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수 이익 위한 다수의 피해, 동의하십니까?"…'왝더독' 논란
대중 관심 끌기 위해 무고한 시민에 민폐
최근 해외에서 환경단체가 세계적 미술작품을 훼손하는 퍼포먼스를 잇달아 선보이며 논란이 일었다. 왜 애꿎은 미술작품을 볼모로 삼느냐는 지적에 그들은 “환경파괴에 대한 대중의 즉각적 관심을 얻기 위해”라는 답변을 내놨다. 이처럼 상식을 벗어난 일탈은 대중의 관심을 끄는 데 효과가 크다.
그나마 이들의 행위를 마냥 비난만 할 수 없는 것은 이들의 목적이 인류와 생태계를 포함한 ‘전 지구의 이익’에 있기 때문이다. 어떤 이들은 그래도 미술작품 훼손은 너무했다고들 하지만, 그에 못지않은 많은 이들은 환경 파괴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는 계기가 됐다며 옹호한다.
하지만 만일 ‘소수의 이익’만을 위해 같은 일을 벌이는 이들이 있다면 그들에게도 같은 잣대가 적용될까?
‘대중의 관심을 끌기 위한 일탈’은 우리나라에서도 종종 발생한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그들의 목적은 ‘자신이 속한 집단의 이익’에 한정돼 있다. 심지어는 자신이 속한 집단 전체의 이해관계와 일치하지 않음에도 소수가 큰 목소리를 내 다수의 의견으로 포장하는 사례도 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는 최근 ‘장애인 권리 예산 보장’을 요구하며 수많은 출근길 시민들의 원성을 자아냈던 지하철 승‧하차 시위를 재개했다. 일반 시민들의 불편을 유발해 사회의 관심을 끌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전장연의 시위는 전체 장애인들의 뜻을 대표한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장애인 거주시설 이용자 부모들이 지난 10월 전장연에 맞서 개최한 맞불 집회가 이를 대변한다.
전장연은 중증장애인들을 보호시설에서 내보내고, 시설 예산을 탈시설 장애인들을 위해 사용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장애인 거주시설 이용자 부모들은 “탈시설은 중증장애인과 가족을 사지로 내모는 사형선고”라며 맞섰다.
장애인 거주시설 이용자 부모들은 전장연이 예산 확보만을 목적으로 시위를 일삼으며 중증장애인이 시설을 벗어날 경우 삶을 멈출 수밖에 없는 가족들의 입장은 외면한다고 주장한다.
전장연은 시위에 의사소통이 어려운 50대 중증장애인을 동원하고 몇 시간 동안 방치해 사회적 논란을 야기하기도 했다.
국책사업인 GTX-C 노선의 근거 없는 변경을 요구하며 막무가내식 시위에 나서고 있는 은마아파트 재건축추진위원회 일부 주민들의 행동도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노선 변경의 협의 주체인 정부 부처나 건설사가 아닌 기업인의 자택 앞에서 인근 시민들을 볼모로 한 시위에 참여하는 은마아파트 주민은 최대 370여명으로, 전체 4424가구 2만여 입주민 중 극소수에 불과하다.
뿐만 아니라 시위 참가자 숫자를 늘리기 위해 은마아파트 재건축추진위 일부 주민들이 시위 참가자에게 현금 지급을 제안한 정황도 드러났다.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재건축추진위 일부 주민들의 거친 시위 방식에 또 다른 은마아파트 주민협의체가 부정적 입장을 나타내는 등 은마아파트 내부에서도 자제 의견이 고개를 들고 있다.
은마아파트 재건축추진위 일부 주민들이 11월 초 아파트 외벽에 내걸었던 ‘이태원 참사사고 은마에서 또 터진다’는 문구의 현수막은 내부 주민들조차 ‘도를 넘었다’며 비판했고, 결국 두 시간 만에 철거되기도 했다.
최근 정부의 안전운임제 3년 연장 제안을 거부하고 총파업에 돌입한 화물연대 역시 유사한 사례로 꼽힌다.
전국 44만여 화물차량 차주 중 화물연대에 가입한 차량은 2만2000대 수준으로, 가입률은 5% 남짓에 불과하다.
하지만 일부 화물연대 조합원들은 파업불참을 이유로 운행 중인 비노조원 화물차를 향해 쇠구슬을 쏘거나, 운행을 가로막고 욕설을 하는 등 노골적인 실력 행사도 서슴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과격한 소수의 횡포로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비노조원 화물차가 피해를 입고 있으며, 물류대란현실화로 국가적 경제 손실까지 커지고 있다.
이처럼 소수에 의해 주도되는 시위는 이슈와 무관한 제3자나 일반 시민의 불편을 볼모로 삼고 있으며, 목적 달성을 위해 과격한 방식을 동원한다는 점에서 국민 정서와도 괴리가 크다.
나아가, 목소리 큰 소수의 의견이 전체의 의사인 것처럼 포장돼 무분별한 시위로 이어지는 ‘왝더독(Wag the dog, 개의 꼬리가 몸통을 흔든다) 현상’도 종종 발생해 논란이 크다.
경제단체 한 관계자는 “소수가 다수의 뜻을 왜곡해 다수의 주장인 양 포장하고, 과격한 시위를 벌이며 해당 사안과 무관한 일반 시민들에게까지 피해를 입히는 일이 최근 들어 자주 발생한다”면서 “그런 방식으로 원하는 바를 얻어낼 수 있다는 학습효과가 생긴다면 사회 혼란은 더욱 커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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