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에 남자 무서워”…‘박대성 살해’ 여고생 마지막 통화
전남 순천에서 길을 걷다 일면식도 없는 박대성(30·구속)에 의해 살해당한 10대 여성이 사건 발생 직전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뒤쫓아오는 박대성에 대한 불안감을 토로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평소에도 자주 폭력성을 드러냈던 박대성은 사건 당일 피해자를 발견하고 타깃으로 ‘선정’한 뒤 10여분간 따라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파악됐다.
피해 여고생 A양(18)의 친구 B양은 4일 방송된 SBS ‘궁금한 이야기 Y’와의 인터뷰에서 “밤 12시 반쯤 (A양에게) 전화가 와서 ‘뒤에 남자가 있는데 무섭다’ ‘칼 맞을 거 같다’ 이런 식으로 얘기를 했다”며 “그러다 갑자기 (수화기 너머로) 엄청 뛰는 소리가 들렸다. ‘무슨 일이야, 무슨 일이야’ 하는데 언니(A양)가 갑자기 소리를 지르면서 신고해 달라고 했다”고 말했다.
B양이 전화를 받은 시각은 0시29분이었다. 박대성이 피해자에게 흉기를 휘둘러 살해한 시각이 0시44분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박대성은 10분 넘게 피해자를 뒤따라갔던 셈이다.
범행 전 박대성이 살인을 예고했었다는 증언도 나왔다. 자신의 지인이 사건 며칠 전 박대성과 술을 마셨다는 C씨는 당시 박대성이 ‘누구 한 명 죽일 것 같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사건 당일 자신의 식당에서 흉기를 챙겨 나온 박대성이 A양보다 먼저 마주친 사람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거리를 배회하는 박대성을 승객으로 생각한 택시 기사가 차를 멈췄는데 박대성이 “그냥 가시라”며 짧은 대화를 나눴다는 것이다.
오윤성 순천향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아무나 ‘살인해야겠다’고 생각했다면 그 택시 기사를 피해자로 선정했어야 하는데 그를 보내고 피해자를 선택했다는 건 분명 약한 상대를 고르려는 의도가 있었다”며 “(살해 후) 흉기를 갖고 다니다가 다른 남성과 시비가 붙어 경찰에 체포되는 과정에선 저항도 안 한 걸 보면 두려움이나 자기보호가 강한 비겁한 형태의 남성”이라고 분석했다.
박대성의 지인들은 박대성이 평소에도 자주 폭력성을 보였다고 입을 모았다. 한 지인은 “사람을 때린 게 한두 번이 아니다. 술 마시고 아는 동생을 패서 경찰서에 갔고 경찰도 때렸다고 그랬었다. 폭행으로만 경찰 조사를 받은 게 엄청 많다”고 말했고, 또 다른 지인은 “술 먹다 고등학생이랑 시비 붙어서 때렸다는 얘기를 자랑스럽게 했다”고 전했다.
박대성은 군 복무 기간에도 문제를 저질렀다고 한다. 인터뷰에 응한 박대성의 군대 선임과 후임은 박대성이 가혹행위와 동성 후임 성폭행으로 만창(영창 최장기간인 15일)을 갔었다고 전했다. 선임은 “선임인 나에게는 깍듯했는데 후임들을 대할 때는 욕하면서 눈빛이 딱 변하더라”며 “외출 나갔을 때 한 후임과 주먹다짐을 해 징계받기도 했다”고 얘기했다.
박대성은 경찰 조사에서 “당시 소주 4명을 마신 상태여서 범행 상황이 기억나지 않는다”고 진술한 바 있다. 그러나 사건 당일 그를 목격한 사람들은 박대성이 만취 상태로 보이지 않았다고 한입으로 말했다.
인근의 한 상인은 “(박대성이) 골목 들어오자마자 아무 일 없다는 듯이 걸어오는 걸 보고 더 화가 나더라. 걷다가 웃기까지 했다”며 “만취라는 건 말도 안 된다”고 했다.
검거 직전 박대성을 제압하고 경찰에 신고한 시민은 “황당한 게 박대성이 만취라고 했는데, 나를 정면으로 3~5번 (발로) 찼다. 만취 상태에는 그렇게 못 한다”고 JTBC에 말하기도 했다.
박대성은 살인 혐의로 지난 4일 검찰에 구속 송치됐다. 그는 지난달 26일 0시44분쯤 순천시 조례동 거리에서 여고생 A양(18)을 흉기로 여러 차례 찔러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다. 사건 당시 A양은 몸이 불편한 아버지를 위해 약을 사러 나왔다가 변을 당한 것으로 알려져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사건 당시 A양을 최초 목격했던 시민은 SBS에 “마지막에 내가 들었던 ‘살려달라’는 말이 계속 머릿속에서 맴돈다”며 “살려달라고 했는데 못 살리고 죽었다는 것이 너무 괴롭다. 지금도 계속 가슴을 친다. 죽어서도 못 잊을 것 같다”며 울먹였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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