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사 꿈꾸던 청년, 왜 서산에서 딸기 농장을 시작했나

최미향 2026. 4. 5. 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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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외식업 기획자에서 농업인으로, '유니크한 촌스러움' 지향하는 이주영 주베리팜 대표

[최미향 기자]

 충남 서산시 부석면에서 주베리팜 스마트팜 딸기농장을 운영하는 이주영 대표
ⓒ 이주영
충남 서산 부석에서 주베리팜을 운영하는 이주영 대표의 이력은 다소 독특하다. 농업은 대개 생업으로 시작하거나 가업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지만, 그녀는 다른 길을 거쳐 농촌에 자리 잡았다.

지난 3일 주베리팜 농장에서 만난 이 대표는 요리를 꿈꾸던 청년이었고, 외식업 현장에서 실무를 익힌 기획자였으며, 도시 경험을 바탕으로 고향으로 돌아온 창업가다. 지금은 단순히 작물을 재배하는 데 그치지 않고, 농장을 하나의 브랜드로 키워가고 있다.

그녀가 그리는 주베리팜의 방향은 분명하다.

"유니크한 촌스러움이 있는 농장."

세련됨만을 추구하기보다 지역의 정서와 개성을 살리고, 여기에 감각적인 요소를 더해 오래 기억되는 공간을 만들겠다는 의미다. 농산물을 생산하는 곳을 넘어 사람들에게 경험을 제공하는 장소로 키우겠다는 구상이다.

요리를 꿈꾸던 청년, 고향에서 새 길을 찾다

이 대표의 꿈은 일찍부터 분명했다. 중학생 시절부터 "유명한 요리사이자 사업가가 되고 싶었다"고 했다. 조리학과를 졸업한 뒤 곧바로 서울로 향한 것도 그 때문이었다. 목표는 분명했다.

"10년 동안 서울에서 최대한 많이 배우고 내 사업을 하자."

그녀는 한식당과 호텔 주방에서 기본기를 쌓았고, 식품외식업체에서는 메뉴 개발과 신규 브랜드 론칭, 매장 운영 업무까지 경험했다. 남들이 보기엔 직장생활이었지만, 그녀에게는 조금 다른 시간이었다.

"회사의 월급을 받으면서 사업을 미리 연습했던 시간이었죠."

스스로 정한 10년이 지난 뒤, 그녀는 결국 자신의 이름으로 사업을 시작했다. 고향 부석으로 돌아온 배경도 분명했다. 외식업 현장에서 일하며 그녀는 '좋은 음식이 결국 좋은 재료에서 출발한다'는 사실을 체감했다. 이 깨달음은 농산물을 바탕으로 한 로컬 상품 구상으로 이어졌다.

"처음엔 도전이었는데 이제는 삶의 방식이 되어가고 있어요."
 서산 부석의 주베리팜 스마트팜 온실에서 딸기가 고르게 익어가고 있다. 정돈된 재배 베드와 안정적인 생육 환경이 브랜드 농업의 기반을 보여준다.
ⓒ 이주영
처음부터 모든 일이 순탄했던 것은 아니다. 가장 큰 어려움은 "아무것도 모른다"는 데서 출발했다. 부모님이 농업에 종사했지만 반대가 커 직접 배울 기회는 많지 않았다. 결국 그녀는 현장에서 하나씩 부딪히며 익혀야 했다.

전환점은 서산시 4-H 청년농업인 활동이었다. 지역 농가와 교류하며 실질적인 도움을 받았고, 혼자서는 벅찼던 일도 함께 해결할 수 있었다. 작은 성과가 쌓이면서 확신도 따라왔다.

"조금씩 결과가 보이기 시작하자 '이 길로 가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 과정은 단순한 시행착오를 넘어 지금의 자신을 만든 밑바탕이 됐다.

