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방 지킨 한동훈, ‘용산 역린’ 건드렸다…이재명은 ‘활짝’

최은희 2024. 10. 18. 0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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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보선 승부처 ‘부산 금정’ 사수한 한동훈
韓 “김 여사 활동 중단·인적 쇄신” 용산 압박
尹 독대에서 김여사 문제 해결 요구할 듯
이재명 “韓, 승리 축하” 덕담…적전분열 의도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연합뉴스

10·16 재보궐 선거에서 텃밭을 지킨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용산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윤석열 정부의 ‘역린’인 김건희 여사 문제를 당정 쇄신의 최우선 과제로 거론하면서다. 더불어민주당은 “한 대표의 승리를 축하한다”며 적전 분열을 노리고 있다. 

최대 승부처로 꼽힌 부산 금정구청장 보궐선거에서 승전보를 울린 한 대표는 선거 다음날인 17일, 곧바로 김 여사를 향한 요구를 공개적으로 쏟아냈다. 영부인 대외활동 중단·대통령실 인적쇄신·각종 의혹사건 진상규명 협조 등이다. 

한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김 여사 관련 대통령실 인적 쇄신이 반드시, 시급하게 필요하다”, “김 여사가 대선 당시 약속한 대로 대외 활동을 중단해야 한다”, “제기되는 의혹을 규명하기 위해 필요한 절차가 있다면 적극적으로 협조해야 한다” 등의 작심 발언을 내놨다. 비공식으로 전달할 수 있는 요구 사항을 공론화함으로써 당정의 쇄신 의지를 강조했다는 평가다.

김 여사 문제는 국민의힘의 ‘아킬레스건’으로 통한다. 김 여사는 지난 20대 대통령선거 때부터 현재까지 각종 정쟁과 의혹의 당사자로 지목돼 왔다. 등장할 때마다 폭발적인 영향을 끼쳤다. 7시간 통화 녹취록을 시작으로 명품백 수수 논란·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이 도마에 올랐다. 김 여사와 한 대표가 직접적으로 연관된 사건도 여럿이다. 문자 읽씹 논란과 ‘한동훈 공격 사주’ 의혹이 대표적이다. 김 여사 문제가 ‘윤·한 갈등’의 단초로 작용했다는 게 정치권 내 공공연한 해석이다. 최근에는 정치브로커 명태균씨 폭로로 불거진 ‘공천 개입 의혹’·김건희 라인(한남동 라인) 논란이 태풍의 눈으로 부상하면서, 여권에선 자조의 탄식이 터져나왔다. 공천 개입을 입증하는 ‘스모킹건’이 나올 경우, 야당에 탄핵 명분을 제공하며 당정이 공멸할 수 있다는 우려마저 커지는 상황이다.

한 대표는 다음 주 초 예정된 윤 대통령과의 독대 회동에서 김 여사 문제 해법을 강하게 요구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이날 밝힌 3대 요구에 윤 대통령이 어떤 응답을 내릴지 관심이 쏠린다. 수용 여부에 따라 당정 관계는 물론 여권의 권력 지형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 윤석열 대통령.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은 여권의 ‘적전 분열’을 노리는 모양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이날 서울 여의도 CCMM빌딩에서 개최된 2024 국민미래포럼에 참석한 후 기자들과 만나 “전통적으로 여당 강세(지역)은 여당 강세가 나타났는데, 한동훈 대표에게도 승리를 축하한다”며 뜻밖의 덕담을 건넸다.

그는 “이번 선거 계기로 여당과 정부도 일신해서 국민들의 뜻이 어디에 있는지 잘 새기고 국민들이 불안하지 않도록 미래 희망 가지도록 좋은 정책 펼쳐나가길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또 “국민의 선택을 존중하고 국민 선택이 갖는 의미를 잘 새겨서 더 나은 세상, 더나은 국민들의 삶을 개척하도록 최선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이재명 대표의 발언은 그간 윤석열 정부와 대치해온 자신의 위상을 재확립하는 동시에 ‘반윤(反尹) 전선’의 주도권을 민주당이 쥐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려는 의도”라며 “일종의 대통령과 집권여당 대표의 간격을 벌리는 메시지를 던지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 대표가 ‘당정 분리’에 힘을 싣는 것을 두고 당내 의견은 엇갈린다. 친한계 김종혁 최고위원은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유권자가 국민의힘에 마지막 기회를 준 것”이라며 “김대남·명태균 파동으로 상징되는 김 여사 논란과 지금도 진행 중인 의정 갈등을 국민의힘이 책임지고 해결하라고 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4선 박대출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11일 “‘한지붕 두가족’이 되면 누구에게 좋을까. 옆집 이재명만 웃는다. 분열은 공멸이다”라고 한 대표를 겨냥했다.

윤·한의 불협화음이 장기화하는 것은 양측에게 커다란 부담이다. 윤 대통령에게는 독선의 이미지가, 한 대표에게는 정치력 부재의 이미지가 고착될 수 있다. 향후 주도권을 잡는 측과 뺏기는 측 모두 상대를 인정하지 않을 경우, 웃는 쪽은 민주당이다.


최은희 기자 joy@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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