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사진가로 사는 것은 굉장히 큰 기회"
[김영호 기자]
지난주 사단법인 한국사진갤러리협회(회장 이순심)가 국내 사진 작품 전문 장터를 열었다. 사진만을 가지고 장터를 여는 것으로는 국내 최대 규모일 것이다. 12월 5일부터 8일까지 서울 인사동 5길 아지트 미술관에서 열린 '케이(K)-포토 페어 2024'는 사진 예술에 대한 일반인의 이해와 관심을 높이기 위해 협회 소속 갤러리들이 꾸린 판매 플랫폼 성격의 사진행사였다.
장터에는 황규태, 김대수, 이정록, 김수강, 임안나, 임수식, 엄효용 등 국내 중견 사진가를 대표하는 60여 명의 근작과 구작들을 두루 감상하며 구매할 수 있었다. 갤러리 나우, 갤러리 루시다, 갤러리 탄, 갤러리 포항, 길파인아트, 김종범사진문화관, 룩인사이드, 류경갤러리, 비움갤러리, 서이 에이앤시(A&C), 스페이스55, 아지트 미술관, 예술곳간 등 전국 사진 전문갤러리가 함께 모여 작품 판매 부스들을 꾸렸다.
이날 참가한 작가 가운데는 사진을 전공하지 않았지만 상업사진과 비상업 사진을을 넘나들며 활동하는 사진가가 있다. 바로 오늘 이야기의 주인공, 이번 아트 페어 특별 부스에 마련된 초청 전시 주인공인 최랄라(본명 최한솔)씨다.
근래 최 작가는 필름 카메라 작업으로 사람들 사이의 관계와 감정을 꾸준하게 탐구해 와 작품 발표 때마다 주목받고 있다. 정규 과정에서 사진을 전공하지 않았음에도 모든 불리한 환경을 뚫고 자신만의 사진을 하며, 독특한 행보로 살아가는 그를 이번 포토 페어 전시장에서 만나 궁금증을 풀어 보았다.
- 이젠 많은 사람들이 알아보는 유명한 사진가다. 간단한 자기소개를 부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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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랄라 작가 |
| ⓒ 김영호 |
"사실, 저는 상업사진 작업을 주로 해왔지만, 틈틈이 예술적 작업을 병행하며 다양한 경험을 쌓아왔습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사진가로서의 기틀을 다질 수 있었고, 제 작업의 방향성도 점차 명확해졌습니다. 특히, 2017년에는 자이언티, 크러쉬, 지코 등 대중문화를 선도하던 아티스트들과의 앨범 작업을 통해 큰 기회를 얻었지만, 동시에 너무 많은 작업이 몰리면서 표현의 한계와 텅 빈 상태를 경험하기도 했습니다.
이후, 시간을 갖고 스스로를 돌아보며 새로운 방향성을 고민했습니다. 그리고 2021년 Feel Lost 개인전을 통해 처음으로 순수 예술 사진 작업만으로 전시를 선보이면서 제 작업이 자연스럽게 순수 예술로 전환되었습니다. 특히, 2022년 이후 이에르 국제 페스티벌 수상을 기점으로 해외 전시를 활발히 이어가고 있습니다. 열린 마음을 가진 다양한 사람들과 협업하다 보니, 제가 하고자 하는 작품에 더 깊이 몰입할 기회가 많아졌고, 작업의 질과 방향성이 더욱 정교해졌습니다. 이러한 경험은 제게 큰 동기부여가 되었고, 현재의 작업에도 중요한 영향을 미쳤습니다.
지금은 제가 20대에 옳다고 믿었던 것들이 다르게 보이기도 합니다. 이런 식으로 시간이 지나며 저 자신도 성장하고 변화해왔고, 현재는 인간 내면, 시간, 그리고 감정의 깊이를 담아내는 데 집중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좋은 아이디어가 떠오르거나 제가 존경하는 사람과의 협업 기회가 있다면, 여전히 상업적 작업을 진행하기도 합니다. 다만, 이런 경우는 점점 드물어지고 있고, 제 작업의 초점은 순수 예술 사진에 맞춰져 있습니다. 제게 사진은 단순한 기록을 넘어 내면의 이야기를 담아내는 도구이며, 세상과 소통하는 가장 중요한 방식입니다."
- 해외에서 길을 찾은 것은 국내의 한계가 느껴져서인가? 국내에서 사진을 하며 느꼈던 구체적인 한계는 무엇이고, 그래서 해외로 어떤 방식으로 준비를 해 나갔는지 후배들에게 조언해 달라.
