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0억 뇌물' 中 전 축구협 회장 무기징역…개인 전재산 몰수
천쉬위안(68) 전 중국축구협회 주석이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고 중국중앙(CC)TV 등 중국 매체들이 26일 보도했다. 후베이성 황스시 중급인민법원은 이날 열린 1심 선고공판에서 뇌물수수 등의 혐의로 기소된 천 전 주석에게 무기징역형과 함께 평생 정치 권리 박탈, 개인 전 재산 몰수 판결을 했다.
천 전 주석은 2010∼2023년 상하이 국제항무그룹 총재·회장, 중국축구협회 인수위원장·주석(2019∼2023년 재임) 등을 역임했다. 천 전 수석은 직무상 권한과 지위로 형성한 조건을 이용해 관련 기관과 개인에게 프로젝트 계약, 투자·경영, 대회 일정 등에 편의를 제공하고 불법으로 금품을 수수했다는 혐의가 적용돼 지난해 9월 재판에 넘겨졌다. 지난 1월 말 공판에서 자신이 챙긴 뇌물이 총 8103만위안(약 150억8000만원)에 달한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참회했다. 이날 선고공판에서는 이 가운데 400만위안(약 7억4000만원)은 실제 챙기지 않고 미수에 그친 사실이 확인됐다.
법원은 "피고인의 행위는 축구계의 공정한 경쟁 질서와 생태환경을 심각하게 훼손해 국가 축구 사업에 심각한 피해를 줬으며 뇌물 수수액이 매우 커 중형이 불가피하다"면서도 무기징역형을 선고한 이유에 대해서는 400만위안의 뇌물이 미수에 그친 점, 범행을 자백한 점, 적극적으로 장물을 반환한 점 등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천 전 주석 사건은 중국 축구 부패 문제 사정의 신호탄이 된 리톄 전 국가대표팀 감독과 직접 관련된 일이기도 하다.
중국 당국과 중국중앙TV(CCTV)가 공동 제작한 다큐멘터리에 따르면 리 전 감독은 중국 프로리그인 슈퍼리그 우한 줘얼 감독 시절 이른바 '윗선'(국가대표팀 감독)이 되면 구단에 도움을 주겠다고 약속했고, 구단은 천 전 주석에 200만위안(약 3억6000만원)을 건넸다.
이렇게 중국 국가대표팀을 맡은 리 전 감독은 우한 줘얼 구단으로부터 따로 금품을 받고 실력이 떨어지는 소속 선수 4명을 대표팀에 발탁한 것으로도 파악됐다.
리 전 감독에 대한 사정 조사는 축구협회 전·현직 간부등을 대상으로 번져나갔다. 중국 슈퍼리그를 주관하는 중차오롄 유한공사의 마청취안 전 회장과 두자오차이 체육총국 부국장 등 축구계 거물들이 줄줄이 낙마하는 계기가 됐다.
특히 새해 들어서는 천 전 주석을 비롯한 주요 인사들의 선고 결과가 나오면서 축구계 비리와 관련된 사법처리에 속도를 내는 분위기가 나타나고 있다.
산둥성 더저우시 중급인민법원은 지난 18일 중국축구협회 부주석(부회장)을 지낸 왕덩펑 전 교육부 체육위생·예술교육사(司) 사장(국장급)에게 징역 17년과 벌금 500만위안(약 9억3000만원)을 선고했다.
리 전 감독도 지난해 8월 기소돼 재판이 진행 중이어서 조만간 1심 선고가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가운데 지난해 5월 12일 상하이 훙차오공항에서 귀국하려다 비국가공작인원 수뢰 혐의로 연행돼 중국 당국에 구금됐던 축구 국가대표 출신 손준호(산둥 타이산)는 10개월여 만에 풀려나 전날 한국에 도착했다.
손준호 선수와 관련된 재판 절차는 종결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해준 기자 lee.hayjun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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