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오늘도 레시피를 가르쳐 주지 않으셨다 [배우 차유진 에세이]
1994년 연극으로 데뷔해 영화와 연극, 드라마에서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배우 차유진의 사는이야기입니다. <편집자말>
[차유진 기자]
"오늘은 중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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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엄마의 중국식 덮밥. |
| ⓒ 차유진 |
엄마의 집밥 대접
살이 두툼한 고등어, 삼치, 조기 등의 생선구이 반찬은 기본이고, 각종 고기, 전골, 국, 찌게 등 맛있게 조리된 요리들이 번갈아 밥상 위에 오른다. 결코 대단한 상차림이 아니라며 손사래를 치시지만, 막상 밖에 있다 보면 백반집을 찾기도, 하루 한끼 잘 챙겨먹기도 힘든 세상이다. 하물며 같이 산답시고 지천명 넘어서도 정성스런 집밥을 대접 받는다는 게 얼마나 과분한 호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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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엄마의 잡채. |
| ⓒ 차유진 |
구운 고기와 와인을 곁들인 후엔 "비빔국수 해줄까?" 하고 엄마가 운을 띄운다. 배는 불러도 비빔국수 들어갈 공간은 항상 남아있다. 면의 쫄깃한 식감과 달달하면서도 맵지 않은 고추장 양념에 계란 고명까지 얹어, 단순한 음식에도 허투루 대하지 않는 신념이 전해진다.
음식을 하는 동안 엄마는 종종 말씀하신다. "너도 배워라. 이 정도는 할 줄 알아야 한다." 그러나 정작 가르쳐 주진 않으신다. 엄마의 수많은 요리를 다 배울 순 없어도 하나하나 알아가고픈 마음이 왜 없겠는가. 당신의 입맛을 계속 간직하고 싶어서라도 하루 빨리 레시피를 전수받고 싶지만, 정작 나중에를 반복하시며 한사코 주변을 물리신다.
오늘도 요리 인증샷
오늘은 기어코 배우리라 어깨 너머로 서성거리면, 맛의 비법을 부리는 결정적인 순간에 "저기 베란다 가서 대야 하나 갖고 온나" 하며 심부름을 시키신다. 부리나케 달려온 뒤엔, 이미 음식은 완성되어 한껏 자태를 뽐내고 있다. 큰 딸, 며느리 또한 각종 그릇, 야채, 과일 등의 자잘한 심부름으로 매번 타이밍을 놓쳐왔다. 고로, 집에서 엄마의 음식 레시피를 전수받은 이는 단 한 명도 배출해내지 못했다.
'흐르는 시간 속에 당신의 기력 또한 점점 쇠잔해져 가건만, 그럼에도 어미로서의 소임을 놓지 않겠다는 마음 또한 어찌 모르겠습니까. 훗날 곁에 계시지 않을 때, 그때 가선 저도 저만의 레시피로 만들어 먹게 되겠지요. 그러나, 한평생 길들여져 온 입맛이 어디 하루 아침에 바뀌겠습니까.
언제, 어디선가, 우연히 무언가를 먹다가 익숙한 손맛을 희미하게 느꼈을 때, 제 입 안에 넣어주며 짓던 미소가 떠올랐을 때, 얼마나 하염없이 눈물을 쏟게 하려고 그러시는 건가요. 얼마나 사무치게 그리워하라 그러시는 건가요, 사랑하는 나의 어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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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엄마의 배추찜. |
| ⓒ 차유진 |
"소스 어떻게 만드는 거야?" "고기 잡내를 어떻게 잡은 거야?" 속사포 같은 질문에도 "걍 무라~ (그냥 먹어)"를 연발하시며 한사코 입을 닫으신다. 엄마는 오늘도 당신의 레시피를 알려주지 않으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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