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약 택배, 위고비도 가능" 시골약국 불법장사 못잡는 이유

평소 디스크 증상 등으로 허리가 아픈 A씨는 최근 지인들에 '유명하다'고 들은 강화도 B약국을 찾았다. 의사가 내준 처방전 없이 "허리 아파서 왔다"는 A씨 말에 이곳 약사는 한 달 치 약을 곧바로 조제해줬다. 부작용 설명 같은 복약 지도는 없었다. B약국에선 약이 떨어지면 굳이 오지 않아도 택배로 보내줄 수 있다고 안내했다. A씨는 강화도와 먼 경기도 소재 집으로 한 달 치 약을 배송받았다.
면(面)에 위치한 B약국은 의사 처방 없이 약 조제가 가능한 '의약분업 예외지역' 약국이다. 하지만 의료취약 주민보다 타 지역 환자 중심으로 전문의약품을 내주는 '처방 성지'가 됐다. 사흘 치 넘는 전문의약품 조제, 약 비대면 배달 등은 허가 범위를 넘어선 약사법 위반이다. 특별한 약이라는 홍보와 달리, A씨가 먹은 약도 소염진통·근육이완 성분의 전문의약품이 중복으로 들어갔다. 현직 약사는 "과잉처방으로 문제가 많다"고 꼬집었다.
이러한 '묻지마 조제'가 일부 의약분업 예외지역 약국에서 공공연히 이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병·의원과 약국이 없거나 떨어진 읍면·도서 주민의 의약품 사용 불편을 해소한다는 제도 취지를 악용하는 셈이다. 이는 결국 약물 오남용 등을 부추겨 국민 보건을 위협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의약분업 예외 약국 '묻지마 조제' 적발, 5년간 32건

대표적인 적발 유형은 전문의약품 3일분 초과 조제, 처방전 없이 마약 성분·전문의약품 판매, 약 택배 배송 등이다. 22년 10건, 지난해 7건, 올해 1~8월 6건 등 꾸준하다. 지역도 경기부터 제주까지 전국에 걸쳐있다. 법 위반 사실이 3번 들통난 부산의 모 약국은 아예 등록 취소됐다.
들통 후에도 위법 반복…"위고비 처방 가능" 약국도
문제는 이들 약국이 여전히 '약장사'를 이어간다는 것이다. 앞서 영업정지를 받은 적 있는 경기 지역 C약국에 전문의약품 조제 여부를 물어보니 "원하는 날짜만큼 약을 내줄 수 있다"고 했다. 부산의 D약국은 "원칙은 3일 치까지 처방이지만, 환자와 가족이 같이 오면 두 사람 이름으로 6일 치까지 해 줄 수 있다"면서 "일단 처음에 와서 약을 받으면, 그다음부터 배달도 된다"고 강조했다.
강화 B약국 같은 '단속망 밖' 사례를 고려하면, 적발되지 않은 법 위반 약국은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실제로 경기·강원 지역 의약분업 예외지역 약국 20여곳에 전화했더니 "허리에 잘 듣는 약이 있으니 일단 오면 4일 치 이상 조제해주겠다"라거나 "(비만 치료제) 위고비 처방도 가능하다"는 곳이 나왔다. 익명을 요청한 약사는 "조제료 명목으로 약값을 일반 약국보다 몇배 올려 받으니 의약분업 예외를 악용하는 약국들의 이익이 꽤 클 것"이라고 말했다.
건보 청구 '0'도 33%…"강력한 근절 대책 시급"

건강보험을 통한 통제도 쉽지 않다. 의약분업 예외지역 약국 가운데 건강보험 청구가 아예 '0'인 약국은 올해 1~8월 기준 100곳으로, 전체의 32.7%에 달한다. 반면 전국 약국 중 건보 청구가 전혀 없는 곳은 4.4%(1109곳)에 불과하다. 일반 약국과 비교해 의약분업 예외지역 약국들이 환자에 약값 부담을 전부 지우고, 건보 관리·감독도 안 받는 경우가 훨씬 많다는 의미다. 환자에 적절한 약 조제가 이뤄졌는지 확인하기도 어렵다.
이는 약 오남용 등 국민 건강을 위협하는 부메랑으로 돌아온다. 서명옥 의원은 "돈벌이에 제도를 이용하는 일부 약사들 때문에 의료 취약지 주민, 성실한 약사 등에 피해가 전가될 것"이라면서 "약 오남용 등을 막기 위해서라도 현지조사 확대, 처벌 규정 강화를 비롯한 강력한 근절 대책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정종훈 기자 sake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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