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효정·채수평 변호사(법무법인 지평)가 인수합병(M&A) 딜 브레이커(Deal Breaker) 사유가 될 수 있는 법률 이슈를 전합니다.
인수합병(M&A)을 진행할 때 법률, 회계, 세무 등 다양한 분야에서 대상 기업을 파악하기 위한 실사가 이루어진다. 실사는 대상 기업의 운영 전반을 점검한다는 점에서 정부기관의 조사나 수사와 유사한 측면이 있다. 그러나 정부기관의 조사는 기업이나 임직원의 법령 위반 사실을 적발해 행정적·형사적 제재를 가하는 데 초점을 두는 반면, 실사는 법적·재무적 리스크를 사전에 평가하는 데 목적이 있다는 점에서 명확한 차이가 있다.
실사는 대상 기업이 제공한 자료와 담당자 인터뷰를 기반으로 사실관계를 파악하는 방식으로 진행되기에 기업이 공개하지 않는 사안까지 모두 확인하기는 어렵다. 또한 실사를 수행하는 기관은 정부기관과 달리 기업에 자료 제출이나 답변을 강제할 수 없으며 실사 방법도 정부기관의 수사·조사 방법에 비하면 상당히 제한적이다. 실사 기간 역시 한정적이므로 모든 법적 리스크를 완벽히 파악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특히 법률 실사의 경우 정부기관처럼 법령 위반 사실을 적발하고 제재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존재하는 법령 위반 리스크를 어떻게 헷징(위험 분산)할 것인지에 초점을 맞춘다.
물론 대상 기업이 스스로 형사책임이 문제될 수 있는 부분을 공개하고 리스크 헷징 방안을 논의하는 경우도 있지만 기업이 운영 과정에서 법령 위반 사실을 정확히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때도 많다. 정부기관의 조사나 수사, 행정 처분이 있었거나 언론 보도를 통해 여러 차례 부각된 사안이 아니라면 기업 운영 과정에서 형사책임이 문제되는 사실이 발생했는지를 실사 기관이 완전히 파악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사 과정에서 대상 기업의 다양한 자료와 사실관계를 다각도로 검토하면서임직원의 형사책임이 문제될 수 있는 이슈가 일부 드러나는 경우도 있다. 우선 M&A 실사에서 파악됐던 대표적인 형사책임 사례를 소개한다. 아래 문제들은 특정 기업의 문제이기보다는 필자가 실사 과정에서 자주 맞닥뜨린 문제들이다.
허위세금계산서 발급 문제
허위 세금계산서 발급 문제, 또는 가공거래 문제라고도 한다. 회사가 다른 회사와 계약을 체결하고 세금계산서를 발급받아 대금을 지급했지만 이에 상응하는 재화나 용역을 제공받지 않은 경우(반대로 대금을 수령하였지만 재화나 용역을 제공하지 않은 경우)를 의미한다. 조세범 처벌법은 재화 또는 용역을 공급하지 않거나 공급받지 아니하고 세금계산서를 발급하거나 발급받은 행위를 한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공급가액에 부가가치세의 세율을 적용하여 계산한 세액의 3배 이하에 상당하는 벌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한다(조세범 처벌법 제10조 제3항). 양벌규정에 의하여 법인에 대해서도 벌금형이 과해질 수 있다(조세범 처벌법 제10조, 제18조).
법령을 위반하는 행위지만, 다양한 경제적 이유와 배경에서 이러한 거래를 진행한다. 회사의 재무상황을 부풀리는 수단으로 사용되기도 하고, 이자제한법의 규제를 회피하여 이자를 수령하기 위한 방법으로 활용하기도 한다.
거래 중간에 별도 역할을 수행하지 않는 다른 관계사를 거치도록 하여 경제적 이익을 분여하기 위한 일명 ‘끼워넣기 거래’로써 관계사를 지원하기도 한다. 정상적인 거래로 보기 어렵기 때문에 이런 이슈가 있는 회사를 인수할 때에는 많은 고려가 필요하다. M&A 이후 세무조사에서 이러한 문제가 발견되면 부가가치세와 가산세, 벌금 등으로 인해 상당한 규모의 우발부채가 발생할 수 있다. 조세범 처벌법 이외의 다른 문제로도 이어질 수 있으므로 유의해야 한다. 회사의 재무 상황을 잘못 파악할 수 있는 요소이기도 하다.
리베이트 지급 문제
경쟁이 치열한 업계에서 다른 업체의 발주를 받아 영업활동을 영위하는 회사의 경우 실사 과정에서 리베이트를 지급한 흔적이 발견되는 예도 있다. 회계실사를 하면서 확인되는 비용 지출과 그 근거가 되는 계약서를 매칭해보고 불일치하는 부분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확인될 때가 있다.
