킨텍스 지붕 위에서 발견한 '노다지', 왜 학교는 주저하는가

박상준 2025. 12. 19. 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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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시 킨텍스 제1전시장 태양광 발전소 준공... 공공기관 유휴부지 활용의 모범 사례로 주목

[박상준 기자]

거대한 킨텍스(KINTEX) 제1전시장의 지붕이 단순한 비가림막에서 '에너지 금광'으로 변모했다. 축구장 수십 배 크기에 달하는 광활한 옥상 부지가 1년 내내 전기를 뿜어내는 발전소로 다시 태어난 것이다. 이는 단순한 시설 확충을 넘어, 기후 위기 시대에 공공기관이 가야 할 길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이정표다.

고양특례시(시장 이동환)는 일산서구 대화동 킨텍스 제1전시장 옥상의 유휴 부지를 활용해 친환경에너지 공공 태양광 발전시설을 준공하고, 다가오는 2026년 1월부터 본격적인 운영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이번 프로젝트는 '탄소 중립'이라는 구호가 어떻게 구체적인 경제적 이익과 환경적 성과로 연결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실증적 사례다.
▲ 킨텍스 제1전시장 옥상에 설치된 태양광 발전시설의 전경. 광활한 옥상 유휴공간이 에너지 생산 기지로 탈바꿈했다.
ⓒ 고양시
드론을 띄워 내려다본 킨텍스 제1전시장의 옥상은 장관이었다. 텅 비어있던 회색빛 공간이 질서 정연하게 늘어선 검푸른 태양광 모듈로 가득 찼다. 고양시는 이 시설 구축을 위해 약 10억 원의 시비를 투입했다.

이번에 설치된 발전설비의 용량은 약 256kW 규모다. 수치만으로는 체감하기 어려울 수 있으나, 이곳에서 연간 생산되는 전력량은 33만kWh에 달한다. 이는 일반 가정집 수백 가구가 1년간 사용할 수 있는 막대한 양이다.

경제적 효과는 즉각적이다. 시는 이 발전소를 통해 연간 약 7000만 원의 발전 수익을 거둘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여기에 킨텍스 자체 전기요금 절감 효과까지 더해지면 실제 이익은 더욱 커진다. 단순히 세금을 쓰는 시설이 아니라, 세외 수입을 벌어들이는 '효자' 시설이 탄생한 셈이다.

환경적 가치는 더욱 크다. 연간 33만kWh의 청정 에너지를 생산함으로써 줄어드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약 50톤에 이른다. 이는 30년생 소나무 1만여 그루를 새로 심는 것과 맞먹는 효과다. 기후 위기 대응이 시급한 시점에, 건물 옥상 하나를 바꾸는 것만으로 숲 하나를 조성하는 효과를 낸 것이다.

지붕을 넘어 벽면과 땅속까지... 입체적 에너지 전환

고양시의 도전은 옥상에서 멈추지 않는다. 킨텍스는 단순한 태양광 설치를 넘어, 건물의 모든 면을 에너지를 생산하는 '발전소'로 진화시키고 있다. 시는 산업통상자원부가 주관하는 '2026년 신재생에너지 보급(융복합지원) 사업' 공모에 선정되어 국비 11억 원과 시비 10억 원 등 총 26억 원의 추가 사업비를 확보했다.

이 예산은 킨텍스를 최첨단 에너지 건물로 업그레이드하는 데 쓰인다. 특히 주목할 점은 건물 벽면을 활용한 '건물 일체형 태양광 모듈(BIPV)' 설치다. 기존 태양광이 옥상이나 평지에만 설치 가능했다면, BIPV는 건물의 외벽 디자인을 해치지 않으면서 전기를 생산하는 차세대 기술이다. 시는 52kW 규모의 BIPV를 설치할 계획이다.

여기에 더해 땅속의 열을 이용하는 지열 히트 펌프 발전 설비(735kW)까지 도입된다. 태양광(옥상, 벽면)과 지열(지하)이 결합된 입체적인 에너지 포트폴리오가 완성되는 것이다. 이 추가 설비들이 가동되면 연간 약 5000만 원의 전기요금이 추가로 절감될 것으로 예측된다.

다른 공공기관은 무엇을 하고 있나?

킨텍스의 사례는 고무적이지만, 동시에 아쉬움을 남긴다. "왜 다른 곳은 이렇게 하지 못 하는가?"라는 질문 때문이다.

현재 많은 지자체와 공공기관이 태양광 보급 사업을 추진하고 있지만, 대부분 주차장 부지를 활용한 소규모 설비나 구색 맞추기식 설치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건물의 미관을 해친다는 이유, 혹은 유지보수의 번거로움을 이유로 광활한 옥상을 그대로 방치하고 있는 공공건물이 전국에 부지기수다.

