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산부 배지를 달고 지하철에 타봤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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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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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임산부 배지 |
| ⓒ 이지은 |
요즘 대학생들을 보면 취업으로 고통을 받고, 공부하느라 힘든 친구들이 많다는 것을 알고있다. 직장인으로서, 무엇보다 일을 하면 특히나 나는 서서 하는 직종이었기에 일 끝나면 좌석에 앉아서 잠에 취해 출퇴근을 했던 기억이 있다. 그리고 나보다 나이 많은 어르신 분들이 분명 많이 있을텐데 내가 임신했다고 한들, 사람들의 양보를 받는 것이 과연 정당한가? 이런 생각도 해 보았다.
나의 경우, 감사하게도 임신하고 입덧이나 다른 합병증이 없었던 터라, 32-33주까지는 무난하게 참고 일을 할 수 있었다. 그런데 34주가 지나며 속도 쓰리고, 사람이 많은 공간에서는 숨이 차기도 하고, 배뭉침도 느껴져서 오래 서 있고 걷는 게 부담이다라는 생각이 조금씩 더 들기 시작했다. 최대한 불필요한 외출을 삼가다가 잡은 약속, 경춘선에서 중앙선으로 갈아타서 청량리로 가는 일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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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임산부 배려석 위치 |
| ⓒ 이지은 |
그렇게 한두 정거장이 지나고 갑자기 앉아 계시던 아주머니께서 나의 임신 배지를 보신 듯하다. 갑자기 흠칫 놀라시더니 "안 힘들어요?" 라고 물어보신다. 나는 몇 정거장만 더 가면 돼서 괜찮다고 했다. 그리고 옆에 계셨던 어르신께서 옆에 핑크카펫에 앉은 분을 보고는, "세상이 어떻게 되려고..."라고 하시며 다음에 내린다고 얼른 자리를 비켜주셨다.
두 번째, 나는 이날 운이 좋았던 것 같다. 이번에도 만차였는데, 앉아계셨던 어머님이 나의 배지를 발견하고는 자리를 비켜주셨다. 임신을 했다는 특수성이 있지만, 우리나라 정서상 어르신들에게 자리를 비켜드려야 하는 입장에 있다가 내가 배려를 받으니, 고마우면서도 마음이 편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다행히 그 다음역에서 어떤 승객분이 내리면서 그 자리에 어르신이 착석을 할 수 있게 되었다. 내 옆에는 어머님의 남편분이 타고 계셨는데, 이런 배려가 너무 고마워서 내릴 때 어머님께 감사하다고 다시 인사를 드렸고 어머님이 방긋 웃으셔서 기분 좋게 목적지까지 올 수 있었다.
돌아가는 길, 다시 잘 갈 수 있을까?
가는 길, 거의 만차였지만 핑크카펫이 비어 있었다. 사실 핑크카펫 자리가 있는 끝 좌석은 기대서 잠을 자기도, 휴대전화를 하기에도 편한 좌석이라 가장 먼저 앉고 싶은 좌석인데 그 자리가 비어 있으니 나는 눈치 보지 않고 앉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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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임산부 좌석 |
| ⓒ 이지은 |
초기임산부도 배려를 받을 수 있도록 하자고 하지만, 평소 지하철을 많이 타고 다니는 친구들의 경험을 들어보니 경우에 따라 천차만별이라며고 한다. 바로 앞에서 배지를 흔들어도 임산부이든 말든 신경을 하나도 안 쓰고 자기 할 일만 하는 사람들도 많다며 화가 난다고 했다.
맘카페에는 배려석이라고 하지 말고 지정석이라고 하자는 의견부터 차라리 노약자석으로 옮기는 것이 낫다는 등 배려를 받지 못한 임산부들의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임신을 했다고 대접을 받고 싶은 건 아니지만, 해보니 확실히 후기로 갈 수록 더 힘들고 이런 배려에 큰 고마움을 느끼게 된다. 좋은 경험들이 더 쌓이고 공유되어 많은 여성분들이 임신을 결심하고 순산까지 잘 갈 수 있기를 많은 분들이 도와주시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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