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상찮은 투자 러시, 중국의 AGI 시대는 딥시크가 연다

임선영 2026. 5. 23. 1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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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AI미래지도] 700억 위안까지 제시되는 딥시크의 투자 러시

[임선영 기자]

 중국 AI기업 딥시크의 창업자 량원펑(오른쪽).
ⓒ CCTV캡처
중국 AI 스타트업 딥시크(DeepSeek)가 사상 초유 대규모 투자 라운드의 막바지에 서 있습니다. 블룸버그 통신의 5월 22일 보도에 따르면 이번 투자 유치 규모는 약 700억 위안(한화 약 15조 500억원)에 달하며, 투자 전 기업가치는 약 450억 달러(한화 약 67조 5,000억원)로 평가되고 있습니다.

이는 중국 테크 스타트업 역사상 최대 규모의 첫 투자 유치 사례가 될 전망입니다. 그러나 이번 투자 라운드에서 정말 주목해야 할 것은 단순한 자금의 규모가 아닙니다. 누가, 왜, 어떤 조건으로 이 거대한 자금을 투입하는지에 중국 AI 산업의 현재와 미래가 고스란히 담겨 있기 때문입니다.

량원펑, 200억 위안을 개인 자금으로 투입한 이유

이번 투자 라운드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점은 창업자 량원펑의 행보입니다. 그는 개인 자금으로 약 200억 위안을 투자할 예정입니다. 이는 단순한 지분 희석 방어 차원을 넘어 회사에 대한 절대적인 통제권을 유지하겠다는 강력한 의지의 표현입니다.

실제로 량원펑은 이번 투자 라운드에 앞서 지난 4월, 직접 증자를 통해 지분률을 기존 1%에서 34%로 대폭 확대했습니다. 직접·간접 지분을 합산하면 약 84.29%의 주식을 통제하며 의결권은 100%에 가깝습니다. 닝보청언(宁波程恩)·닝보청신(宁波程信)·닝보청푸(宁波程普) 등 다층 유한합자 구조를 통해 설계된 지배 구조입니다. 이는 "자본은 들어올 수 있지만 모델 통제권은 협상 테이블에 올리지 않겠다"는 분명한 의지입니다.

왜 그토록 완강하게 경영권 지키려는 것일까요? 그 답은 량원펑이 투자자들에게 한 약속에 있습니다. "우리는 오픈소스 AI 진영을 계속 추구할 것이며 AGI(범용인공지능)라는 더 큰 목표에 집중하겠다. 단기적인 이익보다 기술적 한계를 확장하는 것이 우리의 우선 과제다". 이는 곧 투자는 받지만 외부 자본의 논리에 휘둘리지 않고 연구 중심의 장기적 비전을 끝까지 밀고 나가겠다는 선언입니다.

텐센트와 산업 자본이 투자하는 이유

이러한 량원펑의 철학에 공감하며 거액을 투자하기로 한 기업들이 있습니다. 텐센트는 약 60억 위안을 투자하여 약 2%의 지분을 확보할 예정입니다. 텐센트의 투자 목적은 명확합니다. 자사의 핵심 플랫폼인 위챗과 클라우드, 에이전트에 딥시크 모델을 깊이 통합시키기 위함입니다.

현재 위챗 검색 기능에는 이미 딥시크의 추론 모델이 시범 도입되어 있으며 자체 모델 훈위안과 동시에 적용되는 구조입니다. 이들은 위챗과 연결되어 있는 다양한 서비스를 에이전트로 진화시키는 원동력이 됩니다.

또 다른 흥미로운 투자자는 세계 최대 배터리 제조업체인 CATL(닝더스다이)입니다. CATL의 투자 배경에는 AI 데이터센터라는 인프라 사업의 확장 전략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딥시크는 현재 내몽골 자치구에 자체 데이터센터를 건설 중이며 현지에서 운영 인력을 채용하고 있습니다.

AI 모델을 구동하려면 막대한 전력이 필요하고, 그 전력을 효율적으로 관리하려면 대규모 에너지 저장 시스템이 필수적입니다. CATL은 바로 그 지점에서 단순한 재무적 투자자를 넘어 핵심 인프라 파트너로 자리매김하려는 것입니다.

징둥과 넷이지 역시 투자 협상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으나, 아직 세부 조건은 확정되지 않았습니다.
 딥시크 초기 화면
ⓒ 딥시크
중국 정부가 딥시크에 부여한 역할, AGI 시대의 선봉

이번 투자 라운드에서 중국 정부의 전략적 의중을 가장 극명하게 보여주는 것은 국가인공지능산업투자기금(国智投)의 존재입니다. 이 기금은 약 100억 위안 규모의 투자를 논의 중이며, 이는 중국 정부가 딥시크를 단순한 유망 스타트업이 아닌 국가 AI 전략의 핵심 자산으로 인식하고 있음을 방증합니다.

국가 기금의 투자는 곧 "AGI가 국가적 전략 우선순위"라는 강력한 정책 시그널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현재 중국은 반도체, 클라우드, 고성능 컴퓨팅 등 AI 인프라 생태계 전반에 걸쳐 광범위한 산업 정책을 펼치고 있으며 딥시크는 이 거대한 그림의 가장 선두에서 AGI라는 깃발을 들고 달려가는 선봉장 역할을 합니다.

특히 최근 발표한 딥시크V4 가 자국산 칩 위에서 추론 완료한 사례로 미루어 볼 때 중국의 반도체 자립 전략도 더불어 속도를 낼 듯 합니다. 모델과 반도체 산업 양 측면에서 딥시크의 역할은 상당히 큽니다.

AGI 시대를 위한 정부, 투자사, 기업의 협업

이번 700억 위안 투자 유치는 중국 AI 산업의 방향성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분수령입니다. 창업자의 확고한 독립 의지, 대기업들의 전략적 제휴, 그리고 국가의 정책적 뒷받침이라는 세 개의 축이 정렬되어 '단기적 수익'이 아닌 '기술적 한계 돌파'라는 목표 아래 집결한 것입니다.

수년 전만 해도 중국의 인터넷 산업은 '앱 경제'와 '비즈니스 모델 혁신'으로 대표되었습니다. 그러나 지금, 딥시크를 중심으로 한 AI 투자 러시는 그 무게 중심이 원천 기술과 기초 연구로 이동하고 있음을 시사합니다.

물론 위험은 존재합니다. 막대한 자금이 투입된 만큼 언젠가는 그에 상응하는 성과를 입증해야 합니다. 그러나 최소한 지금 이 순간 중국의 AGI를 향한 여정에서 가장 강력한 엔진이 어디에 있는지 묻는다면 그 답은 분명해 보입니다. 그 중심에는 700억 위안이라는 거대한 신뢰를 등에 업고 오로지 기술 혁신을 향해 항해하는 딥시크와 량원펑이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 임선영씨는 중국전문가로 <중국경제미래지도>의 저자입니다. 이 글은 본인의 페이스북에도 올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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