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뉴스 방지법' 만든 싱가포르, 야당부터 잡았다
[김시연 기자]
▲ 정연보 싱가포르 난양공과대학교 교수가 25일 서울시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제1회 서울팩트체크포럼(SFCF)에서 싱가포르 정부가 지난 2019년 도입한 ‘가짜뉴스 방지법(POFMA, 온라인상 허위정보 유포 및 조작방지법)’ 사례를 발표하고 있다.(YTN사이언스 유튜브 영상 갈무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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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5일 서울시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YTN과 한국언론학회가 공동 개최한 제1회 서울팩트체크포럼(SFCF)에서는 싱가포르, 태국 등 정부가 주도하는 허위정보 규제 사례가 발표됐다.
김백 YTN 사장도 이날 인사말에서 "가짜뉴스를 정치에 활용하려는 시도는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면서 '가짜뉴스 근절'을 강조했지만, 정작 그가 언급한 '가짜뉴스 사례'는 ▲ (윤석열) 청담동 술자리 의혹 보도 ▲ 오세훈 서울시장 관련 생태탕 의혹 보도 ▲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괴담 ▲ (윤석열 대선 후보 관련) 대선 직전 허위 인터뷰 의혹 등 모두 현 정부여당 인사를 겨냥한 것이었다.
이날 발표와 토론을 맡은 국내외 학자들은 오히려 이같이 '가짜뉴스 규제'를 앞세운 정부 개입이 자칫 야당 등 정부 비판 세력을 탄압하는 도구로 악용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2019년 '가짜뉴스 방지법' 도입한 싱가포르 정부, 야당부터 잡았다
이날 싱가포르 정부가 지난 2019년 도입한 '가짜뉴스 방지법(POFMA, 온라인상 허위정보 유포 및 조작방지법)' 사례를 발표한 정연보 싱가포르 난양공과대학교 교수도 예외는 아니었다.
정 교수는 "싱가포르 정부에서 가짜뉴스가 온라인으로 퍼져 공공의 이익에 반한다고 생각됐을 때 시정명령을 내리면, 사이트나 개인은 허위정보를 수정해야 하고 시정명령을 따르지 않으면 벌금이나 (징역형 등) 법적 제재를 가할 수 있다"면서 "가짜뉴스 확산으로 인한 혼란을 막고 경각심을 불러일으키는 장점도 있지만, 표현의 자유와 언론의 자유를 제약한다는 염려도 부각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법을 적용하는 '공공의 이익'에 반한다는 조건이 자의적으로 해석되면 정치적 목적으로 사용되지 않을까 하는 염려"라면서, 싱가포르 정부가 지난 2019년 10월 법 시행 직후 국회의원 선거를 앞둔 야당 의원들에게 4건의 허위정보 시정명령을 내린 사례를 언급했다.
지난해 12월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 연구용역('가짜뉴스 실태와 대응방안 – OECD 주요 국가 사례를 중심으로') 보고서에도 "동 법이 발효된 2019년 10월 이후 (싱가포르) 인민행동당 정부는 2019년에만 네 차례 이상 이에 의거하여 제재 명령을 내린 바 있으며, 공교롭게도 그 대상으로 야당 관련 게시물들이 주를 이루고 있어 논란을 빚기도 했다"고 밝혔다. 실제 지난 2019년 11월 25일 이 법의 첫 집행 대상은 야당인 '진보 싱가포르당' 간부가 페이스북에 올린 게시물이었다.
정연보 교수는 "(허위정보 규제를) 법적인 제재로 해결하려고 하면 더 많은 다른 문제가 발생해 법적인 제재는 최소한의 분야에 투명하게 적용되는 게 맞다"고 지적했다.
▲ YTN과 한국언론학회가 9월 25일 서울시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공동 개최한 제1회 서울팩트체크포럼(SFCF) 토론 모습. (YTN사이언스 유튜브 영상 갈무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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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작 윤석열 정부 들어 30여 개 언론사 팩트체커가 참여한 SNU팩트체크센터가 운영을 중단하는 등 민간의 자발적인 허위정보 방지 노력에 제동이 걸린 상태다. (관련기사 : SNU팩트체크 7년 만에 중단... "한국 언론자유 퇴보" https://omn.kr/29u8t)
유승현 한양대 언론정보대학원 교수는 이날 토론회에서 "우리나라는 외국과 같은 민간 팩트체크 기관이 거의 없는 상황"이라면서 "기존 SNU팩트체크센터뿐 아니라 시청자미디어재단 팩트체크센터도 사실상 운영이 중단돼 독립적 팩트체크 기관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정부가 직접적 규제에만 목적을 두고 규제하거나 정부 주도로 팩트체크 기관을 만드는 게 아니라 (언론사, 플랫폼, 이용자 등) 다양한 이해 관계자가 참여하는 협력 체계를 만드는 게 우선"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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