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청소노동자 절반 '업무강도 과중'…방학에는 생활고
[박진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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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부산지역 학교청소노동자 노동조건 개선 토론회 공공운수노조 교육공무직본부 부산지부와 반선호 부산광역시의원은 11월 18일 '부산지역 학교청소노동자 노동조건 개선 토론회'를 열었다 |
| ⓒ 교육공무직본부 부산지부 |
교육공무직 다른 직종과 달리 오랫동안 교육청 직접 고용이 아니라 용역업체 신분으로 일했기 때문에 더욱 그랬다. 급식실 노동자, 돌봄전담사 등 타 직종 교육공무직노동자들의 열악한 노동조건은 그동안 꾸준히 사회적, 학술적 관심이 되어 왔다. 그러나 학교 내 청소노동자는 구체적인 노동조건이 외부에 잘 알려지지 않았다.
부산교육청 소속 학교청소노동자는 2018년 9월 1일 용역업체 소속에서 교육청 직접고용으로 전환했다. 교육청 직접고용으로 전환한 지 7년째, 고용안정이 이뤄졌지만, 생활가능한 임금확보 및 차별과 불평등 시정으로 이어졌을까.
이러한 의문을 해소하고자, 공공운수노조 교육공무직본부 부산지부는 올해 6월부터 10월까지 177명의 교육청 소속 학교 및 기관 청소노동자를 설문조사하고, 7명의 학교 및 기관 노동자를 면접조사했다.
단시간 노동으로 높은 노동강도 시달려
"화장실 28개에 변기만 130개가 넘어요. 매일 두 번씩 돌다가, 다른 일이 조금만 생겨도 너무 애타게 돌아갑니다." - A중 청소노동자
부산교육청 청소노동자 배치기준에 따라 다수 학교에서 청소노동자는 5~7시간 단시간 노동을 하고 있었다. 설문조사 결과 청소노동자들은 하루 노동시간이 8시간이 58명(32.8%), 6시간이 53명(29.9%), 7시간이 35명(19.8%), 5시간이 27명(15.3%) 등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화장실·변기수, 건물 연면적, 기숙사 여부 등을 고려하면 단시간 노동으로는 감당하기 어려운 업무량인 것으로 드러났다.
"계약서에는 오전 8시 반 출근인데, 화장실 32개에 변기 192개를 5시간 안에 다 하려니까 매일 1시간씩 더 일하고 있어요. 물청소 하는 날은 휴대폰 받을 틈도 없어요." - E초 청소노동자
노동시간이 부족하다보니 조기출근과 무급노동이 뒤따른다. 계약서는 8시 30분 출근이지만 실제로는 7시 30분에 나와서 청소를 시작하거나, 도서관의 경우 6시 출근인데 5시 40분부터 일하는 관행도 확인됐다. 설문조사에서 '주 1회 이상 무급노동을 한다'고 응답한 노동자는 10.5%에 이른다.
그럼에도 부산교육청이 최근에 진행한 근로실태조사 결과는 "청소노동자 98.55가 노동시간이 적정하다", "일평균 1시간 유휴시간이 있다"고 발표해 현장 체감과 정반대의 결론을 내렸다. 조사 과정에서 행정실이 설문지를 대신 작성하거나, 일부 업무를 의도적으로 빼고 보고하라는 지시가 있었다는 증언도 이어졌다.
"실태조사할 때 출력된 걸 우리한테 보여주지도 않았어요. 교장실 청소 같은 건 빼고 보고하라고 하더라고요. 이게 어떻게 제대로 된 실태조사입니까." - D여고 청소노동자
방학 중 주 3일 근무 "방학은 생활고의 기간"
부산교육청과 노조 간 단체협약으로 2025년부터 방학 중 최소 주 3일 근무가 적용되고 있다. 설문조사 결과, 학교 근무자 160명 중 주 3일 근무가 120명(75%), 주 5일 근무가 40명(25%)으로 나타났다.
방학 중에도 초등 돌봄교실, 중·고교 방과후 및 보충수업 등으로 학생 출입이 이어지지만, 청소노동자는 주 3일만 출근하면서 학기 중에 다 못하던 대청소·창틀·유리창·복도·실내 대청소까지 떠맡고 있다.
"방학이라고 일이 줄지 않아요. 오히려 선생님들이 없으니까 아이들이 더 어질러 놓거든요. 그런데 주 3일만 나오니까 업무 연속성도 떨어지고, 나머지 날은 그냥 방치되는 거죠." - A중 청소노동자
방학 기간 2개월 넘게 임금이 반 토막 나면서, 청소노동자들은 방학을 "생계의 공백기"로 호소한다.
