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최윤범 승부수 던졌다 "3.1조 준비"...영풍엔 화해 제스처도

정인혁 2024. 10. 2. 1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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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회장, 경영권 분쟁 입장 긴급 기자회견
국내 첫 경영권 분쟁 중 공개매수 결정
"자사주 전량 소각해 주주가치 제고"
최 회장, 영풍에는 화해의 제스처 보여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기자회견장에 입장하고 있다. ⓒ데일리안 정인혁 기자

고려아연 경영권을 두고 벌어지는 MBK·영풍과 최윤범 회장의 분쟁이 새로운 분수령을 맞았다. 앞서 MBK·영풍이 법원에 제기한 고려아연의 '자사주 취득금지' 가처분 신청이 기각되면서 고려아연은 자사주 취득에 걸림돌이 없어졌지만, MBK·영풍이 배임 등 법적 문제를 지속적으로 제기하고 있어 양측의 공방이 지속될 전망이다.

최 회장이 기자회견을 자처하며 문제 제기에 반박하고 나서고, 영풍에 대한 화해의 제스처도 보였지만 MBK·영풍 측이 강경한 태도를 유지할 것으로 보이면서 양측의 분쟁이 장기화될 조짐이다.

최 회장은 2일 서울 용산구 그랜드 하얏트 서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고려아연 이사회는 MBK와 영풍이 제시한 공개매수 가격 보다 높은 83만원으로 자사주 공개매수를 시작하기로 결정했다"며 승부수를 던졌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최윤범 회장과 박기덕 대표이사, 조현덕 변호사가 참석했다.

고려아연은 이날 오전 서울중앙지법 제50민사부(부장판사 김상훈)가 MBK·영풍 측이 제기한 고려아연의 자사주 매입 금지 가처분 신청에 대한 기각 결정을 내린 직후 이사회를 개최, 자사주 매입·매수 계획을 의결했다.

구체적으로 고려아연은 약 2조7000억원 규모의 자기주식 공개매수를 추진하기로 의결했다. 자기주식 공개매수 취득 예정주식수는 고려아연 전체 발행주식수의 15.5%에 해당하는 320만9009주이고, 주당 매수가격은 83만원이다. 공개매수를 통해 취득한 자기주식은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전량 소각하기로 의결했다.

최 회장은 "고려아연 이사회 및 경영진들이 현재 상황과 회사가 나아갈 방향에 대한 많은 고민과 토론을 거친 결과"라며 "이러한 결정은 회사와 주주, 임직원, 협력업체를 지키고 지역사회 그리고 국민 여러분들의 우려를 불식하기 위해 진심을 담은 간절한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공개매수에는 글로벌 사모펀드 베인캐피탈도 고려아연의 공동매수자로 참여하기로 했다. 베인캐피탈은 고려아연의 경영이나 이사회에 관여하지 않는다. 이번 공개매수에 약 4300억원을 투입, 고려아연 발행주식수의 2.5%에 해당하는 51만7582주를 취득할 계획이다.

이와 동시에 영풍정밀에 대해서는 최창규 영풍정밀 회장, 최창영 고려아연 명예회장,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출자해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 제리코파트너스가 1주당 3만원에 공개매수에 나서기로 했다. 이는 영풍·MBK측이 제시한 가격(2만5000원)보다 20% 높은 수준이다. 영풍정밀은 고려아연 지분 1.85%를 보유하고 있다.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기자회견장에서 질의응답을 진행 중이다. ⓒ데일리안 정인혁 기자.

한편 최 회장은 MBK연합이 지적하는 '배임' 문제와 관련해서는 이미 법원의 판단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이날 최 회장은 "영풍 쪽이 지속해서 배임이라고 적극적으로 주장을 펼치는 데 법원의 판결을 보면 (영풍의 주장을) 모두 감안해서 기각을 했다"고 말했다. 이미 영풍이 제기한 가처분 신청에서 모든 내용이 법적 검토됐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최 회장은 "법원의 판결로 영풍과 MBK가 주장하는 불법 배임이다 하는 주장을 불식시킨다고 봐도 문제가 없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MBK연합이 취득 가능 배당이익이 586억원이라고 지적한 데 대해 조현덕 변호사는 "영풍과 MBK 측에서 주장하는 조항은 중간 배당에 관한 규정"이라면서 "임의 적립금은 자사주를 취득할 수 있는 배당가능이익 한도를 계산할 때 차감할 필요가 없고,법원의 판례는 배당되는 이익 한도 내에서 자기주식을 취득할 수 있도록 하고 중간배당 관련된 조항을 적용할 여지가 없다"고 밝혔다.

이어 조 변호사는 "다시 말씀드리지만 이미 가처분 결정 과정 중에서 그쪽이 서면으로 정리하며 주장했던 바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최 회장은 "이번 법원 판결로 고려아연을 공격하는 MBK와 영풍의 주장이 잘못됐고, 고려아연이 적대적 M&A로부터 방어하기 위해 자사주를 취득하는 게 적법한 대응이라는 점을 확인해 줬다"며 "법원 결정에 반하는 새로운 가처분을 제기한다는 건 법원의 결정을 무시하고 잘못된 주장으로 시장의 혼란을 초래하는 행위"라고 덧붙였다.

최 회장은 자사주 매입을 위한 대규모 자금조달에도 재무건전성은 이상이 없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그는 "신성장 사업인 '트로이카 드라이브'를 통해 2~3년 후,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내재된 진정한 가치를 실현해 나가겠다"며 "이를 위해 가장 적합한 경영진은 현 경영진"이라고 강조했다.

최 회장은 영풍과의 관계 개선에 대한 가능성도 열어뒀다. 이날 그는 "현재 영풍이 당면한 과제는 안전 문제 해결을 위해 석포제련소의 정상적인 운영을 회복하고 대표이사 전원이 구속된 비정상적 경영을 정상화하는 것"이라면서 "영풍이 원한다면 석포제련소의 현안 문제 해결에 기꺼이 도움을 줄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최 회장은 "화해 제스처"라며 "이유가 무엇이든 적대적 M&A로 문제점을 해결하는 것은 좋은 방법이 아니다. (영풍이 고려아연) 지분 25%를 갖는다고, 75% 주주의 주인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끝으로 그는 "장 고문이 오해를 하거나 기분 나쁜게 생각하는 것이 있으면 어린 사람으로서 죄송스럽게 생각한다"며 "고려아연을 대표하는 사람으로 어쩔 수 없이 했다는 사실을 이해해줬으면 좋겠다"고 끝을 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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