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드라마 <거짓말>로 주목받기 시작한 이성재는 당시 멜로계의 유망주로 떠올랐다.
부드러운 이미지와 자연스러운 연기력으로 '제2의 한석규'라는 수식어를 얻으며 여성 팬들의 지지를 받았다.

같은 해 영화 <미술관 옆 동물원>으로 신인상을 휩쓸며 영화계에서도 입지를 넓히기 시작한다.

<자귀모>, <주유소 습격사건>, <플란다스의 개>, <신라의 달밤> 등 다양한 장르의 작품에 출연하며 연기 스펙트럼을 넓혀갔다.

하지만 인지도를 폭발시킨 작품은 2002년 개봉한 영화 <공공의 적>이었다.

공공의적에서 조규환이라는 역대급 사이코패스를 연기했다.

살벌한 대사, 가족에게 자상하게 대하는 소름 끼치는 설정, 폭력성과 광기. 그 모든 걸 리얼하게 표현한 연기는 그 자체로 충격이었다.

관객들은 소름 돋는 연기를 칭찬했지만, 역설적으로 연기 잘한 죄로 커리어에 치명타를 입는다.
CF는 끊기고, 멜로 이미지도 사라졌으며, 이후 출연작들 역시 흥행과는 거리가 멀어졌다.
한창 상승세를 타던 그에게 '조규환'은 날개가 아닌 족쇄였다.
엎친 데 덮친 격, 망작들과의 악연


2004년 <신석기 블루스>에서는 과도한 추남 분장으로 관객의 거부감을 샀고, <홀리데이>에선 '범죄 미화' 논란에 휩싸였다.

<상사부일체>는 코미디 실패작으로 평가받으며 입지를 더욱 좁혔다.

급기야 한때 멜로 주역이었던 이성재는 에로 영화까지 출연하게 되며 하락세가 심화됐다.
영화에서 밀려난 그는 드라마로 복귀했지만, 2012년까지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했다.
시청률은 대부분 한 자릿수에 머물렀고, 존재감도 뚜렷하지 않았다.

슬럼프가 길어지던 이성재는 MBC <나 혼자 산다>를 통해 반전 기회를 맞는다.
원룸에 반려견과 함께 살며 기러기 아빠로서의 현실적인 삶을 보여주며 인간적인 면모로 시청자들의 공감을 얻는다.

같은 해 <구가의 서>에서 악역 조관웅으로 출연, 연기력을 재조명받는다.

하지만 매일 극악한 악역에 몰입하다 보니 정신적인 스트레스를 이기지 못하고 정신과 치료까지 받는 지경에 이른다.

슬럼프 시절 유학자금 때문에 고심하던 이성재에게 뜻밖에 들어온 홍삼 광고.

광고 모델이 된 후 매출이 800% 급등했지만, 다음 해 모델은 박지성으로 교체된다.

이후 CF는커녕 출연작 5개가 연달아 엎어지는 악순환을 겪게 된다.

하지만 배우 이성재는 무너지지 않았다.
JTBC <검사내전>에서 부장검사 조민호 역을 맡아 전혀 다른 인간적인 캐릭터로 호평을 받았다.

후배들을 위해 소신 발언을 하고, 때론 굽히며도 지키려 하는 책임감 있는 상사의 모습.
이성재는 이 캐릭터를 통해 다시금 연기자로서의 저력을 증명했다.

조규환이라는 인생 캐릭터는 영광이자 고통이었다. 연기를 너무 잘했기에, 관객들이 잊지 못했고, 업계는 그를 쓰기 어려워했다.
하지만 스스로의 무대를 만들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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