"농업은 재배가 기본, 운영이 경쟁력"

이주영 대표의 강점은 농업 이전의 경력에서 더욱 선명해진다. 그녀는 서산 버드랜드 인근의 크라운파머스에서 점장으로 근무한 경험이 있다. 이때 '좋은 상품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사실을 배웠다. 아무리 품질이 좋아도 소비자가 찾지 않으면 의미가 없고, 결국 선택받는 방식까지 설계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녀는 공간 운영과 마케팅, 브랜드 이미지 구축에 집중하며 매장의 분위기를 바꿨다. 한산하던 공간을 사람들이 찾는 장소로 만든 경험은 현재 주베리팜 운영에도 이어지고 있다. 그래서 그녀는 농사를 지을 때도 재배에만 몰두하지 않는다. 무엇을 어떻게 보여줄 것인지, 소비자에게 어떤 인상을 남길 것인지까지 함께 고민한다.

"농업은 재배가 기본이고, 운영이 경쟁력이에요."

이 말은 주베리팜의 방향을 가장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잘 키우는 것을 넘어 잘 전달하는 것까지 농업의 영역으로 보는 시선이다.
 주베리팜 이주영 대표가 스마트팜 온실에서 딸기 생육 상태를 살피고 있다. 직접 재배한 딸기를 상품화하며 생산과 브랜드를 함께 키워가는 현장이다.
ⓒ 이주영
주변에서는 그녀를 두고 추진력이 강하다고 말한다. 그녀는 이 표현을 큰 칭찬으로 받아들인다. 망설이기보다 먼저 실행하는 성향이 지금의 자신을 만들었다고 보기 때문이다.

물론 과정이 늘 매끄러웠던 것은 아니다. 스마트팜 온실을 구축하는 과정에서 설계와 시공, 운영 전반에 걸쳐 시행착오를 겪었고, 시간과 비용 손실도 있었다. 그러나 그녀는 실패를 좌절로만 남겨두지 않았다. 부족한 부분을 확인하고 이후 더 치밀하게 준비하는 계기로 삼았다.

"안 해서 남는 후회가 더 크더라고요."

그녀의 실행력은 무작정 밀어붙이는 데 있지 않다. 부딪치고 배우며, 다듬어 다시 나아가는 힘에 가깝다.
 주베리팜에서 재배한 딸기가 선별·포장 과정을 거쳐 상품으로 출하되고 있다.
ⓒ 이주영
청년농업인의 현실, 그리고 더 큰 구상

젊은 농업인으로 살아가는 일은 결코 가볍지 않다. 그녀는 새로운 시도를 농업에 접목할 수 있다는 점을 강점으로 꼽으면서도, 경험 부족에 대한 선입견도 감당해야 했다고 털어놨다.

지역에서는 자신의 이름보다 가족의 이름이 먼저 언급되는 경우도 있었다. 결국 시간과 결과로 증명해야 하는 몫이 남아 있었던 셈이다.

그럼에도 그녀는 이 시간을 성장의 자산으로 받아들였다. 빠르게 판단하고 대응하는 힘을 얻었기 때문이다. 그녀가 지향하는 농장은 단순한 생산 공간이 아니다. 사람들이 머물고 쉬며, 좋은 먹거리를 경험하면서 다시 찾게 되는 공간이다.

"행복을 주는 농장을 만들고 싶어요."

그녀는 당찬 구상도 갖고 있다. 부석사와 버드랜드, 간월암 같은 관광 자원에 더해 다양한 작목과 가공품을 다루는 청년 농업인들이 연결된다면, 지역 전체가 훨씬 큰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부석면을 하나의 브랜드로 만들고 싶습니다."

"정성을 다해, 선물이 되겠습니다"

이 대표가 자주 스스로에게 던지는 질문이 있다.

"Are you ready?"

기회가 왔을 때 준비되어 있는지가 중요하다는 의미다. 이 질문은 그녀의 태도를 잘 보여준다. 준비, 실행, 그리고 사람에 대한 감사다.

앞으로의 계획도 구체적이다. 3년 안에 지역 농산물을 활용한 상품을 개발해 브랜드 경쟁력을 높이고, 5년 내에는 체험과 휴식이 결합된 공간으로 확장할 계획이다.

마지막으로 주베리팜과 자신을 한 문장으로 표현해달라는 질문에 그녀는 이렇게 답했다.

"정성을 다해 선물이 되겠습니다."

이 한마디에는 이주영 대표가 꿈꾸는 농업의 방향이 담겨 있다. 주베리팜은 지금, 누군가에게 기분 좋은 기억으로 남는 농장을 향해 한 걸음씩 나아가고 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인천투데이와 충남도청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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