"방학 때 급여가 70만 원도 안 돼요. 차비, 밥값 빼고 나면 남는 게 거의 없습니다. 부업이라도 하고 싶어도 주 3일이 월·수·금으로 고정돼서 다른 일을 할 수도 없어요." - E초 청소노동자
저임금을 고착화시키는 구조: 단시간 노동 + 경력불인정
학교 청소노동자들은 업무량 대비 급여 수준에 대해 '매우·다소 불만족"이라고 121명(68.3%)이 응답했다. 부산교육청 임금체계를 비교하면, 청소노동자와 조리실무사 간 임금격차의 핵심은 근속수당과 복리후생비이다.
청소노동자는 특수운영직군으로 분류되어 근속수당이 없으며, 명절휴가비와 맞춤형복지비는 노동시간에 비례해서 지급받는다. 강원, 경기, 대구, 광주 등 11개 교육청은 명절휴가비를 노동시간과 관계없이 정액지급을 하고 있어, 부산교육청과 비교가 되고 있다.
조리실무사는 1년당 월 4만원씩 오르는 근속수당을 지급 받으며, 정기상여금은 청소노동자의 2배이다. 같은 교육청 소속 공무직 노동자임에도, 단지 청소를 한다는 이유로 낮은 임금체계와 시간 비례 복리후생 구조가 적용되고 있다.
부산교육청은 '준고령자' 직종이라는 이유로 청소노동자에게 근속수당을 적용하고 있지만, 정년연장이 논의되고 있는 지금 경력인정 배제는 시대착오적 규정이라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저는 10시간을 일하라면 10시간이라도 일하고, 그에 맞는 임금을 받고 싶어요. 그런데 시간 확대는 안 해주면서 방중 3일, 단시간 노동으로 구조를 딱 고정해 놓았어요. 아무리 목소리를 내도 잘 바뀌지 않습니다." - D여고 청소노동자
존중받지 못하는 청소노동자 "여전히 여사님"
교육청은 공식 문서에서 교육공무직에 대해 "선생님 호칭 사용"을 권고하고 있으나, 현실은 다르다. 설문조사 결과, '청소노동자를 여사님이라 부른다' 118명(67.0%), '선생님이라고 부른다' 70명(39.8%)였으며, '아줌마·이모·쓰레기 아줌마' 등 멸칭 사례도 존재했다.
청소노동자들은 학교구성원과의 관계에 대해, '무관심하지만 불편함은 없다' 87명(49.7%), '존중받고 있다' 75명(42.9%), '소외·무시를 경험했다/갈등을 자주 겪는다" 13명(7.4%)이라는 응답이 나왔다. 수치상 무시와 갈등은 적지만, 다수 노동자가 "존중보다는 무관심", "존재를 투명인간처럼 여긴다"고 느끼고 있었다.
"어느 학교에서는 학생들이 저를 '쓰레기 아줌마'라고 불렀다고 하더라고요. 퇴근해서 길을 가는데, 학생이 길 건너에서 '쓰레기 아줌마' 하고 부르니까 너무 부끄럽고 황당했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현장 사례 인용)
도서관 청소노동자는 이용객에게 "의자 정리 부탁드린다"고 정중히 말한 뒤 "네가 주인이냐", "청소부 주제에 어디서"라는 폭언을 들었다. 이러한 사례는 청소노동자가 단순히 '힘든 노동'이 아니라 '하찮게 여겨지는 노동'을 감내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휴게공간 늘어났지만 쾌적한지는 의문
설문조사 결과, '전용휴게공간이 있음' 145명(82.4%)로 과거보다 크게 개선되었다. 그러나 '쾌적한 환경'이라고 응답한 비율은 43명(24.4%)에 불과했으며, 휴게실에 냉난방기를 미설치했다는 응답도 30명(17%)이었다. 여전히 창고·화장실을 임시로나마 휴게공간으로 쓰는 사례도 존재했다. 경비실·숙직실 등 타 직종과 공동 사용하는 사례도 적지 않았다.
"여기는 경비선생님 숙직실을 같이 써요. 여름엔 샤워도 못하는데 속옷까지 다 젖습니다. 샤워실을 만들어 달라고 몇 번 이야기했지만 '공간이 없다'는 말만 돌아옵니다." - F도서관 청소노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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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1월 18일 열린 부산지역 '학교 청소노동자 노동조건 개선 토론회' 토론회에 참석한 청소노동자가 발언을 하고 있다. |
| ⓒ 교육공무직본부 부산지부 |
교육공무직본부 부산지부는 반선호 부산광역시의원과 함께 11월 18일 오후 3시30분 부산시의원회관 회의실에서 '부산지역 학교 청소노동자 노동조건 개선토론회' 열고, ▲근속수당 도입 ▲복리후생수당 정액지급 ▲단시간 노동을 전일제로 전환 ▲1교 1인 배치 원칙 완화 ▲전용 휴게실·샤워실 의무 설치 ▲존중받을 권리 보장 등 정책제언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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