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필리핀 가사관리사' 업체 "한달만에 2000만원 손해 봤다"[돌봄의 늪]
"근무 시작 전부터 적자였다"
서울시도 "업체 마이너스 마진"
편집자주
지난해 아이돌봄 서비스 신청 가구는 12만명에 달하지만, 아이 돌봄 인력은 2만명대에 그친다. ‘돌봄 공백’ 문제의 해법을 찾고자 서울시는 ‘외국인 가사관리사’ 도입이라는 시범 사업에 나섰지만, 연착륙까지는 갈 길이 멀다. 한국 사회가 직면한 아이 돌봄 문제와 관련한 근본 원인과 해법을 3회에 걸쳐 진단한다.
"매달 1000만원씩 적자…"
외국인 가사관리사 시범 사업에 참여한 ㄱ업체 대표 A씨는 최근 아시아경제와 만나 "9월 운영비와 지난 7~8월 교육비에 투입된 비용 등을 포함해서 손실 비용만 2000만원 규모"라며 "매달 약 1000만원씩 적자를 보고 있다"고 밝혔다. 양육 가정 부담을 덜기 위해 서울시와 정부가 추진한 외국인 가사관리사 시범 사업이 무단이탈, 임금, 근로환경 문제에 이어 관리 체계에서도 부실을 드러냈다.
앞서 서울시와 고용노동부는 시스템 운영비, 구축비, 유지관리비 등의 명목으로 1억5000만원의 예산을 편성해 지급했다. 하지만 업체 측은 사업 운영비가 그 이상 투입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A씨는 "근로자에게 지급되는 임금과 교육 수당 일부만 정산이 완료됐다"고 말했다.
외국인들이 국내 사업에 근로자로 가입했을 때 내야 하는 비용과 야간 수당, 휴일근무수당 등 추가금도 현재 대부분 업체가 감당하고 있다. 이번 사업에서 필리핀 가사관리사들은 시간당 최저임금(9860원)을 적용받는다. 이용 가정은 시간당 최저임금과 4대 사회보험 등 최소한의 간접비용을 반영한 시간당 1만3700원으로 월 119만원 정도를 부담하도록 했다. 금액이 낮게 책정돼 있다 보니 추가금이 발생할 경우 이용 가정에 고지하기가 어렵다고 업체 측은 설명했다.
그는 이 정도까지 손해를 볼 줄 모르고 사업에 참여하기로 결정했다고 토로했다. A씨는 "시범 사업이라는 게 당연히 문제가 생길 수 있고 보완해 나갈 수 있는 거지만 알고 보니 저희가 다 떠안아야 하는 상황이었다"며 "운영비를 자체 충당하는 방식에 동의했다는 게 이유였다"고 말했다.
지난해 9월 고용노동부가 작성한 제39차 외국인력정책위원회 ‘외국인 가사관리사 시범사업 계획안’을 살펴보면 이 사업은 ‘가사근로자법’에 따라 정부 인증을 받은 서비스 제공기관이 외국인 가사관리사를 고용해 이용 계약을 체결한 가정에 출퇴근 방식으로 서비스를 제공하게 돼 있다. 서울시와 고용노동부는 사실상 ‘매칭’을 담당하는 역할로, 사내교육과 서비스 제공 등 구체적인 사항은 업체 측의 역할로 정했다.
업체가 서울시, 고용노동부와 시범 사업 준비를 시작한 건 지난해부터지만 외국인 가사관리사 교육, 거주 등 구체적인 관리 방식이 논의된 건 올해 초부터였다. 준비가 급하게 이뤄지다 보니 업체들은 가사관리사를 관리하고 필요한 비용을 충당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
업체들이 이번 사업에 참여를 결심한 것은 돌보미 부족이라는 현실에 주목했기 때문이다. 새로운 사업 영역이라는 점에서 손실과 이익을 가늠하기 쉽지 않았지만, 돌보미 공급을 늘려줄 대안이 될 수 있다는 기대가 있었다.
A씨는 "지금의 법과 제도 아래에선 프리랜서인 돌보미 임금은 계속해서 올라가고, 이용 가정들은 높은 비용을 지급해야 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A씨는 "좋은 취지로 시작했지만 이 정도 손실이 생긴다면 어느 기업이 참여하겠나"라며 "업체들이 손실 없이 이용할 수 있게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돌보미를 국가나 업체가 직접 고용하는 개선책을 고민해야 한다는 얘기다.
서울시는 업체의 현실을 인지하고 있지만 이용료나 관리 비용 문제 등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서울시 관계자는 "최저임금에 4대 보험 보장까지, 업체도 제로 마진이 아니라 마이너스 마진"이라면서도 "이용 가정의 부담을 덜어드리고자 이용료를 최소치로 잡아놓은 상태"라고 말했다.
박준이 기자 giv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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