리베이트를 제공한 자에 대해서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게 그 임무에 관하여 부정한 청탁을 하고 재물 또는 재산상의 이익을 공여’했을 때 성립하는 배임증재죄가 인정될 수 있다. 회사 대표이사가 리베이트 제공 행위로 인하여 제3자에게 손해를 발생시켰다면 회사도 공동불법행위책임을 부담할 수 있다(상법 제389조 제3항, 제210조, 대법원 2013. 4. 11. 선고 2012다116307 판결 등 참조). 대표이사만의 문제에 그치지 않고, 회사의 책임으로 이어질 수 있는 부분이다.
인수자와 실사기관은 대상 기업이 속한 업종과 영업행위의 중요성 등을 고려해 리베이트 문제의 발생 가능성이 있는지 사전에 검토해보고 해당 이슈를 얼마나 심도 있게 검토할 것인지 결정해야 한다.
임원진의 배임·횡령 문제
실제로 근무하지 않는 임직원들에 대한 보수를 지급 또는 법인카드를 사용하게 하거나 영업에 활용되지 않고 회사와 무관한 자가 사용하고 있는 자산의 비용을 회사가 지급하고 있는 경우도 많이 발견되는 사례다.
회사가 특정 인원과 자문계약을 체결하고 정기적으로 고문비를 지급하고 있지만 실질적인 자문은 제공되지 않는 경우도 있다. 모두 회사 임원진의 횡령 또는 배임이 문제될 수 있다.
회사가 특별한 이유 없이 다른 회사에 대여금을 수시로 제공하는 경우도 있다. 이때 회사 내부적으로 대여금 실행의 필요성과 회수 가능성에 대해서 검토하지 않고 담보를 제공받는 등 상당하고도 합리적인 채권회수조치도 이루어지지 않았다면 업무상 배임죄가 인정된다.
담합 문제
현실적으로 파악하기가 상당히 어려운 문제다. 담합은 은밀하게 진행되는 것이 대부분이므로 실사 과정에서 확인이 쉽지 않다. 특히 대상 기업에서 실사에 대응하는 부서와 실제 담합을 진행한 부서가 다른 것이 일반적이므로 실사 대응팀조차 회사의 담합 사실을 모르는 경우도 상당히 많다.
리베이트와 마찬가지로 인수자와 실사기관은 대상 기업이 속한 업종과 영업행위의 중요성 등을 고려하여 담합 발생 가능성을 사전에 가늠해야 한다. 대상 기업이 담합이 자주 문제될 수 있는 상황이라면 여러 징표를 통해 담합 가능성이 있는지 따져 본다. 이 경우 동종업계 종사자 모임이 있는지 또는 동종업계 회사간 논의된 내용이나 자료가 있는지 등을 문의하게 되며 이는 담합 가능성을 가늠하기 위한 대표적인 질문이다.
위와 같이 형사책임이 문제될 수 있는 사안을 맞닥뜨리면 인수인과 실사기관은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회사 임직원의 형사적 책임이 문제되면 이는 회사에 대한 감사의견이나 상장적격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구체적으로 기업공개(IPO)의 질적 심사 요건인 경영 투명성 및 경영 안정성(코스닥시장 상장규정 제29조 제1항 제2호, 유가증권시장 상장규정 제30조 제1항 제2호) 평가에서 부정적 요소로 작용한다. 한국거래소는 상장신청회사가 최대주주 및 임원의 불법행위 여부를 사전에 점검하고 이에 대한 보완 대책을 마련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형사적 책임이 내포된 행위가 이미 발생했다면 이를 사후적으로 치유하기 어려운 경우가 대부분이다. 또한 세무적 이슈도 같이 발생하게 되므로 각 사안별로 발생할 수 있는 세무상 효과를 실사 단계에서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
만약 이슈가 발견됐음에도 불구하고 M&A를 진행하는 것으로 의사결정한다면 거래 종결에 앞서 위법성이 있는 거래는 단절하거나 거래조건을 조정하도록 선행조건으로 요구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또한 M&A 계약서를 통해 문제되는 부분을 특정하여 진술 및 보장을 받고 손해배상책임을 부담시키며 발생가능성이 높거나 특별히 우려되는 부분은 책임 제한이 적용되지 않는 특별손해배상으로 포섭하거나 별도 위약벌 규정을 두기도 한다.
다만 이는 모두 손해가 발생한 이후에 작동하는 사후적인 구제 수단이라는 한계가 있다. 결국 사안별로 리스크가 현실화됐을 때 손해를 최대한 보전할 방안이 무엇인지, 해당 방안이 실제로 구동될 수 있고 실효성도 충분히 확보됐는지 고민하고 계약서에 내용을 세부적으로 담는 과정이 필수적이다.
남지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