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경만 KT&G 수석부사장, ‘에쎄’ 키운 KT&G맨…주주 달래기 변수 [CEO 라운지]
말 많던 KT&G 신임 대표이사 사장 인사가 최근 윤곽을 드러냈다. 차기 사장 후보로 방경만 KT&G 수석부사장(53)이 낙점됐다. 3월 말 예정된 정기 주주총회 의결을 통과하면 신임 대표로 최종 선임된다.
“방 수석부사장이 그간 보여줬던 역량과 성과에는 이견이 없다”는 게 중론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논란은 현재 진행형이다. 그간 일부 주주를 중심으로 제기됐던 ‘경영권 승계’라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한 인사인 탓이다. KT&G는 현 백복인 사장 3연임을 비롯해 2002년 민영화 이후 지금까지 내부 인사로만 사장을 선임해왔다. 방 수석부사장 역시 25년 넘게 한 기업에 몸담은 ‘KT&G’맨이다.

진출국 40 → 100여개…‘글로벌통’
KT&G 사장후보추천위원회(이하 사추위)는 최근 방 수석부사장을 최종 사장 후보로 결정했다. 사추위는 방 수석부사장을 비롯해 허철호 KGC인삼공사 사장과 권계현 전 삼성전자 부사장, 이석주 전 AK홀딩스 사장 등 2차 숏리스트에 오른 후보 4명을 놓고 심층 인터뷰를 진행한 결과 방 수석부사장을 낙점했다. 전문성과 사업 이해도가 높다는 점이 좋은 평가를 받았다는 얘기가 나온다.
김명철 KT&G 사추위원장은 “심도 있고 충분한 논의 끝에 방경만 사장 후보가 주주가치와 기업가치를 제고하는 데 있어 최적의 후보라고 의견을 모았다”고 밝혔다.
방 수석부사장은 한국외국어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뉴햄프셔대에서 경영학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1998년 KT&G 전신인 한국담배인삼공사에 공채 입사 후 브랜드실장, 글로벌본부장, 전략기획본부장, 사업부문장 등 회사 핵심 분야 전반을 두루 거치며 경험과 전문성을 쌓았다.
재직 기간 내 성과는 눈부시다. 2013년 브랜드실장 재임 당시 새로 선보인 ‘에쎄 체인지’는 에쎄가 국내 1위 브랜드로 거듭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국내 담배 시장점유율 수성에도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는 중이다. 에쎄 체인지를 내놓기 이전인 2013년 2분기 기준 KT&G 시장점유율은 61.3%였지만 지난해 4분기에는 66%까지 올라왔다.
글로벌 역량도 검증받았다. 글로벌본부장 재임 기간 동안 해외 진출 국가 수를 40여개 국가에서 100여개로 확대했다. 국가들을 권역별로 분류하고 그간 다수 인원으로 구성돼 있던 부서를 소규모 TF 형태로 재편하는 조직 개편에 나선 것이 주효했다.
현지 특성에 맞는 맞춤형 브랜드 포트폴리오를 구축하는 방식으로 기존 전략을 대대적으로 바꾼 것도 효과를 거뒀다. 글로벌본부장 첫해인 2015년 글로벌 판매량이 국내 판매량을 넘어섰고 2017년에는 사상 첫 해외 매출 1조원 돌파라는 성과를 내기도 했다.
지난해 KT&G가 비전선포식에서 발표한 ‘2027년까지 매출 10조원’ 목표도 경험 많은 방 수석부사장에게 힘을 실어준다. 2027년까지 4조원을 투입해 ‘전자담배(NGP)’ ‘건강기능식품’ ‘궐련담배 수출’ 등 3대 핵심 사업을 집중 육성하겠다는 내용이다. 특히 ‘글로벌 사업 매출 비중을 50%까지 늘리겠다’는 목표 달성에 있어, 사내 글로벌 전문가로 꼽히는 방 수석부사장이 적임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김정욱 메리츠증권 애널리스트는 “방 수석부사장의 글로벌 사업 총괄 경험이 발휘될 경우 NGP, 건기식, 일반궐련 등 사업 전반에서 글로벌 시장 침투 확대와 수익성 강화가 예상된다”며 “전략기획 담당 기간 동안 궐련형 전자담배 시장 확대 등 급변하는 담배 산업에 성공적으로 적응한 경험도 강점”이라고 평가했다.

