왔다 갔다 하는 사이, 글이 독자에게 '닿는' 순간 [썼으면 고쳐야지]

최은경 2026. 5. 30. 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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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썼으면 고쳐야지] 퇴고와 편집, 목적이 뭐니?

시민기자가 쓴 글을 매일 고치고 다듬는 사람의 이야기. 인공지능(AI)이 쓰고 고치는 시대에, 인간이 쓰고 고치는 마음을 찬찬히 담아 봅니다. <기자말>

[최은경 기자]

 인공지능(AI)을 활용해 만든 이미지.
ⓒ 오마이뉴스
재택근무 중이었는데 데스크에게 전화가 왔다. 내가 넘긴 글에 등장하는 '퇴고'라는 표현 때문이었다. 글에서 시민기자가 쓴 기사를 손보는 것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으므로 '퇴고'가 아닌 '편집'이란 단어를 사용하는 게 맞지 않겠느냐는 것.

나는 이미 3회(마침표를 몽땅 빼고 쓴 사람도 느꼈을까) 기사에서 '편집은 퇴고의 시간이다. 글쓴이가 미처 보지 못한 오류를 잡아내는 시간, 정돈하는 시간이다'라고 해뒀기에 크게 문제가 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선뜻 결정이 나지 않아 5분만 시간을 달라고 말한 뒤 전화를 끊었다. 그때 데스크가 참고하라고 보낸 메시지에 이런 대목이 있었다.

퇴고는 글을 쓴 사람이 자신의 글을 첨삭하거나 고치는 것을 말한다. 이때는 글쓴이 자신의 글이니 마음대로 고칠 수 있다.

사전적 표현만 놓고 보면 차이가 드러난다. 주체가 다르다. 퇴고는 글쓴이가, 편집은 제3자가 고친다. 본문과 제목에 들어간 '퇴고'를 '편집'으로 바꾸기로 하고 기사는 나갔지만(박찬욱 감독이 생각하는 '아름다움'과 편집) 고민은 남았다.

'쓰는 사람과 글을 손보는 주체가 항상 분리되어 있나' 싶어서. 쓰는 사람과 글을 손보는 사람의 일이 구분되어 있는 언론사나 출판사 같은 회사라면 이런 고민을 할 필요도 없겠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라면? 자신의 삶을 쓰고, 고치는 사람이 동일하다면?

그들에게는 퇴고가 편집이고, 편집이 퇴고이지 않을까. 그런 사람들이 주변에 훨씬 많지 않을까. 글 쓴 사람이 자신의 글을 고치고 다듬을 때 편집기자의 관점으로 보는 눈이 생긴다면, 그것도 '자체 편집'이라 부를 수 있지 않을까.

그래서다. 쓰는 사람이 알면 도움이 될 편집 정보와 편집기자인 내가 어떤 마음으로 글을 고치는지 들여다보고 글로 옮기게 된 것은. 직접 글을 고치더라도 제3자의 눈으로 볼 수 있는 '편집 안경' 하나쯤 갖게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그러면 쓰는 즐거움이 더 커지지 않을까 하는 바람으로.

퇴고와 편집은 왔다 갔다 하는 사이

이왕 그 차이에 대한 말이 나왔으니 좀 더 깊게 들여다보고 싶었다. 퇴고와 편집이 어떻게 다르고 같은지. 일단 주체가 다르다는 것을 제외하고 큰 차이점을 발견하기는 어려웠다.

자신이 쓴 글을 다시 읽어 나가면서 문맥을 매끄럽게 하고, 표현이 정확한지, 호흡이 적절한지 살피는 것, 자신이 의도한 대로 제대로 썼는지 확인하는 것은 퇴고할 때만 있는 일은 아니었다. 편집할 때도 그랬다. 필자가 독자에게 하려는 말이 무엇인지 생각하며 글을 본다.

독자가 읽기 좋은 상태로 글을 다듬으면서 글의 내용을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글의 구성을 바꾸는 것, 덜어낼 부분과 보강해야 할 부분을 파악하는 것, 어떤 제목으로 독자의 시선을 끌 것인가를 고민하는 것도 편집할 때만 그런 건 아니었다. 퇴고할 때도 그랬다. 편집기자의 시선을 신경 쓰면서 글을 본다.

출근하면 편집기자로 살지만 퇴근하면 작가로 사는 나라서, 편집과 퇴고를 일상적으로 하는, 다소 독특한 정체성을 가진 나라서 이런 생각을 하게 된 것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시민기자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그들도 퇴고와 편집을 엄격히 분리해서 보는 것 같지 않았다.

'편집기자가 어떤 마음으로 기사를 읽을까' 궁금하다고 할 때도, 글을 쓰고 퇴고할 때 편집의 영역을 신경 쓰고 있다는 말처럼 들렸다. 매번 최선을 다해 제목을 지어도 다 바뀌지만 편집 전후를 비교하면서 편집기자의 감각을 배울 수 있어 좋다고 했을 때도, '(문단을) 매번 나누는 편집점이 다른 걸 보며 '난 멀었구나~~' 생각합니다'라는 댓글을 봤을 때도, '까다로울수록 성장한다'는 내용의 기사를 보고 '좀 더 좋은 글, 발전하는 글을 쓰기 위해서는 '좋은 게 좋은 거'가 '좋은 게 아니다'는 것을 느꼈다'라고 했을 때도.

퇴고든 편집이든 글을 만지는 목적은 하나. 자신의 생각을 담은 글을 독자에게 제대로 닿게 하기 위함이다. 그러기 위해 필요한 퇴고와 편집은 글의 내용을 덜어내고 바꾸고 다듬으면서 왔다 갔다 하는 사이다. 경계를 짓기보다 넘나드는. 퇴고를 고민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편집의 영역에서도 보게 되고, 편집을 잘하려면 글쓴이가 퇴고한 과정도 되짚어 보게 된다. 드나듦이 필요적으로 일어날 수밖에 없다.

함께 쓰는 것보다 혼자 쓰는 게 더 힘든 것은 이 양쪽을 왔다 갔다 해야 하는 고단함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계속하다 보면 '글의 아름다움'에 한 발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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