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층 중목구조로 건폐율 극복한 시흥 주택 ‘고담재高談齋’

오랜만에 배곧신도시를 다시 찾았다. 몇 년 전과는 또 다른 모습이다. 고층 건물과 상가 시설이 더 빽빽해졌고, 사통팔달의 광역 교통망이 확충돼 인구가 늘은 덕분인지 길가에 오가는 사람도 훨씬 많아졌다. 여러 생활 인프라와 편의시설 그리고 교통 호재까지 모두 갖춘 데다 생태 환경이 양호해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눈여겨보고 있기 때문이리라.
이번에 소개할 집은 서해안 개발 축의 거점 도시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시흥시 배곧신도시에 지어진 중목구조의 단독주택이다. 이곳에 터전을 잡고 주택살이를 시작한 건축주와 함께 집의 안팎을 둘러보고, 지금의 보금자리를 만들기까지의 설계 및 시공 이야기를 들었다.

이형우 기자 | 자료 블루건축사사무소
HOUSE NOTE

DATA

위치 경기 시흥시 정왕동
지역/지구 제2종 전용주거지역, 지구단위계획구역
용도 단독주택
건축구조 중목구조
대지면적 235.60㎡(71.39평)
건축면적 70.46㎡(21.35평)
연면적 187.87㎡(56.93평)
1층 61.93㎡(18.73평)
2층 65.41㎡(19.79평)
3층 60.53㎡(18.31평)
건폐율 29.91%
용적률 79.74%
설계기간 2019년 4월 ~ 11월
시공기간 2020년 12월 ~ 2021년 8월

설계 블루건축사사무소
010-3847-7008, www.bluearch.co.kr
시공 블루하우스코리아㈜
031-212-5006, cafe.naver.com/bluehousekorea