3월 주총 넘고 주주 마음 돌려야
사장 후보로 낙점은 받았지만 선임이 최종 확정된 것은 아니다. 3월 말 예정된 정기 주주총회에서 동의를 얻어야 비로소 대표이사 사장으로 선임된다.
남은 길이 순탄치만은 않다. 재차 내부 인사 선임을 놓고 일부 주주 반발이 극심하다. 방 수석수사장은 백복인 사장과 함께 현재 KT&G 이사회 사내이사 2명 가운데 1명이다. 3연임 장기 집권했던 백 사장 측근으로 꼽힌다는 점도 부담이다.
후보 선정 때부터 내부 인사에 대한 공개 비판을 이어온 플래시라이트캐피탈파트너스(FCP)가 반발에 앞장서고 있다. FCP는 싱가포르계 행동주의 펀드로 KT&G 지분 약 0.4%를 보유 중이다.
올해 1월에는 그간 KT&G 전·현직 이사들이 자사주 활용 감시에 소홀해 회사에 손해를 끼쳤다며 1조원 규모 소 제기를 청구하는가 하면, 방 수석부사장을 콕 집어 “2021년 경영진 합류 이후 영업이익이 크게 감소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KT&G 관계자는 “공익재단 등의 자사주 출연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 이행이라는 공익 목적의 출연”이라고 밝혔다.
최근에는 국민연금에 ‘적극적인 의결권 행사를 촉구한다’는 내용의 서한을 발송하는 등 반대 세력 규합에 나서는 모습이다. 국민연금은 KT&G 지분 6.31%를 가진 2대 주주다.
한 재계 관계자는 “대주주인 국민연금과 기업은행이 FCP에 동조해 뜻을 함께할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면서도 “인사 논란이 뜨거운 것은 사실인 만큼, 다가올 정기 주총에서 어떤 설득력 있는 대답을 내놓을 것인지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발표한 3개년 중장기 주주환원 정책이 얼마큼 주주 마음을 돌렸을지도 관심사다.
KT&G는 오는 2026년까지 3년간 1조8000억원 배당, 1조원 자사주 매입·소각, 현재 보유 중인 자사주 절반에 해당하는 약 1000만주가량을 소각하기로 했다. 지난 2월 발행 주식 수 약 2.6%에 달하는 350만주 자기주식을 소각했고 하반기에도 추가로 자사주를 사들이고 매입 즉시 전량 소각하기로 했다.
반응은 나쁘지 않다. 글로벌 투자은행(IB)이 이례적으로 사장 후보 선임에 대한 긍정적인 코멘트를 담은 보고서를 냈을 정도다.
모건스탠리는 최근 발간한 KT&G 리서치 보고서에서 “방 후보가 투자자 피드백을 주주환원 정책에 반영하는 등 IR 활동에 적극적이었던 만큼, 사장 후보 선정이 긍정적으로 보일 수 있다”고 입장을 밝혔다.
수익성 제고도 당면 과제다. KT&G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액은 5조8724억원으로 역대 최고치였지만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7.9% 감소한 1조1679억원을 기록했다. 2020년(1조4732억원) 이후 3년 연속 내리막을 걷고 있다. 2015년 이후 담배 가격이 동결된 데다 글로벌 원자재 가격 상승, 부동산 부문 역기저 등이 겹쳤다. 감소세에 들어선 국내 흡연 인구도 구조적인 한계로 지목된다. 이와 관련해 KT&G 관계자는 “최근 3년간 매년 최대 매출액을 경신해왔으며, 3대 핵심사업의 경우 해당 기간 영업이익이 20% 가량 증가했다”고 밝혔다.
익명을 요청한 리스크관리 전문가는 “사업이 잘될 때는 문제가 없다. KT&G 내부 인사 논란 불씨가 된 것도 결국 부진한 수익성과 기업가치”라며 “방 수석부사장이 사장 취임 이후 뚜렷한 성과를 보이지 못할 경우, 인사 관련 잡음은 계속될 것”이라고 귀띔했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49호 (2024.03.06~2024.03.12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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