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앱 ‘2강’ 된 배민...쿠팡이츠 안 따라 했더라면 [취재수첩]
배달앱 1위 배달의민족 아성이 위태롭다. 서울·수도권 기준 쿠팡이츠에 1위를 내줬다는 소식이 최근 전해졌다. 김남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올해 8월 서울시 기준, 배민 카드 결제액 매출은 1605억원으로 쿠팡이츠(2113억원)에 크게 뒤졌다. 올 초부터 이미 업계에서는 ‘순위가 뒤집혔다’는 말이 들리긴 했지만, 두 눈으로 확인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후발주자에 업계 1위를 내주는 기업 스토리가 아예 없지 만은 않다. 하지만 배달앱 순위 바뀜은 조금 이채롭다. 1위 배민이 후발주자 쿠팡이츠 전략을 오히려 뒤따라가다 결국 순위가 뒤집힌 특이 케이스다.
높은 수수료율과 물가 인상 주범으로 배민이 집중포화를 맞긴 했지만, 시작은 매번 쿠팡이 먼저였다. 2021년 4월 쿠팡이츠는 주문 금액 대비 자영업자에 수수료를 매기는 ‘정률제’를 처음 들고 나왔다. 지금은 대중화된 한집배달 역시 쿠팡이츠가 먼저였다. 당시만 해도 배민은 월 정액제 광고 요금제만, 또 묶음배달만 운영했다. 배민은 같은 해 6월 단건배달 서비스를 시작하더니 2022년 3월엔 중개 수수료 정률제도 도입했다. 수수료 부담과 고물가 원흉으로 지목 받는 ‘무료배달’ 역시 쿠팡이츠가 2024년 3월 앞서 시작했다. 채 일주일도 안 돼 배민은 또 뒤따라 나섰다.
쿠팡이츠 뒤를 따라갈 때마다 배민이 내놨던 변명은 늘 같았다. ‘고객 만족을 높이기 위해선 수익성을 챙기지 않을 수 없다. 안 그러면 경쟁이 불가능하다’는 말이 반복됐다. 하지만 결과는 어떤가. 기어이 점유율 1위를 빼앗긴 데다, 1위 사업자란 이유로 욕은 욕대로 다 먹었다.
결과론적인 얘기지만 배민이 쿠팡이츠를 따라가지 않았으면 어땠을까 상상해본다. 정액제 수수료를 유지하고 무료 배달 도입을 거부한 배민. 점유율 싸움에선 더 빠르게 밀렸을지 몰라도 가장 중요한 이해관계자 중 하나인 점주 마음은 확실히 붙잡을 수 있었을 것이라는 얘기가 자영업자 사이에서 나온다.
이변이 없는 한 배민의 1위 재탈환은 쉽지 않다. 양사 서비스가 비슷비슷한 가운데, 자본력도 멤버십 파워도 쿠팡이 압도적이다. 이럴 바에는 수수료 책정이나 배달 방식에서, 이제라도 쿠팡과 다른 길을 모색해보면 어떨까 싶다. 과거 그들이 그렇게나 강조하던 ‘배민다움’은 이러한 파격에 있었다.
[나건웅 기자 na.kunwoong@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335호 (2025.11.19~11.25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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