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때부터 "24시간 야구생각"…새 역사 쓴 오타니의 성공 비결
메이저리그 50홈런, 50도루 대기록으로 야구의 G.O.A.T(Greatest Of All Time·역사상 최고의 선수)로 자리매김한 오타니 쇼헤이의 원동력이 주목받고 있다. 프로야구 데뷔부터 수퍼스타였던 그는 여전히 술을 입에 대지 않는다. 수백억원대 연봉에도 소나타를 탔던 실용주의, 통역사가 운전해주는 차량에 예의가 아니라며 뒷자리 대신 조수석에 타는 겸손함, 야구장 안 쓰레기를 주우며 "남이 버린 운을 줍는 것"이라 말하는 인성까지 오타니는 야구선수 이전에 성숙한 인격체다.
오타니 성공요인을 말할 때 회자되는 계획표가 있다. 그는 하나마키히가시 고교 1학년때 9개의 목표와 64개의 실행 계획을 정했다. 야구부 코치의 지시로 야구부원 전체가 각자 계획표를 작성했다고 한다. 고등학생 오타니의 최고 목표는 '일본 프로야구 8개 구단 드래프트 1순위'였다. 이를 위해 몸 만들기, 제구, 구위 등 야구 실력을 올리기 위한 방안이 제시됐다.
평범한 선수들과 달리 오타니는 '인간성'과 '운'도 주요 목표에 포함시켰다. 인간성 항목에는 "예의와 배려를 갖춰 사랑받고 신뢰받는 사람", "감성과 감사를 아는 사람" 등이 적혔고, 운 항목에는 "심판을 대하는 태도", "쓰레기를 줍고 물건을 소중히 쓴다"는 계획이 담겼다.
오타니의 아버지 오타니 도루는 미쓰비시 사회인야구팀에서 뛰다가 부상으로 은퇴한 뒤 공장 노동자로 일했다. 아버지의 영향으로 8살 때부터 유소년 야구를 접했다고 한다. 오타니 부모는 일본 주간지 슈칸분슌과 인터뷰에서 "아들은 저녁 무렵 귀가해서 밥을 먹을 기운도 없을 때가 많았다. 잠을 정말 많이 잤다"며 "(아들에게) 네가 좋아하는 야구를 하고 있으니 게임하고 싶거나 놀고 싶어도 참아야 한다고 했다. 정말로 야구에만 집중하더라"고 말했다.
오타니의 정신력은 지난해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도 빛을 봤다. 일본과 미국이 맞붙은 결승전. 객관적 전력은 메이저리그 선수들이 즐비한 미국의 우세였다. 오나티는 경기 전 동료를 불러모아 연설을 했다. 그는 "하나만 말하겠다. 미국을 동경하지 말자. 1루에 골드슈미트가 있고 외야에는 트라웃과 베츠가 있다. 야구를 하다 보면 누구나 들어본 이름이다. 오늘 하루만은 동경하는 마음을 버리자”라고 했다.
이어 "동경해버리면 넘어설 수가 없다. 오늘 우리는 그들을 넘어서 1위가 되기 위해 왔다. 이기는 것만 생각하자”고 연설을 끝냈다. 일본팀 선수들이 오타니의 말에 소리를 지르며 호응하는 영상이 SNS에 올라와 화제가 되기도 했다. 오타니는 이 경기 마무리 투수로 삼진을 잡으며 팀을 승리로 이끌고 대회 MVP가 됐다.
올해 오타니는 다사다난한 시간을 보냈다. 지난 2월 농구선수 출신 다나카 마미코와 결혼했다. 하지만 3월엔 미국 생활에 큰 동반자였던 통역사가 도박에 빠져 오타니 계좌에서 약 1700만달러(230억원)을 빼낸 사실이 드러났다. 오타니는 상황을 몰랐다고 해명했지만, 현지 언론은 비판 보도를 쏟아냈었다.
사건 직후 오타니는 부진에 빠졌지만 곧 회복해 메이저리그 최초 50-50 기록으로 야구 역사에 획을 그었다. 오타니는 "나도 이렇게 대단한 경기를 할 줄 몰랐다. 최고의 팀에 와서 포스트시즌에 진출해 기쁘다"며 "그동안 많은 기록을 만들어 온 선배들에게 존경심이 든다"고 소감을 밝혔다.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인 MLB닷컴은 "야구 역사상 가장 위대한 날"이라는 표현을 썼다.
김철웅 기자 kim.chulwoong@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절대 '엄마는 변호사' 쓰지마"…1등 로펌이 안뽑는 자소서 | 중앙일보
- "곽튜브 절도 의혹 모두 거짓, 죄송" 고개 숙인 폭로자 정체 | 중앙일보
- "금고 따!" SK 뚫은 초짜 검사…30세 한동훈이었다 | 중앙일보
- "몸 안좋다"던 승무원, 승객 보는 앞에서 돌연 사망…무슨 일 | 중앙일보
- 아내 때리고 1000회 넘게 성매매 시켰다…악마 남편 충격 범행 | 중앙일보
- "4500만원 줄테니 나가라"…'이민자 복지천국' 이 나라, 무슨일 | 중앙일보
- 추석에 사체 쏟아졌다…한 해 보호종 870마리 친 죽음의 도로 | 중앙일보
- 男 50명에 아내 성폭행 시킨 남편…"죽진 않았네" 실언한 佛시장 | 중앙일보
- "왜 화냈는지 이해돼"…제니, 실내 흡연 논란 사과한 이유 | 중앙일보
- '과일망'은 스티로폼? 아닙니다…'양파망'은 비닐 재활용으로 [추석 쓰레기 분리수거] | 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