MATERIAL
외부마감 지붕 - 갈바륨단열지붕재
외벽 - 롱브릭 타일
데크 - 합성데크
내부마감 천장 - 신콜 실크벽지
내벽 - 신콜 실크벽지
바닥 - 풍산마루 LEFLO
단열재 지붕 - 글라스울, 비드법보온판2종2호
외벽 - 글라스울, 비드법보온판2종2호
내벽 - 글라스울
도어 현관 - D50 YKK이노베스트
내부 - WOODONE
창호 레하우
위생기구 아메리칸 스탠다드, 쿠세라
주방가구 리빙플러스
난방기구 린나이
딸 아이 둘을 둔 건축주는 시흥시에 직장이 있는 맞벌이 부부다. 이들 부부는 두 아이가 태어난 후 시흥시 아파트에서 바다 건너 보이는 인천 논현동의 신도시 아파트로 이사를 가 작은 아이가 초등학교 저학년 때까지 쭉 지냈다. 변화가 왔다. 건축주 부부는 아파트 생활의 제약을 느끼며, 아이들이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공간을 원했다. 아파트에서의 생활은 아래층 이웃을 배려하며 조심스럽게 지내는 모습 속에서 아이들이 타인을 배려하는 법을 배우는 기회를 제공했지만, 결국 그들은 단독주택의 삶을 선택했다.
“아이들이 더 어렸을 때 주택살이를 할까도 생각했지만 후회할까 봐 실행하지 못했습니다. ‘주택살이가 고생이다’라는 소리를 여러 곳에서 들었죠. 그러다가 더 늦기 전에 ‘한번 개고생해 보자’라는 마음으로 집을 짓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아이들이 아래층 위층 걱정하지 않고 마음껏 뛰놀 수 있도록 해주고 싶은 열망이 컸습니다.”
“집 짓는 과정은 즐거운 캠핑 같았다”
건축주 부부는 회사와 가까운 배곧신도시에 땅을 구입하고, 그곳에 가족의 보금자리를 마련했다. 당장 출퇴근 시간이 1시간에서 10~20분으로 단축되면서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이 늘어났다. 게다가 캠핑 등 야외 나들이를 좋아하는 건축주 가족에게 처음 집을 지었을 때 하루하루는 마치 캠핑 같았다. 아이들이 다 큰 지금은 여러 가지 제약으로 가족 캠핑이 어려운 만큼 주택살이 자체가 작은 캠핑이 되고 있다.
어려움도 있었다. 처음에는 2층으로 된 넓고 프라이빗한 집을 지으려 했다. 하지만 <건축법>상 30% 건폐율이 이를 가로막았다. 22평 이하로 지을 수밖에 없어 어쩔 수 없이 좁은 대지에 3층으로 짓게 됐다. 주택 이름을 ‘고담재高談齋’, 즉 ‘높이 솟은 기품을 지닌 집’으로 짓게 된 배경이다.
이러한 제약 속에서도 건축주 부부는 세심한 설계와 마감으로 각 공간의 기능성을 극대화하며, 전체적인 조화와 미적 감각을 끌어올렸다. 설계 및 시공 업체와의 서슴없는 소통을 통한 상호 배려도 난관을 극복하는 힘이 됐다.
포치는 한쪽 벽을 영롱쌓기로 시공해 외부의 시선은 차단하는 반면에 바람과 빛은 적절히 끌어들인다.
현관은 중문을 반쯤 매립해 벽과 조화를 이루도록 계획했다. 바닥 레일도 깔끔한 인상을 주도록 매립 처리했다.
피톤치드 향 가득한 중목구조의 집
중목구조로 지어진 이곳 주택은 여름에는 시원하고 겨울에는 따뜻한 환경을 제공한다. 목재의 강도와 탄성을 이용한 이 공법은 뛰어난 내진성과 내구성을 바탕으로 친환경적이며 에너지 효율이 높은 주택을 가능하게 한다. 무엇보다 집안에 가득한 피톤치드 향은 가족의 생활 쾌적지수를 한껏 높여 준다.
“목재로 짓다 보니 집에서 나무 냄새가 납니다. 지금 4년 정도 살고 있는데 아직도 상큼한 피톤치드 향이 집안을 감싸고 있습니다.”
식당과 거실은 독립된 공간이지만 양쪽에 설치된 폴딩 도어를 열면 마치 하나의 공간처럼 데크까지 연결된다.
주방의 바닥은 거실과 다르게 타일로 마감했지만 거실 마루와 유사한 색상을 사용해 따뜻한 느낌을 살렸다.
계단 아래의 자투리 공간에 마련한 1층 화장실
세심한 공간 구성
공간의 기능성을 높이기 위해 실내 공간은 세심하게 구성했다. 현관은 중문을 반쯤 매립해 벽과 조화를 이루도록 시공했다. 바닥 레일 또한 매립 처리했는데 깔끔한 마감이 돋보인다. 거실은 현관에 들어섰을 때 시선이 닿는 부분을 사선으로 깊게 디자인하고 둥글게 마감해 공간이 확대돼 보이도록 했다. 식당 바닥은 거실과 다르게 타일로 마감했지만 거실 마루와 유사한 색상을 사용해 따뜻한 느낌을 살렸다. 특히, 식당과 거실은 독립된 공간이지만 양쪽에 설치된 폴딩 도어를 열면 마치 하나의 공간처럼 데크까지 연결돼 넓은 개방감을 제공한다. 계단 아래의 자투리 공간에 마련한 1층 화장실도 눈에 띈다. 스윙 도어를 설치해 문을 열고 닫을 때 공간을 최소화하는 스마트한 설계를 적용함으로써 효율성을 높였다.
2층에 있는 안방은 둥근 코너에 붙박이장을 배치해 공간 활용의 어려움을 극복했다. 실용성과 아름다움을 동시에 갖춘 디자인을 적용해 완성했다. 2층 취미실은 독특한 매력을 더하는 곳이다. 천장의 노출된 보가 날것의 느낌을 전하고, ‘ㄱ’자 창문은 내부를 보호하면서도 외부를 바라볼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한다.
2층 안방은 둥근 코너에 실용성과 아름다움을 동시에 갖춘 붙박이장을 배치해 공간 활용을 극대화했다. 드레스룸과 욕실도 같은 동선에 배치해 편의성을 높였다.
천장의 중목 보가 날것의 매력을 한껏 드러내는 취미실. 공간을 넓게 사용할 수 있도록 설치한 폴딩 도어도 눈에 띈다.
자유로움과 공간 여유가 주택살이의 매력
건축주에게 가장 만족스러운 공간은 양쪽의 중정이다. 거실과 주방 사이의 중정은 바비큐 존으로 활용되며, 여름에는 수영장도 설치하고 겨울에는 화목 난로를 켜놓고 불멍을 즐긴다. 현관과 계단 사이의 중정은 건축주 부부의 막걸리 존으로, 여름에는 하트 모양의 잎이 피는 계수나무 아래 툇마루에서 여유로운 시간을 보낸다.
건폐율 제한으로 수직 활용도가 높은 주택에서 계단은 위아래를 연결하는 길이자 새로운 곳으로 안내하는 전이공간이다.
아이들은 자신들의 공간인 3층에서 직접 간단한 음식을 조리해 먹고 설거지도 하면서 성장해 가고 있다.
세련미가 돋보이는 건식 세면대
피톤치드 향이 물씬 풍기는 다락. 가족의 작은 캠핑장이 되기도 한다.
중목구조의 특성이 드러나 보이는 천장. 보 위의 천창으로 빛이 은은하게 유입된다.
고민에 고민을 더해 선택한 3층 건축도 단점만 있는 게 아니었다. 아이들은 3층에서 간단한 음식을 만들어 먹고 직접 설거지도 하면서 생활력을 키우고 있다. 아파트와 달리 엘리베이터를 타지 않고, 집에 주차를 해 시장에서 봐 온 물건들을 바로 툇마루에 내리고 옮길 수 있는 것도 만족스러운 부분이다. 계단을 오르내리면서 하체 운동을 별도로 안 해도 되는 것은 의도치 않은 이득이다. “다음에 집 지을 땐 1층으로 짓고 싶은 마음도 있습니다.(웃음) 처음에는 주택살이에 대한 두려움과 불편함이 있었지만, 지금은 그 선택이 정말 잘한 결정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아파트에서는 느낄 수 없는 자유로움과 공간의 여유가 주택살이의 매력인 것 같습니다. 이젠 아파트에서는 답답해서 못 살 것 같습니다. 이 집에서 오랫동안 살 계획입니다.”
넓진 않지만 잘 꾸민 정원 마당은 바비큐 존이 되기도 하고 부부의 막걸리 존이 되기도 한다.
캐노피가 인상적인 주차장. 길게 드리운 캐노피는 휴식 공간을 위한 차양 기능도 제공한다.
주택 외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