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명차에 열광할까? 벤츠서 테슬라까지..'자동차 엠블럼 사전' 나왔다

자동차는 단순한 사물이 아니다. 다양한 제조업이 협력해야 겨우 만들 수 있다. 게다가 자동차 역사는 100년이 넘어갈 정도로 길다. 수많은 브랜드가 긴 세월 동안 나타나고 없어졌으며, 그 과정에서 사람들의 욕망이 뒤얽긴 서사가 생겼다.

자동차야말로 한 시대의 기술과 문화가 결합한 복합적인 존재다. 그만큼 자동차 브랜드를 이해하고, 나아가 산업 전체를 이해하는 일은 쉽지 않다. 각 브랜드의 역사와 자동차에 얽힌 이야기까지 두루 알아야 한다.

'자동차 엠블럼 사전(보누스간, 김태진ㆍ임유신 공저)'은 자동차를 향한 사람들의 욕망과 열정이 새겨진 역사를 책 하나에 담았다. 자동차 엠블럼을 출발점으로 삼아, 놀랍도록 흥미롭고 재미있는 자동차 이야기를 풀어낸다. 엠블럼에 담긴 상징적 의미에서 시작해 해당 브랜드의 탄생 배경과 역사적 사건, 주요 인물, 대표 모델 등을 알아본다. 여기에 오랜 세월 자동차 업계에 몸담은 저자의 단상과 해설이 더해져 독자에게 여러 생각거리를 던져준다.

자동차의 엠블럼을 보면 브랜드의 매력과 정체성을 알 수 있다는 애기다. 인기 있는 브랜드에는 반드시 서사가 존재한다. 자동차 브랜드도 마찬가지다. 한 브랜드의 설립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그 모든 곳에는 사람과 사람이 모여 만들어낸 서사가 있다. 이 서사를 알아야만 브랜드의 매력과 정체성이 무엇인지, 어떻게 지금의 지위에 올라 전 세계 마니아의 지지를 얻었는지 등을 알 수 있다.

예를 들어 아우디가 벤츠와 BMW가 벌이는 각축장을 비집고 고급차 시장에 어떻게 안착했는지를 이해하려면, 최초의 사륜구동 승용차 ‘콰트로’를 출시하던 시절과 싱글 프레임 도입이라는 디자인 혁신이 미친 영향을 되짚어봐야 한다. 메르세데스-벤츠의 고급스러움과 폭스바겐의 다재다능함을 이해할 때도 마찬가지다. 각 브랜드의 기나긴 여정을 자세히 추적해야 그들의 성공 요인과 전략, 나아가 정체성이 오롯이 드러나는 법이다.

자동차 업계의 서사에는 인간의 욕망, 경쟁, 혁신, 실패와 성공이 넘실댄다. 따라서 브랜드를 둘러싼 여러 인물의 서사도 둘러봐야 한다. 헨리 포드는 포디즘으로 대표되는 대량생산 방식으로 자동차 산업을 혁신했고, 일론 머스크는 전기차 시장을 향한 사람들의 눈초리를 한순간에 뒤바꿨다. 혼다 소이치로는 끊임없는 도전 정신으로 혼다의 독특한 기업 문화를 일구었으며, 정세영 회장은 포드의 투자 제안을 뿌리치고 첫 독자 모델인 포니를 개발하는 일을 이끌며 현대자동차의 기틀을 마련했다.

자기 확신과 의지가 어떻게 발전으로 이어지는지를 알려주는 좋은 사례다. 독자는 자동차 역사에 이름을 남긴 그들의 이야기에서 자동차 산업의 역동적인 변화를 생생하게 느끼고, 자동차 브랜드를 이해하는 안목 또한 키울 수 있다.

저자는 이처럼 자동차 업계에 숨은 이야기를 솜씨 좋게 찾아 독자에게 선사한다. 이 서사를 따라 자동차 역사를 여행하다 보면, 자동차가 현대 사회에서 어떤 의미의 존재인지, 왜 사람들이 자동차에 열광하는지 또한 알 수 있다. 자동차를 좀 더 사회문화적인 시선으로 바라보는 식견을 얻는 셈이다. 책에서 소개하는 이야기를 기반으로 우리가 자동차에 열광하는 이유 세 가지를 꼽자면 다음과 같다.

먼저 자동차는 삶을 풍요롭게 하고,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주는 존재라는 점이다. 자동차는 단순한 이동 수단을 넘어서는 존재다. 19세기 말, 카를 벤츠와 고틀리프 다임러가 최초의 자동차를 만든 이후, 자동차는 끊임없이 발전하며 우리 삶에 영향을 미쳤다. 헨리 포드가 모델 T를 대량생산하자, 평범한 사람도 자동차를 소유할 수 있었고, 당시 부유층에게만 허락된 이동의 자유를 모두가 누리는 계기가 마련됐다.

이뿐인가, 자동차는 물류를 혁신하고 관련 산업 발전을 촉진해 경제적 이익을 창출했다. 폭스바겐 미니 버스와 포드 머스탱은 당대 사람들의 교류와 연대에 영향을 주며 문화에 기여했다. 포르쉐 · 벤츠 · BMW · 람보르기니 · 페라리는 욕망과 혁신 사이에서 탄생한 명차 브랜드다.

그 다음으로 자동차는 기술 혁신의 결정체라는 사실이다. 최신 기술을 적용한 엔진, 변속기, 브레이크를 비롯해 자율주행 같은 첨단 기술에 사람들은 환호하고 빠져든다.

볼보는 3점식 안전띠를 개발해 자동차 안전의 새 기준을 마련했고, 토요타는 탁월한 하이브리드 기술로 연비 고민에 해결책을 제공했으며, 테슬라는 소프트웨어 중심의 차량을 선보이며 자동차 산업의 미래를 제시했다. 최신 기술은 늘 사람들에게 새로운 경험과 즐거움을 안겨주고, 미래를 향해 긍정적인 기대와 희망을 품게 한다. 자동차는 첨단 기술의 상징이 됐다.

마지막으로 자동차는 개인의 개성과 정체성을 표현한다는 점을 이해해야 한다. 사람들은 자신이 선호하는 자동차를 구매하면서 취향과 가치관을 드러낸다. BMW는 역동적인 주행 성능을 추구하는 사람들의 선택을 받고, 볼보는 안전의 대명사라는 이미지 덕분에 가족 고객이 많다. 람보르기니는 슈퍼카 마니아의 꿈과 열정을 상징하며, 탁월한 성능과 전통의 조화를 원하는 이는 포르쉐 911을 추종한다.

이 책은 여러 자동차 브랜드 뒤에 숨은 이야기를 깊이 탐구하고, 자동차 세계를 누구보다 진지하게 알고자 하는 이들에게 매우 매력적인 선택이다. 자동차에 관심이 있다면 누구나 쉽게 읽을 수 있도록 재미있게 쓰였지만, 단순히 지식 전달에만 초점을 맞추지도 않았다.

자동차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여러 시각에서 답할 수 있도록 다양한 측면에서 바라본 서사를 소개하고, 그 안에서 독자가 나름의 통찰도 얻을 수 있도록 단서를 제공한다. 엠블럼이라는 상징을 발판으로 자동차 산업의 거대한 역사를 탐험하면서 그 안에 굽이굽이 담긴 욕망, 열정, 기술 혁신, 문화 등과 관련한 이야기를 만나보는 일은 특별한 경험이 될 것이다.

서동민 에디터 dm.seo@cargu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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