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학 가는 친구에게’ 87만 울린 안양초 영상 [아살세]
전학가는 학생 응원하는 따뜻한 합창
SNS 올린 채윤미 선생님 인터뷰
살면서 이별하지 않는 사람이 있을까요. 우리는 크고 작은 헤어짐을 하며 때론 그 애틋한 마음을 가슴으로 삼키기도 합니다.
최근 경기 안양시의 한 초등학교 학생들이 떠나는 친구에게 석별의 정을 담아 노래를 부른 영상이 네티즌의 마음을 울리고 있습니다. 꼬맹이들이 이별의 아픔을 얼마나 알겠느냐 싶겠지만, 누군가를 떠나보내는 마음은 나이와 상관없어 보였습니다. 인스타그램에 올라온 이 영상(www.instagram.com/reel/DA8i32FyFJA)에는 87만명이 노래한 아이들과 함께 눈물을 흘렸고, 각자의 이별 경험담을 나누는 등 750개가 넘는 댓글을 달았습니다.
‘전학 가는 친구에게’라는 제목이 달린 영상은 박달초등학교의 한 교실에서 촬영됐습니다. 한 여학생이 교실 앞쪽에 홀로 서 있고, 다른 친구들은 그 반대에 빙 둘러서서 떠나는 이를 위해 이렇게 노래합니다.
“헤어질 때 말 못 했던 내 마음
고마웠어, 행복했어, 사랑했어
나에게 너란 친구 있어 감사해
친구야 고마워 잊지 않을게”
전학 가는 친구를 위해 노래하며 눈물을 참아내는 사이, 전학 가는 아이는 얼굴을 가린 채 눈물을 쏟고 맙니다.
이 영상을 담아 올린 이는 이 학교의 자율동아리인 합창단 ‘꿈꾸는 하모니’를 창단해 3년째 이끄는 채윤미(42) 선생님입니다. 채 선생님은 15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며칠(11일) 전 전학 가는 학생을 위해 전날 합창단원 친구들이 개사된 노을이라는 동요를 불러줬고, 이를 편집해 전학 가는 친구에게 선물했다”며 “아이들이 전학 가는 친구들에게 이 노래를 계속 불러주고 있다. ‘안녕~ 잘 가’하면서 아무렇지 않게 아쉬움 없이 헤어지는 모습이 삭막해 보여 늘 안타까웠다. 이 노래를 부르며 헤어지면서 ‘아이들이 표현할 방법을 모르고 그런 기회가 없었구나’를 많이 느낀다”고 했습니다.
채 선생님은 이 학교에서 5~6학년 음악 수업을 전담하며 합창부와 기악합주부 동아리를 운영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아이들 노래 영상에 함께 울었다”는 식의 수백 개 댓글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무엇이었을까요. 채 선생님은 “전학 간다고 친구들이 연극을 준비해주고 집까지 찾아와 노래도 불러준 자신의 소중한 추억을 나눈 분도 계셨고, IMF로 6년 동안 5번의 전학을 다녔다는 과거를 공유한 분도 있었다. 함께 가슴이 따뜻해지고, 또 얼마나 힘들었을까 하며 안타까웠다”고 했습니다. 채 선생님은 평소 합창단이 연습하거나 대회에 나가는 모습을 종종 공유하곤 하는데요. 한 번은 삶을 포기하고 싶다던 고3 학생이 아이들의 맑은 목소리에 힘을 얻어 간다는 댓글을 달았다고 하네요. 채 선생님은 “마음을 나누어주신 댓글을 보면서 오히려 제가 지칠 때마다 힘을 얻는다”고 하셨습니다.
