건강한 목초를 키워내는 것. 이를 통해 땅과 풀, 소, 그리고 유제품을 먹는 사람까지 모두 건강할 수 있다. 노스플레인팜의 목초지 규모는 120ha로 100㎡당 소 한 마리 꼴이다. 이곳에서 노스플레인팜은 자연 친화적인 방식으로 소를 키운다. 화학 비료와 첨가물이 아닌, 자연 그대로의 먹이를 먹고 자란 소들은 결과적으로 더 나은 품질의 우유를 생산한다.

"화학 비료나 첨가물 등 외부 요인을 끌어와서 소들을 키우게 되면 소의 수명도 줄어들고 스트레스도 많이 받게 돼요. 그건 거의 착취나 다름 없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소를 건강하게 키우는 게 곧 농장의 성공이라고 믿었던 히로시 사장은 소가 먹는 목초까지 직접 유기농으로 재배한다. 홈페이지에는 하절기와 동절기를 기준으로 나눠진 소의 하루 일과표가 나와있다. 일과표를 보면 노스플레인팜의 소가 왠만한 현대인보다 건강한 삶을 산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순환형 낙농업을 선택하면서 소의 착유량이 줄어들었지만, 이 농장은 양보다 질에 집중했다. 노스플레인팜은 목초부터 유기농으로 생산하기 때문에 우유 및 기타 유제품에서도 유기농 인증을 받을 수 있었다. 유기농 인증을 받은 우유는 시장에서 더 높은 가격에 팔리며, 이를 바탕으로 치즈, 아이스크림 등의 제품을 만들었다. 결과적으로 전체 착유량은 줄었지만 수익은 오히려 증가했다.

치즈와 카라멜의 탄생, 부가가치를 10배로
 노스플레인팜에서 판매하는 상품들
ⓒ 주간함양
노스플레인팜의 가장 큰 성공 중 하나는 우유를 가공해 만든 치즈와 카라멜이다. 기존 노스플레인팜의 수익구조는 마을 곳곳으로 신선한 우유를 배달하는 것이었다. 이는 오콧페 인구가 줄어들면서 난관에 봉착했다.

지산지소. 지역에서 생산된 걸 지역에서 소비하는 개념이다. 히로시 사장은 그 개념을 확장하면서 발효 가공품을 도전하게 됐다고 밝혔다.

"지역 시장에서는 가격이 굉장히 민감한 문제입니다. 적은 마진으로 지역에서 우유배달을 했었지만 오콧페의 인구가 줄어들고 우유 소비량도 줄어드는 가운데 경비는 더 올라가는 상황에 부딪히면서 시작했던 게 카라멜이었습니다."

노스플레인팜은 기존 소비기반이 서서히 붕괴되는 가운데 새로운 돌파구를 찾아냈다. 발효를 통한 유가공품이다. 치즈는 우유의 10배에 달하는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상품으로, 이 농장은 우유를 단순히 팔지 않고 이를 다양한 방식으로 가공해 판매한다. 특히 카라멜은 한때 전국적인 히트를 치며 농장의 대표 상품으로 자리 잡았다.

"우유 한 잔을 그대로 팔면 그 가치는 하루를 넘기기 힘들지만, 이를 카라멜로 만들면 수십 배의 가치를 더할 수 있습니다."

히로시 사장은 이를 깨닫고 다양한 가공 방식을 연구했으며, 그 결과 우유에서 치즈, 카라멜, 그리고 아이스크림까지 다채로운 제품군을 개발해냈다. 이러한 부가가치 창출 방식은 단순한 낙농업을 넘어, 지역 경제에 큰 활력을 불어넣었다.

"우리 목장이 우유만 팔았다면 연 3억의 매출을 냈을 겁니다. 그런데 지금 카라멜과 치즈, 아이스크림. 그리고 레스토랑까지 운영하면서 사람을 이 지역으로 불러오면서도 48억의 매출을 달성하고 있어요."

지역 소멸 위기를 극복한 지속 가능한 모델
 노스플레인팜
ⓒ 주간함양
이 농장은 단순히 소를 기르는 낙농장이 아닌, 지역 경제를 살리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순환형 농업과 부가가치 창출을 통해 농장은 지방 소멸의 위기 속에서도 자립할 수 있는 경제 구조를 만들어냈다. 이제 이 농장은 홋카이도의 작은 마을을 알리고, 더 나아가 지역 경제의 중심으로 자리 잡고 있다.

농장주는 마지막으로 이렇게 말했다. "규모의 확장이 답이 아닙니다. 우리는 이 지역에서 충분히 자립할 수 있습니다. 자연과 함께, 소와 함께 살아가는 것이야말로 지속 가능한 미래를 만드는 길입니다."

