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을 열며] 만약에 트럼프가 군대에 갔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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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을 직접 겪은 지도자들이 군사력 사용에 훨씬 신중한 태도를 보인다는 사실은 역사 속에서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다.
스티븐 길런 오클라호마대 명예교수가 쓴 '전쟁과 대통령'을 보면 1950년대 이후 집권한 미국 대통령 중 제2차 세계대전에 참전했던 사람은 7명이다.
트럼프가 베트남전에 참전했다면 전 세계를 혼란에 빠뜨리고 있는 이란 전쟁을 그렇게 쉽게 일으킬 수 있었을까 하는 헛된 가정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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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을 직접 겪은 지도자들이 군사력 사용에 훨씬 신중한 태도를 보인다는 사실은 역사 속에서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다. 스티븐 길런 오클라호마대 명예교수가 쓴 ‘전쟁과 대통령’을 보면 1950년대 이후 집권한 미국 대통령 중 제2차 세계대전에 참전했던 사람은 7명이다. 바로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존 F 케네디, 린든 존슨, 리처드 닉슨, 제럴드 포드, 로널드 레이건, 조지 H W 부시 등이 그들이다.
유럽연합군 최고사령관이었던 아이젠하워는 노르망디 상륙작전을 지휘했고, 1941년 진주만 공습과 함께 미국이 2차 세계대전에 참전했을 때 케네디는 자진 입대해서 어뢰정 지휘관으로 복무했다. 아이젠하워는 대통령이 된 뒤 군사력 사용을 최대한 억제하는 정책을 선택했다. 케네디는 쿠바 미사일 위기 당시 미군 지도부가 쿠바에 대한 공습과 침공을 요구했지만 봉쇄와 협상을 선택했다. 결과적으로 핵전쟁을 피할 수 있었다. 전쟁 경험이 무조건 전쟁을 막지는 못한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미 해군 최연소 전투기 조종사였던 부시는 대통령이 된 뒤 걸프전을 지휘했다. 흥미로운 점은 전쟁의 목표를 매우 제한적으로 설정했다는 것이다. 당시 미국은 쿠웨이트를 해방한 뒤 이라크 수도까지 진격하지 않았다. 당시에는 논쟁이 있었지만 전쟁의 출구를 명확히 설정한 전략적 판단으로 평가된다.
참전 경험이 있는 지도자들이 결코 평화주의자는 아니었지만 무력을 사용할 때는 누구보다 신중했고, 전쟁은 더 큰 비극을 막기 위한 최후의 보루였다. 첫 임기 땐 전쟁 개입에는 거리를 뒀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두 번째 임기를 맞아 미국의 힘을 여지없이 과시하고 있다. 미국이 ‘장대한 분노(Epic Fury)’라는 거창한 이름으로 시작한 이란 전쟁이 벌써 4주째로 접어들었다. 지난 1월 베네수엘라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의 체포작전을 미군 희생 없이 성공적으로 끝내면서 대규모 해외 군사작전에 대한 자신감이 이란 전쟁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대규모 공습과 이란 지도자들의 제거를 통해 이란 내부의 반란을 부추겨 정권을 무너뜨릴 수 있다는 오판도 자리 잡고 있다.
전쟁은 자신의 기분에 맞춰 멈췄다 시작했다를 반복하는 ‘관세 전쟁’과도 차원이 다르다. 관세는 줄이거나 취소하면 그만이지만 한번 터진 포성은 되돌릴 수 없는 비극의 연쇄를 부른다. 비판자들은 ‘타코’(TACO·트럼프는 항상 꽁무니를 뺀다)라는 말로 트럼프를 조롱해 왔다. 역시나 이란 전쟁에서도 거친 수사로 벼랑 끝까지 몰아붙이다가도 결정적인 순간에는 교묘하게 발을 빼는 일을 반복하고 있다. 그에게 전쟁은 마지막 수단이 아니라 거래를 위한 도구로 전락한 듯한 느낌이다.
1960년대 베트남전 징집 대상이었던 트럼프는 네 차례 징집 유예 끝에 1968년 면제받았다고 한다. 그해는 미국 청년 30만명이 입대했던 때였다. 트럼프의 면제 사유는 발뒤꿈치에 난 돌기 때문이었다고 하지만 허위진단서일 가능성이 크다는 언론의 의혹 보도가 있었다. 트럼프가 베트남전에 참전했다면 전 세계를 혼란에 빠뜨리고 있는 이란 전쟁을 그렇게 쉽게 일으킬 수 있었을까 하는 헛된 가정도 해본다. 그만큼 전쟁으로 인한 피해가 호르무즈 해협을 타고 전 세계에 엄청난 피해를 주고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가 멋대로 종전 선언을 한다 해도 전쟁의 영향은 오래도록 계속될 것이다. 비즈니스 협상 테이블에서는 언제든 자신의 말을 뒤집고 발을 뺄 수 있을지 모르지만 전장에서 흘린 피와 무너진 삶의 터전은 결코 전쟁 종료 한마디로 되돌릴 수 없다. 전쟁은 최후의 선택이어야 한다.
맹경환 문화체육부 선임기자 khmae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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