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풍·MBK 공개매수 마지막날‥투자자들 ‘청약참여 vs 기다린다’

임정수 2024. 10. 4. 10:32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청약 지분 '하한' 넘겨야 공개매수 성공
고려아연 자사주 매입가 83만원 가격 메리트
추가 가처분 등에 자사주 매입 차질 빚을수도
투자자들, 수익률 확정 위해 막판 청약 참여 가능성

고려아연이 3조원 규모의 자사주 공개매수로 반격에 나선 가운데 투자자들이 어느 쪽 공개매수에 참여할지를 두고 고민에 빠졌다. 고려아연이 제시한 공개매수 가격이 83만원으로 높아 가격 측면에서 상대적으로 좋은 조건이다. 하지만 영풍·MBK파트너스가 고려아연의 자사주 매입에 다시 가처분 등의 소송을 제기하면서 고려아연의 자사주 매입이 계획대로 진행될지 불확실한 상황이다. 자칫 영풍·MBK가 다시 제기한 가처분이 인용되기라도 하면 자사주 매입이 무위로 돌아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공개매수 성공 마지노선 144만주

영풍·MBK가 고려아연 지분을 추가로 확보하기 위해 추진하는 공개매수는 이날(4일) 마감된다. 영풍·MBK는 지난달 13일부터 이날까지 주당 75만원에 144만~302만주의 고려아연 지분을 매입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통상 공개매수 청약 물량이 마지막 날 몰린다는 점을 고려하면 공개매수 성패 여부를 아직 확신하기는 어렵다.

영풍·MBK는 공개매수 기간에 ‘청약 지분이 최저 하한(144만주)에 다소 미달하더라도 청약 신청 물량을 매입해도 되는지’ 금융당국에 질의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조금이라도 고려아연 지분을 더 확보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하지만 당국이 최저 물량 이상을 매입해야 한다는 유권해석을 내리면서 최소 144만주 이상의 청약이 들어와야 공개매수에 성공할 수 있게 됐다.

이 가운데 고려아연이 자사주 공개매수가를 83만원으로 높이면서 투자자들에게 더 높은 수익률을 제시했다. 영풍·MBK의 공개매수가 75만원보다 주당 8만원 더 높다. 고려아연의 자사주 매입은 이날부터 23일까지 최저 121만~327만주 범위에서 진행된다. 고려아연 지분을 보유한 투자자 입장에서 더 매력적인 가격 제안을 받은 셈이다.

고려아연의 대항 공개매수는 영풍·MBK의 추가 지분 확보를 막기 위한 대책으로 보인다.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고려아연은 매입 자사주를 모두 소각하기로 해 공개매수에 성공하더라도 매입한 지분을 의결권으로 활용할 수 없다"면서 "높은 매입가를 제시해 영풍·MBK의 공개매수에 청약하려는 투자자들의 발길을 돌리게 하려는 조치"라고 풀이했다.

추가 가처분도 변수‥자사주 매입 불확실성

고려아연 지분을 보유한 주요 기관 투자자들이 영풍·MBK가 추진하는 공개매수에 들어가 수익률을 확정하려 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영풍·MBK가 고려아연의 자사주 공개매수에 각종 소송으로 대응하면서 자사주 매입이 계획대로 진행되지 않을 수 있다는 불안심리 때문이다.

기자회견장 입장하는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영풍·MBK는 지난 2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자사주 취득 공개매수절차중지 가처분’을 제기했다. 더불어 자사주 취득 공개매수에 찬성한 이사들에 대해 형사고발 조치했다. 고려아연의 공개매수 마감일인 23일 전에 자사주 매입 가처분이 인용되거나 법적 이슈가 제기되면 고려아연의 자사주 매입 계획이 크게 차질을 빚게 된다.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기관 투자가들은 보통 불확실성이 큰 높은 기대수익보다는 확실한 수익률을 선호한다"면서 "투자자들이 어느 쪽 공개매수에 들어갈지는 패(청약 결과)를 열어봐야 알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보유 지분이 많지 않은 개인 투자자의 경우 주가가 영풍·MBK가 제시한 공개매수가보다 높게 형성되면 시장에서 매각해 수익률을 확정할 수 있다"면서도 "물량이 많은 기관은 대량 매물로 인한 주가 하락 우려 때문에 장내에서 팔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자사주 매입 가처분을 놓고 양측의 논리 싸움도 거세지고 있다. MBK 측은 앞서 기각된 가처분과 새로 제출한 가처분과는 서로 다른 별건에 해당한다고 강조하는 반면, 고려아연은 영풍·MBK가 다시 제기한 가처분의 내용이 앞선 가처분에서 모두 기각된 내용이라고 일축했다.

영풍·MBK는 전날 보도자료에서 지난달 13일 제기한 1차 가처분이 영풍· MBK의 ‘고려아연의 특별관계자’ 여부를 가리는 것이라면, 지난 2일의 추가 가처분은 고려아연이 추진하는 공개매수의 ‘배임 및 위법성’을 이유로 이를 중단시키려는 가처분이라며 서로 다른 성격의 가처분임을 강조했다.

또 배당가능익에서 임의적립금을 제외하면 이사회만으로 가능한 자사주 매입 한도가 586억원에 불과하며 이 내용도 가처분에 포함돼 있다고 설명했다. 가처분이 인용되면 자사주 매입 물량이 586억원으로 줄어들 수 있다는 점을 경고한 것이다. 이에 대해 고려아연은 자사주 매입 한도가 6조원에 해당하고 주주총회 없이도 이사회 의결만으로 자사주를 매입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기관 투자가들도 고려아연의 자사주 매입에 대한 자체적인 법리 판단을 하고 어느 쪽 공개매수에 들어갈지를 결정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임정수 기자 agrement@asiae.co.kr

Copyright ©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