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진짜 바닥 쳤나 [김경민의 부동산NOW]
올들어 서울 아파트 실거래가가 반등하면서 집값 바닥 논란이 뜨겁다. 주요 인기 단지 급매물이 소진되면서 집값이 바닥을 쳤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한편에서는 거래량이 뚜렷하게 회복되지 않은 데다 악재도 많아 바닥이 멀었다는 의견도 적잖다.
지역별로는 강남4구(강남, 서초, 송파, 강동구)가 위치한 동남권 상승세가 두드러졌다. 동남권의 3월 실거래가지수는 3.22% 뛰어 2020년 7월(4.49%) 이후 2년 8개월 만에 가장 큰 상승 폭을 기록했다. 한편 노도강(노원, 도봉, 강북구)이 포함된 동북권은 1.16% 올랐다. 양천·강서·구로구 등이 포함된 서남권(1.13%), 서대문·마포·은평구 등이 포함된 서북권(0.92%)도 상승했다.
서울 아파트 실거래가지수가 상승세로 돌아선 것은 집값이 급락하면서 바닥 논란이 확산된 데다 은행 대출금리가 하향세를 보인 것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은행 대출금리 하락으로 ‘영끌’ 대출자들의 이자 부담이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은행연합회 공시에 따르면 KB국민, 신한, 하나, NH농협, 우리은행 등 국내 5대 시중은행의 4월 평균 주택담보대출(10년 만기 이상, 분할상환 상품 기준) 금리는 연 4.77%였다. 1월(연 5.29%)보다 0.52%포인트 낮아졌다.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하락하는 것은 최종 금리를 산정할 때 기준이 되는 코픽스(COFIX, 자금조달비용지수)가 낮아졌기 때문이다. 은행 예금 등 조달 자금 금리가 떨어지면서 코픽스도 동반 하락하고 있다. 4월 신규 대출액 기준 코픽스는 3월(3.56%)보다 0.12%포인트 내린 3.44%를 기록해 한국은행 기준금리(연 3.5%) 밑으로 내려갔다. 신규 코픽스가 한은 기준금리를 밑돈 것은 2010년 공시 시작 이후 2013년 4월과 2014년 7월, 두 번뿐이었다. 최근 시중은해에서는 연 3%대 금리를 제시하는 상품까지 등장했다. 변동형 주택담보대출 금리 하단이 연 3%대에 진입한 것은 지난해 7월 이후 10개월 만이다.
아파트 경매 낙찰률도 상승하면서 경매시장도 되살아나는 분위기다. 법원경매 정보업체 지지옥션에 따르면 지난 4월 전국 아파트 경매 2146건 가운데 39.7%인 853건이 낙찰되며 전월(29.2%) 대비 낙찰률이 10.5%포인트 올라갔다. 지난해 8월(41.5%)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아파트 실거래가지수가 오르고 경매시장도 되살아났지만 추격매수는 주의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한목소리다. 서울 일부 지역 거래가 살아났을 뿐 전국적으로 여전히 경기 침체가 심각하기 때문이다.
아파트 미분양 물량도 넘쳐난다. 지난 3월 기준 전국 아파트 미분양 물량은 7만2,104가구에 달한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집값 바닥 논란에 실수요 매수세가 다시 살아나는 분위기지만 무리한 베팅은 금물이다. 대출금리가 떨어졌다고 해서 지나치게 대출에 의존할 게 아니라 자기자본 비중을 높여 투자하는 것이 안전하다”고 말했다.
[글 김경민 『매경이코노미』 기자 사진 매경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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