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도 당선""5년 쉰 푸틴처럼"…이재명에 소환된 세계지도자

지구 반대편의 지도자들이 요즘 대한민국 정치에 자주 소환된다. 더불어민주당 안팎에서 대선 출마 길이 가로막힐 위기에 처한 이재명 대표를 해외 사례와 비교하면서다.
가장 먼저 비교 대상으로 떠오른 건 최근 미국 대선에서 승리한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이다. 5선 중진 박지원 의원은 지난 15일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1심 판결 직후 SNS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도 다시 대통령이 됐다”며 “우리 민주당은 정권 교체를 위해 이 대표를 중심으로 뭉쳐 투쟁할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총 4건의 형사 사건으로 91가지의 혐의를 받는 상태에서 대선에 출마해 지난 7일 당선 됐다.

당 원내수석부대표인 김용민 의원도 거들었다. 그는 지난 19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지난 미국 대선은 사법 관료들이 후보 자격을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이 직접 결정한다는 것을 명확하게 보여준 선거였다”며 “트럼프 당선인은 그간 여러 혐의에 대해서 일부 유죄 판결을 받았지만, 피선거권이 박탈당하지 않았고 결국 유권자들의 선택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재명 대표에 대한 자격도 사법 관료가 아닌 국민이 직접 판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대표와 트럼프 당선인은 핵심 지지층 행태가 비슷하다는 평가도 있다. ‘마가(MAGA)’로 통칭되는 트럼프 극성 지지층은 트럼프의 재판을 맡은 법관에게 협박 전화를 하는 등 세를 과시했다. 이 대표 지지층인 ‘개딸’들도 최근 1심 판결을 내린 한성진 부장판사를 향해 “판결 장사하는 판사” “처형당해야 한다” 같은 막말을 퍼붓고 있다.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은 이 대표가 현재의 본인 상황을 빗대는 인물이다. 이 대표는 지난 20일 경기도 법인카드 등 예산을 사적으로 유용한 혐의로 불구속기소 된 데 대해 “검찰의 입장이 증거는 없지만 기소한다는 것”이라며 “증거가 없는 것은 은닉했기 때문일 것이라는 추정이 룰라에게 적용됐던 브라질 검찰의 입장이었다”고 주장했다.
2022년부터 세 번째 대통령직을 수행 중인 룰라 대통령은 2016년 재임 시절 부정부패 의혹으로 1심에서 9년 6개월, 2심에서 12년 1개월의 징역형을 받은 바 있다. 이 대표는 2021년 1월 룰라 대통령의 탄핵 과정을 그린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위기의 민주주의 - 룰라에서 탄핵까지’를 본 뒤 페이스북에 “기득권 카르텔을 개혁하지 않으면 지지율 87%의 민주 정부도 무너진다”고 적었다.
이 대표의 향후 장래와 관련해 언급되는 건 러시아 지도자들이다. 이 대표가 지난 15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받은 형량(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을 항소심에서 벌금형으로 낮추더라도, 벌금 액수가 100만원을 넘으면 향후 5년간 피선거권이 박탈된다. 이에 당 일각에서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 빗대 대선 후보 대행 체제를 만드는 ‘푸틴-메드베데프 모델’을 거론하기도 한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2008~2012년 최측근 드미트리 메드베데프(현 국가안보회의 부의장)에게 대통령직을 한 차례 맡겼다가 재집권했다. 헌법상 3선 금지 조항을 회피하기 위한 조치였다. 민주당 원외 인사는 통화에서 “5년을 쉰 다음 열리는 2032년 대선 때도 이 대표 나이(68세)가 그다지 많지 않다”며 “얼마든지 푸틴-메드베데프 모델을 가져올 수 있다”고 말했다.
강보현·김정재 기자 kim.jeongj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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