月400만원에도 못 구한다는 간병인…"日처럼 하자" 나온 목소리
수요 대비 공급이 부족해 '월 400만원'에도 구하기 어려운 간병인 제도를 손질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필리핀 가사관리사가 서울에 시범적으로 들어온 가운데, 간병비 부담을 줄이고 인력난을 풀 수 있는 외국인 간병인을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한편에선 간병인력 양성과 관리·감독 등 간병 서비스 개선을 내세운 법안도 발의됐지만, 풀어야 할 숙제가 적지 않다.
2일 간병업계 등에 따르면 국내 간병인 수는 약 12만명으로 추정된다. 상대적으로 고된 업무 특성상 간병인 대부분은 중국 동포다. 이들의 고령화, 신규 진입 감소 등이 겹치면서 1대1 전담 간병인이 필요한 병원 입원 환자·보호자는 한 달에 400만원가량 줘도 원하는 사람을 구하기 쉽지 않다. 요양병원에선 대체로 환자 3~6명당 간병인 1명이 근무하는 식의 '공동간병'이 이뤄진다.
국내 고령화 속도가 빨라지면서 향후 노인·중증 환자 중심으로 간병 수요가 더 늘어날 전망이다. 이미 '사적 간병비' 규모는 2008년 3조6550억원에서 2018년 8조240억원으로 급증했다는 연구 결과(‘사적 간병비 규모 추계와 간호간병통합서비스 정책적 시사점’)도 있다.
이모(45)씨는 지난해 파킨슨병 진단을 받은 74세 어머니 입원에 따른 간병비로만 월 400만~450만원씩 내고 있다. 그는 "병원비보다 간병비 부담이 훨씬 크다"면서 "외국 간병인이라도 있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라고 말했다. 간병 사회적 협동조합인 '굿케어'의 장재영 대표는 "사람을 구하기 어려우니 환자·보호자들이 돈을 더 올려서라도 간병인을 구하려고 하고, 이런 상황이 누적되면서 간병료가 계속 오르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간병 업계에선 필리핀 가사관리사 입국을 계기로 일본처럼 외국인 간병 인력 도입 필요성을 내세우고 있다. 초고령 사회(노인 인구 비율 20% 이상)인 일본은 지난해 기준 2만1000여명의 외국 간병인이 근무하고 있다. 일부 국내 업체는 베트남 등에서 현지 간호대생을 중심으로 미리 간병인력 양성에 나섰다. 간병업계 관계자는 "외국인 간병인이 들어오면 월 간병비도 자연스레 300만원 아래로 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외국 인력 도입이 간병의 질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될 거라고 주장한다. 간병 사회적 협동조합인 '일과행복'의 김규상 대표는 "노년 간병인들이 많다 보니 일종의 '노노(老老)케어' 형태가 되면서 환자 돌봄이 잘 안 되고, 환자가 위급할 때 대처가 안 되면서 생명까지 위협하는 문제도 나온다"면서 "젊은 외국 간병인들이 들어오면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지자체도 이러한 간병인 정책에 시동을 걸었다. 경기도의회는 지난 8월 외국인 간병인 시범사업 토론회를 열었다. 토론회에 참석한 임선영 서안산노인전문병원 이사장은 "현행 고용허가제를 외국인 돌봄서비스로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정일 경기도 보건의료정책과장은 "시간이 걸리더라도 외국인 간병인을 전문적으로 양성해 질적으로 수준을 높여야 한다"고 밝혔다.
다만 정부는 외국인 간병인 도입에 신중한 입장이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아직까지 외국인 간병인 도입을 검토한 적은 없다. 향후 논의 여부도 정해진 건 없다"고 말했다. 최근 필리핀 가사관리사 두 명이 무단이탈한 뒤 임금·인력 관리 문제가 불거진 것도 부정적 요인이다.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은 지난달 30일 기자간담회에서 "(필리핀 가사관리사 임금 등은)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고 밝혔다.
사회적인 간병 이슈가 커지면서 간병인을 법 테두리에서 관리하자는 국회 내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지난 6월 더불어민주당 이수진 의원 등 의원 41명이 발의한 의료법 개정안이 대표적이다. 의료기관장이 간병인 관리·감독 방안을 마련하고, 정부는 간병인력 양성 계획 수립 등에 나서 간병의 질을 끌어올리자는 내용이다. 법안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소위에 계류 중이다.
의료계는 법안 내용에 부정적인 편이다. 대한의사협회는 해당 법안에 "간병인·환자 간 사적 고용관계에서 의료기관이 관리·감독을 맡는 건 한계가 명확하고, 법적 분쟁 시 의료기관에 책임을 전가할 우려가 있다"는 의견을 냈다. 대한간호협회 측은 "법안 취지엔 공감하지만 현재 진행 중인 간호·간병통합서비스를 확대한 뒤, 간병 체계가 안정화하면 사회적 논의를 거쳐 인력 양성 등에 나서는 게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정부는 간병인력 양성 등의 중장기적 검토가 필요하다는 유보적 입장을 내비쳤다.
이수진 의원실 관계자는 "의료기관에 부담을 주지 않는 선에서 간병인 근무 가이드라인 등을 추진할 계획"이라면서 "간병이 꼭 필요한 환자·보호자를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한다. 정부·여당과 적극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종훈 기자 sake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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