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복도, 저항의 축 포기도 어렵다…‘외통수 몰린’ 이란 핵개발 집중하나

김이현 2024. 9. 30.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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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바논의 친이란 무장정파 헤즈볼라의 수장 하산 나스랄라가 사망한 이후 이란 내부가 혼란에 빠졌다.

반면 이스라엘을 공격하지 않을 때에는 레바논의 헤즈볼라, 팔레스타인의 하마스, 예멘의 후티 등 저항의 축이 붕괴하며 중동 내 이란의 입지 약화가 불가피하다.

호세인 살라미 이란 혁명수비대 총사령관은 "이스라엘에 타격을 가할 것은 헤즈볼라, 하마스, 다른 팔레스타인 무장 세력"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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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복 시 경제 파탄…안하면 역내 영향력 약화
하메네이·군부, 확전 자제 움직임
무기력 느낀 이란 핵에 눈길 돌리나
알리 하메네이. AP뉴시스

레바논의 친이란 무장정파 헤즈볼라의 수장 하산 나스랄라가 사망한 이후 이란 내부가 혼란에 빠졌다. 이스라엘에 보복을 가해야 한다는 보수파와 군사적 대응은 안 된다는 온건파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어느 쪽으로 대응하더라도 이란의 타격은 불가피해 외통수에 몰렸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같은 상황을 겪은 이란이 핵 개발에 더 속도를 낼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29일(현지시간) 나스랄라 사망에 대한 이란 내부 분위기를 두고 보수파는 강경한 대응을 요구하고 있고 온건파는 대응 자제를 주장하고 있다고 전했다.

나스랄라 사망 직후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는 긴급 국가안보위원회 소집했다. 회의에서 사이드 잘릴리 등 보수파 의원은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가 이란에 전쟁을 선포하기 전에 선제공격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마수드 페제시키안 대통령은 네타냐후 총리가 광범위한 전쟁을 위해 파놓은 덫에 걸려선 안 된다고 맞섰다.

두 가지 주장 모두 딜레마를 안고 있다. 이란이 이스라엘을 공격했을 시 이스라엘뿐 아니라 미국의 강력한 보복에 직면할 가능성이 있다. 이는 서방 경제 제재로 경제가 악화된 이란에 치명타로 작용할 수 있다. 반면 이스라엘을 공격하지 않을 때에는 레바논의 헤즈볼라, 팔레스타인의 하마스, 예멘의 후티 등 저항의 축이 붕괴하며 중동 내 이란의 입지 약화가 불가피하다.

현재 하메네이는 이렇다 할 결정을 내리지 않고 있다. 하메네이는 나스랄라의 사망에 큰 충격에 빠진 뒤 안전한 장소로 이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메네이는 성명을 통해서 나스랄라에 대한 추모와 헤즈볼라 지지 의사 외에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특히 그는 성명에서 “저항 세력의 수장인 헤즈볼라가 이 지역의 운명을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두고 이란이 이스라엘에 대한 보복에 나서기보다는 후방 지원 역할에 머무를 것이라는 것으로 해석된다.

강경 발언을 쏟아내던 이란 군부도 하메네이 성명 이후 신중한 대응에 나섰다. 호세인 살라미 이란 혁명수비대 총사령관은 “이스라엘에 타격을 가할 것은 헤즈볼라, 하마스, 다른 팔레스타인 무장 세력”이라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이란이 이스라엘과의 전면전과 정권 보전 중 후자를 선택했다고 분석하고 있다. 사남 바킬 채텀하우스 중동 담당 이사는 “이란은 지금 이 순간 이스라엘에 완전히 체크메이트당했다”며 “하메네이의 성명은 현재 심각성을 나타낸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확전을 자제하려는 지도부 움직임에 이란 보수파들은 반발하고 있다. 잘릴리 의원이 관여하고 있는 이란 국영TV는 하메네이에 공개적으로 반발하며 이란이 이스라엘을 공격할 것을 촉구했다. 이란의 팔레스타인 지원위원장인 모하마드 하산 악타리는 “이스라엘이 우리 저항 세력의 핵을 공격했기 때문에 우리는 무관심할 수 없다”고 말했다.

무기력한 상황에 빠진 이란이 핵 개발에 속도를 낼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홀리 다그레스 아틀란틱 카운슬 비상임연구원은 “한 가지는 확실하다”며 “레바논과 가자지구의 대리인들이 치명적인 타격을 받으며 이란이 핵 프로그램을 끝까지 밀고 나갈 가능성이 점점 더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김이현 기자 2hyu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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