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DP, 대만 나는데 한국 뛰고 일본 걷고… 5년 뒤 격차 더 커진다
美빅테크 AI 투자 확대 파급력 차이에 갈려
경제성장 더딘데 국가부채는 빠르게 불어

5년 뒤 한국의 1인당 명목 국내총생산(GDP)이 대만보다 1만 달러 이상 뒤처진다는 전망이 나왔다. 한국은 2003년 대만의 1인당 GDP를 앞지른 뒤 22년간 우위를 유지하다 지난해 다시 뒤처졌는데, 그 격차가 앞으로 계속 커진다는 관측이다. 내년이면 한국의 GDP 대비 국가부채 비율도 선진 비기축통화국 평균을 넘긴다. 다만 앞날이 더 어두운 일본보다는 상황이 비교적 나을 것으로 보인다.
19일 국제통화기금(IMF) 세계 경제 전망 보고서를 보면 한국의 올해 1인당 GDP는 3만7412달러(약 5491만원)로 예상된다. 지난해(3만6227달러)보다 1185달러(3.3%) 많지만 지난해 10월 제시한 내년 전망치(3만7523달러)보다는 111달러(0.3%) 적다. 최근 원화 가치가 하락하며 실제 국내 생산량과 관계없이 달러 표시 GDP가 감소한 결과로 풀이된다. IMF는 한국의 1인당 GDP 4만 달러 시대는 2028년(4만695달러) 진입할 것으로 내다봤다.

대만은 한국보다 2년 먼저 4만 달러 시대를 열 것으로 관측된다. 대만의 올해 1인당 GDP가 지난해(3만9489달러)보다 2614달러(6.6%) 많은 4만2103달러로 예상되면서다. 5만 달러 돌파 시점은 3년 뒤인 2029년(5만370달러)으로 전망된다. 대만이 고속 성장을 이어감에 따라 한국과 1인당 GDP 격차는 2026년 4691달러에서 2031년 1만82달러까지 벌어진다. 1인당 GDP 국제 순위는 한국이 올해 세계 40위에서 2031년 41위로 뒷걸음질치는 동안 대만은 32위에 30위로 두 계단 올라서 10위 이상의 차이가 날 것으로 관측된다.
다만 일본은 한국보다 상황이 안 좋다. 올해 일본의 1인당 GDP는 3만5703달러로 한국(3만7412달러)보다 1709달러(4.57%) 뒤처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 격차는 2031년이 되면 2981달러(6.48%)로 벌어진다. 일본의 경우 디지털 전환 속도가 늦어 외국인 투자를 유치하기 힘들다. 한국보다 먼저 시작된 저출산 고령화에 따른 인구 절벽이 생산성도 끌어내리고 있다. 일본 산업계가 반도체 제조 장비와 핵심 소재 등에서 강점이 있지만, 경제 전반에 미치는 파급력은 한국보다 훨씬 약하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한국은 저출산 시대에 돌입한 데다 원·달러 환율을 끌어내리기도 어려운 상황”이라면서 “당분간 대만에 내준 1인당 GDP 우위를 되찾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한국의 경제 성장은 더딘데 빚은 빠르게 불어나고 있다. IMF는 한국의 GDP 대비 일반정부부채(D2) 비율이 올해 54.4%에서 내년 56.6%로 2.2% 포인트 상승한다고 예상했다. 이는 한국을 포함해 선진 비기축통화국으로 분류되는 스웨덴 등 11개국의 평균치(55%)를 웃돈다. 속도도 문제다. 한국의 부채 비율은 연평균 3%씩 상승해 11대 선진 비기축통화국 중 홍콩(7%)에 이어 속도가 두 번째로 빠르다.
대만 경제가 파죽지세인 것은 ‘인공지능(AI) 레버리지 효과’ 때문이다. 미국 빅테크 중심의 세계 AI 투자 붐이 대만의 핵심 수출품인 첨단 반도체와 전자 부품, AI 서버 등에 집중된 결과다. 대만 재정부에 따르면 이 나라의 2025년 수출액은 6407억 달러로 전년보다 34.9% 급증했다. 이 중 40%에 육박하는 2512억 달러어치가 정보통신기술(ICT) 몫이다. 같은 해 기준 대만의 미국 수출액은 1983억 달러, 그 비중은 30.9%까지 뛰어 35년 만의 최고 수준이 됐다.

한국은 글로벌 빅테크의 AI 투자 확대 효과를 대만보다는 덜 누린다. 이를 이해하려면 한국과 대만 양국 반도체 산업 구조를 알아야 한다. 빅테크 AI 투자의 핵심 축 중 하나는 ‘AI 칩’이라고 불리는 그래픽 처리장치(GPU)다. 주요 AI 칩은 미국 엔비디아가 설계하는데 대부분 TSMC가 제조한다. 미국 빅테크가 엔비디아에 AI 칩을 주문하면 TSMC의 매출로 직결되는 구조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강점을 지닌 분야는 메모리 반도체다. AI 칩 옆에 붙어 데이터를 빠르게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AI 구동에 꼭 필요하지만 어디까지나 조력자다. 반도체 검사와 포장 등 후공정을 뜻하는 ‘패키징’ 시장도 대만 손에 있다. 세계 1위 패키징 기업인 ASE가 대만 국적이다. 엔비디아의 AI 칩과 메모리 반도체를 결합하는 첨단 패키징 시장에서는 TSMC와 ASE를 필두로 한 대만 기업 연합이 세계 물량의 대부분을 도맡고 있다.
반도체 시장 사정에 밝은 금융권 관계자는 “한 마디로 대만은 AI 반도체 산업 성장이 국가 경제를 지렛대처럼 들어 올리는 상황”이라며 “한국 반도체 산업의 파급력은 그만큼 강하지 않아 격차가 벌어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진욱 기자, 세종=이누리 기자 realit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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