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노린 58세男은 체포 8번 전력…"해리스에게 기부금"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을 암살하려 한 용의자는 하와이 출신으로 주로 노스캐롤라이나에서 건설업을 해왔던 58세 남성 라이언 웨슬리 라우스다. 라우스가 사실상 묵비권을 행사하고 있어 정확한 범행 동기가 확인되지 않았지만, 수사당국은 “명백한 암살 시도”로 규정했다.
중앙일보가 확인한 공소장에 따르면 라우스는 2002년 노스캐롤라이나주에서 대량살상무기 소지 혐의로 유죄를 선고받았고, 2010년엔 훔친 물건 보유와 관련한 다수 혐의로 유죄 선고를 받는 등 8차례 체포된 전력이 있다.
지난 16일(현지시간) 플로리다 연방법원에 출석한 라우스는 “주당 3000달러(약 400만원)를 번다”면서도 구체적인 소득원은 밝히지 않았다. 또 따로 저축한 돈이나 부동산 등은 없다고 했다. 범행의 동기나 목적 등에 대해선 별도 발언을 하지 않았다.
라우스는 지난해 자비로 출판한 『우크라이나의 이길 수 없는 전쟁(Ukraine’s Unwinnable War)』에서 트럼프에 적대적인 이란을 향해 “트럼프를 암살할 자유가 있다”고 썼다. 또 트럼프에 대해선 ‘바보, 멍청이(fool, buffoon, idiot)’ 등으로 칭하며 강한 반감을 드러냈다. 특이하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 대해선 “합리적(reasonable)이고 서구식 교육을 받아 정치와 외교로 좌우할 수 있는 인물”로 평가했다.
다만, 라우스가 과거엔 "김정은을 죽이고 싶다는 말을 했다"는 증언도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직후 키이우에서 그를 만난 미국인 간호사 첼시 월시는 "라우스는 10차례 넘는 여러 모임에서 김정은과 푸틴을 죽이고 싶다는 발언을 했다"고 미 세관국경보호국 관계자에게 말했다. 월시는 또 "(라우스는) 키이우에서 만난 미국인 중 위험하다는 인상을 받은 10명 중 가장 위험한 인물"이라고 지목한 것으로 파악됐다.
라우스는 2020년 대선 무렵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2016년에 당신(트럼프)을 선택했지만 크게 실망했다”며 “당신이 사라지면 기쁠 것”이란 글을 올린 적도 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라우스는 2012년 대선 때는 무소속이었다가 2016년엔 트럼프에게 투표했다. 이번 대선 때는 민주당 예비경선에 참여했고,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캠프에 기부금을 낸 적이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우크라이나에 관심…여러 차례 인터뷰
라우스는 우크라이나 전쟁 지원과 관련해 여러 차례 인터뷰를 자청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그는 지난해 3월 25일자 뉴욕 타임스(NYT)에 “2022년 우크라이나에서 몇 개월을 보냈고, 이슬람 무장조직 탈레반을 피해 아프가니스탄에서 탈출할 군인 중 우크라이나를 위해 싸울 사람들을 모집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실제 2022년엔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에서 ‘뉴스위크 루마니아’와 영상 인터뷰를 했는데, 자신이 민간단체 ‘우크라이나 국제자원센터’를 이끌고 있다며 “전 세계 모든 사람이 하는 일을 멈추고 우크라이나에서 인권을 방어하지 않으면 전쟁이 끝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정작 우크라이나군을 돕는 외국인 의용병 부대인 ‘국토방위 국제군단’은 “(라우스는) 우리와 관련되거나 연결된 적이 없다”고 반박 성명을 냈다. 국제군단에서 근무했던 한 소식통은 영국 텔레그래프에 “그는 쓰레기 같은 소리와 허풍으로 가득 찬 사람이었다”며 “각종 기행을 일삼아 의용병 사이에서도 악명이 높았다”고 말했다.
워싱턴=강태화 특파원, 한지혜 기자 th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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