순환형 낙농업을 통해 홋카이도의 청정 자연을 유지하고, 소규모를 고집하면서 지역의 다른 농가와 협업하는 등 노스플레인팜은 지역 전체의 지속 가능성을 고민하고 있다.
 BSB양조장 야규 요시키 사장
ⓒ 주간함양
추운 날씨만 되면 함양에서 생산되는 것. 바로 고로쇠 수액이다. 이처럼 추운 날씨에 수액으로 섭취할 수 있는 자연의 물이 있는데 그 중 하나가 비후카의 특산품인 자작나무 수액이다.

홋카이도 북부, 눈 덮인 비후카의 그 자작나무 수액으로 만든 맥주가 큰 인기를 끌고 있다. BSB양조장은 일본 맥주양조장 중 최북단에 있다. 단순한 술 한 잔이 아니라 자연과 사람, 그리고 마을의 이야기를 담은 BSB양조장의 맥주는 바후카를 넘어 널리 뻗어나가고 있다. BSB양조장은 지역 특산품과 연계한 맥주 개발로 연 매출 5억5천 원을 달성했다. 그 성공신화를 야규 요시키 사장에게 직접 들어봤다.

자작나무 수액으로 빚어낸 특별한 맥주
 BSB양조장의 가장 큰 자랑인 자작나무 수액 100% 활용 크래프트 맥주
ⓒ 주간함양
BSB양조장의 가장 큰 자랑은 바로 자작나무 수액을 100% 활용한 크래프트 맥주다. 자작나무 수액은 매년 겨울이 끝날 무렵 자작나무에서 흐르는 귀한 자원으로, 일반적인 맥주 양조에서 보기 드문 재료다. 대부분의 양조장들은 자작나무 수액을 활용하더라도 소량만 첨가하는데, BSB양조장은 이를 100% 활용해 맥주 본연의 재료로 사용한다. 수액 특유의 자연스러운 단맛과 은은한 향이 더해져 일반적인 맥주와는 확연히 다른 풍미를 자랑한다.

자작나무 수액이 주는 독특한 향과 맛이 생소할 수 있지만 그 자체가 이 맥주의 매력이다. 마치 홋카이도의 겨울을 한 모금에 느끼는 듯한 강렬함과 신선함이 크래프트 맥주 애호가들 사이에서는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어떤 이들은 "마치 숲 속에서 맥주를 마시는 듯한 기분이 든다"고 말할 정도로, 자연의 맛이 살아있다.

BSB양조장은 일본 최북단 양조장이라는 특별한 지리적 위치 덕분에 맥주에 들어가는 자작나무 수액을 현장에서 직접 채취한다.

기후 변화는 양조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만, 그들은 이를 극복하기 위한 방법을 꾸준히 찾고 있다. 자연이 주는 재료를 최대한 보존하고, 수액의 순도를 높이기 위한 노력은 매년 더욱 정교해지고 있다.

자작나무 수액 맥주로 지역 경제를 살리다
 BSB양조장
ⓒ 주간함양
BSB양조장은 단순히 맥주를 양조하는 곳을 넘어, 지역 경제 회복의 중심에 서 있다. 이곳의 맥주는 홋카이도 외부에서도 점차 인기를 얻고 있다. 양조장은 매달 약 3천 리터의 맥주를 생산하지만, 여름에는 그마저도 모두 소진될 만큼 수요가 크다.

BSB양조장의 성공은 단순히 매출의 증가뿐 아니라 지역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었다. 이곳의 맥주를 맛보기 위해 찾아오는 관광객들은 마을 곳곳에서 숙박과 식사를 즐기며, 자연스럽게 지역 경제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비후카는 인구 감소와 경제적 침체로 어려움을 겪었지만, 자작나무 수액 맥주가 이곳의 상징이 되면서 상황이 변화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비후카가 갈 길은 멀다. 인구 3700명의 소도시인 비후카는 BSB양조장을 제외하면 다른 매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매년 100명 이상 줄어들고 30여명 태어나는 아이들도 전부 비후카를 떠나는 게 현실이다.

"이 지역이 이렇게 비어가는 게 조금 서운하지만 그런 만큼 이 지역의 매력을 알리는 데 집중하고 있습니다."

요시키 사장은 BSB양조장 이외에 숙박형 농장 체험 프로그램 팜인톤트, 자연 속에서 캠핑으로 힐링하는 캠프인톤트, 양 목장인 마츠야마 농장 등 다양한 분야와 함께 이어가고 있다.

자작나무 수액 맥주는 비후카의 자랑이자,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맥주로 자리 잡았다. 홋카이도의 차가운 바람을 한 모금에 담아낸 이 특별한 맥주는 맥주 양조장으로는 최북단에서 지역의 경제를 살리고 자연의 가치를 알리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비후카의 자작나무 수액 맥주를 마시면, 그곳의 겨울이 느껴진다."

이 한마디가 BSB양조장 맥주를 완벽하게 설명해준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함양뉴스 (최학수PD)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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