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리스트 전공의 구속 영향?…신상공개 사이트 "갱신 중단"
집단행동에 동참하지 않는 전공의와 의대생 명단을 작성해 게시한 전공의가 구속된 가운데 의료계 '블랙리스트' 사이트가 갱신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21일 의료계에 따르면 근무 중인 의사와 학교에 남은 의대생들의 실명을 '감사한 의사 명단'이라며 비꼬듯 공개한 아카이브(정보 기록소) 사이트에는 지난 20일 "추가적인 업데이트는 더 이상 하지 않고 이제 리스트를 고정하겠다"는 공지가 올라왔다.
운영자는 그 이유에 대해 "어느 정도는 (아카이브의) 목적을 달성했다고 생각한다"며 "계속 언론에 소개되는 것이 윤석열 대통령 지지율에 좋지 않은 방향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악의적 실명 공개로 인해 의사 증원을 추진하는 대통령과 정부를 지지하는 목소리가 커지는 것을 우려한 것으로 보인다.
또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의사 명단을 잘못 올렸다가 삭제한 일을 거론하면서 "가정의학과 사건 때문에 스트레스도 많이 받아서 번아웃(burnout)이 왔다"고 했다.
운영자가 갱신을 중단하는 이유를 이렇게 밝혔지만 이번 결정은 의료계 블랙리스트를 작성한 사직 전공의가 구속된 것과도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스토킹처벌법 위반 혐의를 받는 사직 전공의 정모씨는 20일 증거 인멸의 염려가 있다는 이유로 구속됐다. 블랙리스트 작성·게시자가 구속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를 고려한 듯 '감사한 의사' 운영자는 이용자들에게 '보안 가이드라인'을 안내하기도 했다. 그는 "(아카이브) 링크를 카카오톡이나 네이버 댓글 등 국내 사이트에 올리면 안 된다", "제대로 된 가상사설망(VPN)과 익명 네트워크 토르(Tor)를 같이 써야 한다"는 지침을 알리면서 이를 어기는 건 '저를 잡아가 주세요'라는 것과 같다고 했다.
한편 서울시의사회는 21일 의료계 블랙리스트 작성자의 구속을 두고 '본보기식'이라고 규정하면서 "참담함을 금치 못하겠다"는 성명을 냈다.
서울시의사회는 "정부가 독재 정권 때처럼 공안 정국을 펼치고 있다"며 "정부의 실정 때문에 사지에 몰린 개인의 행위를 두고 이번 사태의 모든 책임을 전공의들에게 전가하는 정부 행태에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서울시의사회는 블랙리스트 작성을 정부의 초법적 행위에 대한 저항이라고 주장했다. 이 단체는 "정부는 6개월여에 걸쳐 공권력을 동원해 전공의 사직 금지, 의대생 휴학 금지 등 초법적 조치를 밀어붙였다"며 "잘잘못을 떠나 이에 대한 저항 수단으로 이런 일이 발생한 것"이라고 했다.
구속된 전공의를 면회한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의협) 회장도 "구속된 전공의와 리스트에 올라 피해를 입은 분들 모두가 정부가 만든 피해자"라며 "정부가 의사들 사이를 다 결딴내고 있다"고 규탄했다.
김지혜 기자 kim.jihye6@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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