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네이티브 초등학생이 CEO가 되는 시대
[이승환 기자]
AI 네이티브 초등 CEO의 탄생
미국 캘리포니아에 사는 퀸시(8세)와 잭슨 풀러(10세) 남매는 스타트업 '스터퍼(Stuffers)'의 공동 CEO다. 이 회사는 기업 판촉용 맞춤 봉제 인형을 만든다. 첫해 매출은 약 1억 5천만 원, 고객사 중에는 글로벌 소셜 미디어 기업 레딧(Reddit)도 있다. 포브스가 커버스토리로 다뤘고, 오픈AI가 직접 케이스 스터디로 공유했다. 스타트업 행사 '스타트업 그라인드'의 메인 스테이지에는 초등학생 두 명이 올라가 자신들의 사업을 피칭했다.
비즈니스 구조는 단순하지만 정교하다
기업이 "어떤 행사에서,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다"고 설명하면, 남매는 색연필로 캐릭터 스케치를 그린다. 이 손그림을 챗GPT에 업로드해 제조용 고해상도 이미지로 변환하고, 협력 공장에서 봉제 인형을 제작해 납품한다. 8살 퀸시는 피칭 자리에서 이렇게 말했다. "로고 박힌 펜이나 충전기는 금방 버려지지만, 인형은 버리지 않는다." 이것이 이 사업의 핵심 가치다.
포브스는 이 사례의 제목을 "이 가족에게 AI는 새로운 레모네이드 가판대다"라고 붙였다. 레모네이드 가판대는 미국에서 아이들이 처음으로 장사를 경험하는 문화적 상징이다. 놀이가 학습이 되고, 학습이 사업이 되는 구조, "미래의 학습"이다.
이 사례가 의미하는 것들
이 이야기를 "역시 미국, 역시 금수저"로 읽는 것은 절반만 맞다. 아버지 코비 풀러는 도어대시 등에 투자한 실리콘밸리 VC 파트너이고, 어머니는 아동복 브랜드 창업자다. 초기 고객 발굴, 매체 노출, 제조 파트너 섭외 모두에서 부모의 자본과 네트워크가 개입했다는 사실은 포브스도 숨기지 않는다. 그러나 여기서 멈추면, 정작 중요한 것을 놓친다.
핵심은 '플레이 러닝(Play Learning)'이라는 구조 자체다. 남매가 한 일은 그림 그리기였다.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고객의 요구를 듣고, 콘셉트를 설계하고, AI를 도구로 활용해 결과물을 만들어냈다.
AI는 이 과정에서 아이의 상상력을 대체한 것이 아니라 증폭시켰다. "아이디어와 콘셉트는 사람이, 구현과 보정은 AI가"라는 역할 분담 모델이 초등학생 수준에서도 작동했다는 것이다.
국내 조사에 따르면 한국 초등학생 두 명 중 한 명이 AI를 사용하지만, 사용 목적의 상당 부분이 과제 도움과 정서적 대화에 집중되어 있다. 같은 도구가 누군가에게는 숙제 대리인이 되고, 누군가에게는 사업 파트너가 된다. "AI로 무엇을 만들 수 있는가"를 경험한 적이 있는지, 없는지의 차이다.
AI 격차는 도구의 문제가 아니라 경험 설계의 문제다. 챗GPT는 누구에게나 열려 있다. 그러나 "문제를 정의하고, AI를 연결하고, 결과물을 만들어 설명해보는" 경험이 있는 아이와 없는 아이의 차이는 시간이 갈수록 벌어질 가능성이 높다.
프리틴 창업은 '조기 교육 신화'가 아니라 '플레이러닝의 극단적 사례'로 읽어야 한다. 풀러 남매가 특별한 이유는 천재여서가 아니라, 노는 방식이 자연스럽게 비즈니스로 이어지는 환경에 있었기 때문이다. 레모네이드 가판대가 문화인 나라와, 수학 학원이 문화인 나라의 차이가 여기서 드러난다.
교육의 방향은 "AI를 쓰지 말라"도, "AI가 다 해준다"도 아니다. "AI를 써서 무언가를 만들고, 누군가에게 설명하고, 피드백을 받아보는" 프로젝트 경험이 필요하다. 마을 축제 마스코트를 AI로 디자인하거나, 학교 브랜드 굿즈를 기획해보는 수업 같은 것이 그 출발점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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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초등학생의 AI 창업구조 |
| ⓒ 이승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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