"해외에서 길을 찾은 이유는 국내에서 더 이상 나아갈 길이 보이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에 맞춰 개성과 표현이 존중받아야 하지만, 이를 이해하고 수용할 수 있는 시장이 국내에는 부족하다고 느꼈습니다. 특히 사진 예술의 수요가 제한적이고, 작가의 예술성을 평가하기보다는 배경, 학벌, 또는 특정한 틀에 따라 판단하려는 분위기가 강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제가 처음 전시를 열었던 홍대 갤러리 도스에서 관객에게 들은 첫 질문이 '사진 전공자가 아니시죠?'였는데, 그 말이 지금도 생생히 기억에 남습니다. 어렵게 큐레이터들과 만나는 기회가 있어도, 작품보다는 사진 전공자가 아닌 저를 단순히 인플루언서로 보는 시선이 아쉬웠습니다.
반면, 해외에서는 이런 분위기와 달리 작품 자체를 있는 그대로 평가하며, 작가의 배경보다는 작품과 그 안에 담긴 메시지에 더 집중합니다. 예를 들어, 파리 팔레 드 도쿄 미술관에서 제 작품을 큰 사이즈로 전시할 기회를 얻었고, 해외 고객들이 잘 알려지지 않은 저의 작품을 3~4점씩 구매하셨습니다. 그 순간 "왜 내 작품을 이렇게 좋아하지?"라는 생각에 얼떨떨했지만, 동시에 해외 시장이 얼마나 다른지 확실히 체감했습니다. 이후 그 경험은 저에게 큰 동기부여가 되었고, 제 삶은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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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2회 케이포토페어 2024 특별부스 최랄라 부스 |
| ⓒ 한국사진갤러리협회 |
"이것은 많은 작가들이 언젠가 반드시 마주하게 되는 문제입니다. 저 역시 삼각김밥 하나 살 돈도 없어서 그저 계속 걷기만 했던 많은 겨울날들을 생생히 기억합니다. 하지만 저는 그런 상황이 누구에게나 올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며, 오히려 그때가 사람이 성장하는 시기라고 믿습니다.
왜냐하면, 모든 답이 막혀버린 것 같은 상황에 처하면 자존심이고 뭐고 다 내려놓고 타인에게 솔직하게 도움을 요청할 용기가 생기기 때문입니다. 물론 그 이후에는 자신이 한없이 초라하고 불쌍하게 느껴지기도 하고, 스스로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런 과정을 통해 자신을 돌아보고, 또 한 발짝 더 나아갈 힘을 얻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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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K 포토 페어 2024가 열리고 있는 인사동 아지트갤러리 |
| ⓒ 김영호 |
"저는 이제 시작이라고 생각합니다. 유럽에서 활동을 막 시작한 지금, 유럽뿐만 아니라 미국 등 전 세계적으로 제 작업을 더 많이 알리고, 다양한 전시를 진행 계획 중입니다. 앞으로도 제 작업이 가진 메시지를 더욱 넓은 무대에서 공유하며, 글로벌 관객들과 소통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고자 합니다.
저의 작업은 많은 사람들과의 협업을 기반으로 이루어집니다. 예를 들어, 모델, 촬영 세트, 그리고 다양한 구성 요소들이 필요한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각기 다른 전문성을 가진 사람들과 함께 작업해야 합니다. 이 과정에서 흥미로운 주제를 다루는 프로젝트나, 예술과 상업의 경계를 허물고 진취적인 태도를 가진 사람들과의 협업에 특히 관심이 있습니다."
- 한국에서 사진가로 살아간다는 것, 그건 당신에게 무엇을 의미하는가? 그리고 한국 사진가들 중 동료, 선배 중 좋아하거나 존경할 만한 분이 있는가?
"한국에서 사진가로 살아간다는 것은 굉장히 큰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면, 프랑스에서 전시를 하면서 느낀 점은, 제 작품이 한국인인 저에게는 익숙하지만, 외국인들에게는 굉장히 독특한 한국적인 색채를 띠고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이는 제가 가진 문화적 정체성과 작품의 개성이 더 빛을 발하게 해주는 중요한 요소라고 느꼈습니다.
제가 좋아하거나 존경하는 한국 사진가들로는 선배 작가인 이갑철 선생님(특히 충돌과 반동 시리즈)과 육명심 선생님(예술가 시리즈), 민병헌 선생님이 있습니다. 그리고 동료 작가 중에서는 조기석 작가와 민현우 작가를 좋아합니다. 이 다섯 분 모두 각자의 작품 세계가 분명하고, 독창적인 시각으로 세상을 담아내시는 분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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