일부 지자체 청사나 주민센터의 경우, 옥상에 태양광 패널을 설치했음에도 불구하고 관리 소홀로 발전 효율이 떨어지거나, 생산된 전력을 효율적으로 활용하지 못하는 사례도 종종 보도된다. 반면, 킨텍스 사례는 기획 단계부터 대규모 전력 소비처인 전시장(Exhibition Center)의 특성을 고려하여 '자가 소비'와 '발전 수익'을 동시에 노린 전략적 접근이라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특히 고양시는 킨텍스 제1전시장 로비에 '공공 태양광 발전설비 홍보 키오스크'를 설치했다.
▲ 킨텍스 제1전시장 로비에 설치된 태양광 발전설비 홍보 키오스크. 아이들이 화면을 통해 태양광 발전 현황을 지켜보고 있다.
ⓒ 고양시
이 키오스크에는 '햇살이'라는 캐릭터가 등장해 방문객들, 특히 어린이들에게 태양광 발전의 원리와 효과를 알기 쉽게 설명한다. 이는 단순한 에너지 생산 시설을 넘어, 시민과 소통하는 환경 교육의 장으로 활용하겠다는 의지다. 방문하는 어린이들에게 뜨거운 호응을 얻고 있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시설이 곧 교육 교재가 될 수 있음을 증명했기 때문이다.

학교 옥상은 최고의 잠재적 발전소... '솔라 스쿨'로 가야 한다

킨텍스의 성공 사례를 보며 가장 먼저 떠오르는 곳은 바로 '학교'다. 학교는 태양광 발전에 있어 킨텍스만큼이나, 아니 그보다 더 완벽한 조건을 갖추고 있다.

첫째, 입지 조건이다. 대부분의 학교 건물은 저층이며 주변에 높은 건물이 없어 일조권이 확실하게 보장된다. 또한 옥상이 평평한 슬래브 형태여서 태양광 모듈을 설치하기에 최적이다. 운동장 스탠드나 주차장 등 유휴 부지도 풍부하다.

둘째, 전력 소비 패턴이다. 태양광 발전은 해가 떠 있는 낮 시간에 전기가 생산된다. 학교 역시 학생들이 등교해 수업을 듣는 주간에 전력 소비가 집중된다. 생산된 전기를 별도의 저장 장치(ESS) 없이 즉시 소비할 수 있어 에너지 효율이 극대화된다. 방학이나 주말에 생산된 잉여 전력은 한전 등에 판매하여 학교운영비로 충당할 수 있다. 킨텍스가 연 7000만 원의 수익을 예상하듯, 학교 재정에도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셋째, 교육적 효과다. 킨텍스의 키오스크 사례 에서 보듯, 아이들은 눈에 보이는 시설에서 배운다. 학교 옥상에 있는 태양광 발전소는 그 자체로 거대한 환경 교과서다. 학생들이 매일 자신이 쓰는 전기가 태양으로부터 왔음을 확인하고, 실시간 발전량을 모니터링하며 에너지의 소중함을 배우는 것보다 더 훌륭한 생태 전환 교육은 없다.

하지만 현실은 더디다. 교육청과 지자체 간의 예산 분담 문제, 관리 주체의 모호함, 누수 등 시설 안전에 대한 막연한 우려가 학교 태양광 사업의 발목을 잡고 있다. 고양시가 킨텍스 옥상을 활용해 안전하고 수익성 있는 모델을 증명한 만큼, 이제는 교육 당국이 응답할 차례다.

고양시는 "재생에너지 100% 사용(RE100) 실현을 위해 신재생에너지 보급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계획 속에 관내 초·중·고등학교 옥상을 포함시키는 과감한 정책 전환이 필요하다.

킨텍스의 금광, 도시 전체로 퍼져야

2026년 1월, 킨텍스 옥상은 전기를 생산하는 금광으로 돌아간다. 10억 원의 투자로 매년 7000만 원을 벌고, 소나무 1만 그루를 심는 효과를 낸다. 이것은 마법이 아니라 기술이고, 의지의 결과다.

공공기관의 유휴 부지는 시민의 자산이다. 이 자산을 놀리는 것은 직무 유기나 다름없다. 킨텍스의 '햇빛 금광' 프로젝트가 단발성 성공으로 끝나지 않고, 전국의 모든 공공기관과 학교 옥상이 푸른빛 패널로 뒤덮이는 '솔라 웨이브(Solar Wave)'의 기폭제가 되기를 기대한다.

"전기요금 제로에 도전한다"는 고양시의 슬로건이 킨텍스를 넘어 우리 아이들이 공부하는 교실까지 이어질 때, 진정한 탄소 중립 도시는 완성될 것이다.

덧붙이는 글 | 무심코 올려다본 회색빛 건물 옥상이 '황금'을 캐내는 밭이 될 수 있다는 상상, 참 근사하지 않나요? 킨텍스의 드넓은 지붕이 햇살을 품기 시작했다는 소식에 가슴이 뛰었습니다. 단순히 전기 요금을 아끼는 차원을 넘어, 우리 아이들에게 물려줄 '파란 하늘'을 지키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학교 옥상마다 반짝이는 패널이 덮이고, 그 아래서 아이들이 에너지의 소중함을 배우는 풍경을 꿈꿔봅니다. 어른들의 조금 더 과감한 선택이 회색 도시에 초록 숨결을 불어넣길 바라는 마음으로 자판을 두드렸습니다. 햇살 한 줌도 허투루 쓰지 않는 지혜가 우리 마을 곳곳으로 퍼져나가길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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