박달초등학교에서의 최근 3년을 더하면 채 선생님의 초등학교 합창단 지휘 경력은 11년 정도라고 합니다. 시골에서 자란 채 선생님은 교회를 다니면서 음악을 사랑하게 됐고, 대학에서 교회음악을 공부하고 싶다는 꿈을 품었답니다. 그런데 입시과정을 잘못 이해한 탓에 진학을 못 할 뻔했다는군요. 그래도 음악이 하고 싶다는 마음을 접지 않고 성악과에 들어갔다고 합니다. 그런 자신의 경험이 있어서일까요. ‘꿈꾸는 하모니’ 합창단에는 입단 오디션이 없다고 합니다. 채 선생님은 “노래를 잘하고 못하고를 보지 않는다. 원하는 마음만 있으면 된다. 누구나 목소리가 다르고, 또 누구나 다 노래를 잘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성실하게 참여하고 다른 친구들을 따돌리지 않는다는 규칙만 있다”고 했습니다. 4~6학년 60명이 8시10분까지 등교해 연습하고, 점심만 먹고 합창하러 달려오는 것을 마다하지 않는다고 해서 부모님들이 신기해한다고 합니다.
채 선생님이 교직을 결심하게 된 데는 아주 특별한 계기가 있습니다. 대학 졸업 후 선교 목적으로 설립된 기독교 찬양단 ‘필그림 미션콰이어’에서 10년 정도를 활동했습니다. 그러나 사고로 턱을 다치게 돼 합창단 활동을 그만둬야 하는 절망의 시기, 봉사하러 간 아프리카 땅 우간다에서 ‘음악을 가르치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희망을 품게 됩니다. 한국인 선교사로 현지 대학의 총장을 지내는 분이 채 선생님을 포함한 다른 봉사자들이 음악에 탁월한 재능이 있다는 것을 알고 그들에게 “아프리카인들은 음악성이 정말 뛰어난데 배우고 싶어도 가르칠 사람이 없다. 너희들이 잘 배워 이런 아이들을 가르쳤으면 좋겠다”고 조언했다고 해요. 채 선생님은 이후 교직 이수를 했고, 지금 음악 수업과 합창단을 통해 아이들에게 음악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채 선생님에게 세상에 딱 한 가지 말만 아이들에게 해줄 수 있다면 무엇을 해주고 싶으신지를 물었습니다. “꿈꾸고 사랑하고 나누었으면 좋겠어요”라는 말을 남겼습니다.
많은 이들에게 감동을 준 아이들의 이야기도 직접 들어보고 싶었습니다. 채 선생님께 학생들에게 영상 속 전학 간 친구처럼 새로운 시작을 하는 누군가에게 응원의 말을 해달라고 부탁드렸습니다. 작은 손가락으로 진심으로 꾹꾹 쓴 아이들의 ‘힘 나는 문장’을 기사에 옮겨봅니다.
“슬퍼하지 마. 언젠간 노래 부를 때처럼 행복해지길 바랄게.”
“지금 당장은 지금까지의 추억이 떠올라 슬퍼하고 앞으로의 일들이 걱정될 수도 있지만 자신의 주변에는 자기를 진심으로 응원하는 사람들이 있으니까 파이팅! 눈에 보이든 보이지 않든 당신은 사랑받고 있어요.”
“때론 새로운 시작이 어렵고 두려울 때도 있지만 막상 해보면 아무것도 아니던데요. 파이팅!”
“너는 어떤 곳이든 잘 적응할 수 있을 거야. 내가 응원할게.”
“새로운 시작을 할 때 잘 안 되더라도 항상 긍정적인 마음을 품고 있었으면 좋겠어.”
“처음이라도 할 수 있어.”
“새로운 시작이 두렵기도 하고 어렵기도 해요. 하지만 겁먹을 필요는 없어요. 모든 시작이 다 힘들지는 않아요. 그러니 겁먹지 말고 시도해 봐요.”
“자기 자신을 믿고 앞으로 나아가보세요.”
“지금 힘들고 어려울 수도 있어. 그래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계속 노력한다면 네가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거야. 내가 응원할게.”
“끝이 있으면 시작도 있고 새로운 시작을 응원합니다.”
“잘 지내 고마웠어.”
“넌 할 수 있어.”
“어떤 일이 있어도 좌절하지 말고 나는 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해 나가봐요.”
“자기 자신이 최고라는 생각 잊지 않기 언젠간 다 잘 될 거야.”
“늘 행복하고 잊지 말자 괜찮아 파이팅이야!.”
신은정 기자 sej@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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