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1%대 맞아? 배추·난방비에 ‘괴리’…내수 반등 기대 아직

장정욱 2024. 10. 2. 1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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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소비자물가 전년대비 1.6% 상승
6개월째 2% 이하 지표 안정세에도
농·축·수산물, 난방비 고물가 그대로
내수 회복 기대하긴 남은 변수 많아
서울시내 한 대형마트에서 손님이 국산 고랭지 배추를 살펴보고 있다. ⓒ뉴시스

지난해 같은 달 대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42개월 만에 1%대로 떨어졌다. 6개월 연속 2%대 이하 상승률을 이어가고 있지만, 소비자 체감 물가는 여전한 탓에 내수 반등을 기대하기엔 이르다는 평가다.

2일 통계청이 발표한 ‘9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9월 소비자물가는 전월대비 0.1%, 전년동월대비 1.6% 상승했다. 2021년 3월(1.9%) 이후 48개월 만에 1%대 상승률이다.

구입 빈도와 지출 비중이 높은 144개 품목을 중심으로 체감 물가를 나타내는 생활물가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1.6% 상승했다.

생선, 해산물, 채소, 과일 등 기상 조건이나 계절에 따라 가격 변동이 큰 55개 품목을 반영하는 신선식품지수는 2% 올랐다. 신선어개와 신선채소는 1년 전과 비교해 각각 0.2%, 11.1% 상승했고, 신선과실은 5.4% 하락했다.

품목별로 보면 상품과 서비스 물가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각각 0.8%, 2.3% 상승했다.

상품 중 농·축·수산물 물가는 1.8% 올랐다. 주요 등락 품목을 보면 배추(44.6%), 돼지고기(5.4%), 무(39.3%), 상추(37.9%) 등이 올랐고, 토마토(-14.2%), 복숭아(-18.9%) 등은 떨어졌다.

공업제품은 1년 전보다 0.2% 올랐다. 가공식품은 1.5% 올랐으나, 석유류는 8.4% 떨어졌다. 휘발유(-8.3%), 경유(-12.5%) 등이 떨어졌다.

전기·수도·가스 품목은 전년 동월 대비 3.5% 올랐다. 특히 지역난방비가 9.8% 증가하며 서민 난방비 부담이 가중했다.

악화일로 중동, 국제유가發 물가 상승 가능성

정부는 물가가 6개월 연속 2%대 아래 오름세를 보이자 분명한 안정세에 돌입했다는 판단이다. 그동안 가계 살림을 괴롭혀 온 식료품 물가도 10월 본격 출하기를 맞아 가격 하락을 기대하는 눈치다.

최근 크게 오른 배추 가격도 신선배추 수입, 계약재배·출하 조절 등 정부 정책이 소비자가격에 반영될 것으로 기대한다.

실제 농·축산물 물가는 지난 3월 전년 대비 13.1% 상승한 이후 6월 7.3%, 7월 6.2%, 8월 2.5%로 지속 하락 중이다. 지난달에는 전년대비 2.2%까지 상승 폭이 내려갔다.

물론 배추와 시금치 등 날씨(폭염 등)에 민감한 상품들은 50% 이상 오르기도 했다. 그럼에도, 2021년 2월(1.4%) 이후 3년 7개월 만에 가장 낮은 상승률을 기록한 만큼 전반적인 물가 안정세는 계속될 것으로 내다본다.

변수는 국제유가다. 9월 소비자물가는 최근 계속된 국제유가 하락과 지난해 유가 상승에 따른 기저효과가 크게 작용한 측면이 있다. 석유류가 전년 대비 7.6%, 전월 대비 4.1% 낮아지면서 물가 상승 방패 노릇을 했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9월 30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타운홀 미팅 행사 시작에 앞서 기재부 도서관에 한국은행 선물로 설치된 회전책장 앞에서 악수하고 있다. ⓒ

이런 상황은 최근 중동 사태로 미뤄봐 악화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 실제 한국시간 2일 새벽 이란이 이스라엘에 대규모 미사일 공격을 감행함으로써 중동 지역은 사실상 전면전을 앞두고 있다. 중동 확전으로 국제유가가 오른다면 10월 물가는 다시 상승할 수도 있다.

황경임 기획재정부 물가정책과장은 “기상이변과 국제 유가 상승 등 외부 충격이 없다면”이란 전제 아래 물가 안정 흐름을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황 과장은 “국제유가 변동성 확대, 이상기후에 따른 농산물 가격 상승 등 불확실성이 상존하므로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물가 안정에 최선을 다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낮은 물가에도 내수 꽁꽁…남은 카드는 ‘금리’

물가 상승 폭은 나날이 줄고 있지만 쪼그라든 내수는 여전하다. 평균 물가지수와 격차를 보이는 ‘밥상 물가’도 체감 물가를 높이고 있다. 무엇보다 낮은 물가만으론 내수 반등을 기대하기 어렵다.

지난달 30일 통계청이 발표한 ‘8월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최근까지 부진한 흐름을 보이던 소매판매가 18개월 만에 최대 상승 폭(1.7%)을 기록했다. 지난해 2월 4.0% 증가한 이후 18개월 만에 가장 큰 폭 증가다. 휴가철을 맞아 관광객이 늘어나고 야외 활동이 많아진 영향이다.

다만 건설경기 침체 여파 등으로 인해 물가 안정 상황에도 내수 회복을 진단하기는 어렵다. 현재 경기를 보여주는 동행지수 순환변동치가 6개월 연속 감소한 것만 봐도 내수는 아직 어두운 터널을 지나고 있다.

기재부 관계자는 “(이번 물가 상승 폭 하락은) 경기보다는 외부 요인이 컸다”며 “지난 2년간 인플레이션 높았다. 1%대로 떨어지는 건 디스인플레이션 진행 과정에 있다”고 평가했다.

내수 부양책으로 기대할 만한 요소는 있다. 바로 금리 인하다. 그동안 고물가와 가계 부채를 이유로 한국은행은 금리 인하를 주저해 왔다.

하지만 최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금리를 0.5%p 낮췄고, 국내 물가도 안정화 단계에 접어든 만큼 금리 인하 걸림돌은 상당 부분 제거됐다.

한은은 11일 금융통화위원회 정례회의를 열어 기준금리 인하 여부를 논의한다. 현재 지난해 1월 이후 지금까지 연 3.50%를 유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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