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김정은 한마디에 “통일말자”는 임종석…학계마저 ‘절레절레’
전문가 “임종석, 사실상 북한 정권 입장에 동조하는 것”
국민의힘 “김정은 반통일 선언에 화답”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을 주도한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통일을 포기하고, ‘남북 2개 국가론’을 수용하자고 발언해 논란이다. 학계에서는 최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내놓은 ‘적대적 두 국가론’에 사실상 동조하는 주장이라고 평가했다. 정부·여당 역시 “반헌법적 통일 포기”라며 맹비난했다.
앞서 임 전 실장은 19일 광주광역시 서구에서 열린 9·19 남북공동선언 6주년 기념식에서 “통일을 해야 한다는 강박을 내려놓고 두 개의 국가를 수용하자”고 말했다. 아울러 ‘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한다’고 명시된 헌법 3조 삭제 또는 개정, 국가보안법 폐지·통일부 정리 등을 주장했다.
임 전 실장의 발언은 통일 운동을 평생의 과업으로 삼아온 그간의 행보와 거리가 멀다. 임 전 실장은 과거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전대협) 3기 의장 출신으로 민족해방(NL) 계열의 대표적 인물이다. 문재인 정부였던 2018년에는 남북정상회담 준비위원장을 지내며 통일 운동에 매진한 바 있다.
전문가들은 임 전 실장의 주장에 대체로 회의적인 시각을 내비쳤다. 박원곤 이화여자대학교 교수는 20일 쿠키뉴스와의 통화에서 “임 전 실장은 최근까지도 통일 운동을 계속 주장했던 사람이지 않나. 갑자기 입장을 전환한 유일한 변수는 올해 초 김정은 위원장이 언급한 ‘적대적 두 국가론’일 것”이라고 봤다.
박 교수는 “(임 전 실장의 주장은) 논리상으로 심각한 문제가 있다”며 “북한이 말하는 것은 단순히 두 국가가 아니라 적대시하는 두 국가다. 지난 2월9일 김정은 위원장은 유사시 무력을 사용해서 대한민국 영토를 점령하는 것이 중요한 국가의 목표라고 언급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북한이 통일 대신 무력 점령을 목표로 하는 이런 상황에서 두 국가론을 얘기한다는 것은 사실상 북한 정권의 입장에 동조하는 것”이라고 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총장 역시 이날 본지와의 통화에서 “임 전 실장의 주장은 감상적 통일 포기론”이라며 “통일은 헌법적 가치이며 통일여건이 조성되지 않았다고 통일을 포기할 수 없다”고 평가했다.
양 총장은 “우리가 통일을 버리고 평화공존과 화해협력으로 나간다고 할 때 북한이 화해협력으로 안 나오면 어떻게 할 것인지, 국제적 불법행위인 북한 핵문제는 어떻게 풀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없이 통일안보 문제를 접근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치열한 국제정세 속에 국익에 기반한 외교안보를 가져가야 할 시점에 뜬금없다”며 “오히려 각계의 비판과 남남갈등만 증폭시킬 우려가 있다. 특히 여야 합의로 마련된 통일방안을 부정하는 것은 국민적 동의를 얻기 어렵다”고 말했다.
정부·여당은 반헌법적 발상이라며 한목소리로 비판했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원내대책회의를 마친 뒤 “통일이 필요할 때는 통일론을 주장하고, 북한이 통일이 필요 없다고 이야기하면 거기에 보조를 맞추는 정말 기이한 현상”이라고 지적했다. 국민의힘 대표를 지낸 김기현 의원도 19일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대한민국 내 친북·종북단체들이 장단을 맞추기 시작했고, 급기야 민주당 지도세력을 이룬 운동권을 포함한 친북·종북 인사까지 합세해 김정은의 반통일 선언에 화답하고 나선 것”이라고 주장했다.
대통령실은 “북한 정권 뜻에 동조하는 것과 유사하다”고 날을 세웠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19일 기자들과 만나 “북한이 통일론을 접고 두 개의 민족국가를 주장하는 이유는 내부적으로 어려움이 크고 통일에 대해 자신감이 줄어서이지 통일을 포기한 것은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북한의 적화 통일론은 1960년대에 나온 고려 연방제 통일론이었는데, 김일성 주석이 이걸 주장할 때 국가보안법이 먼저 폐지돼야 하고 주한미군이 나가야 한다는 전제 조건을 건 적이 있다”며 “두 가지 전제 조건에 동조하는 세력은 북한 정권의 뜻에 동조하는 의견과 유사하다고 분석할 수 있다”고 했다.
김관용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은 20일 성명을 통해 “‘통일을 하지 말자’는 것은 우리 헌법의 근본을 부정하는 주장”이라며 “이는 통일을 지우고 있는 북한 정권에 동조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같은 민족으로서 정체성을 말살시키는 위험한 발상이다. 동포로서의 인륜을 저버리고 북한 정권의 주장에 힘을 실어주는 몰상식한 사고와 행동에 격노하지 않을 국민은 없다”고 비판했다.
최은희 기자 joy@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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