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원 "윤석열 대통령과 당권의 '디귿'도 얘기 안 했다"

곽우신 2022. 11. 30.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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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②] 나경원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 "당권 도전, 국민들이 원하면 나가는 것"

[곽우신, 권우성 기자]

[인터뷰①] 나경원 "<고딩엄빠> 의미 있어...어떤 가족에서 태어나든 차별 안돼" (http://omn.kr/21t6p)
 
 나경원 대통령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
ⓒ 권우성
 
"윤석열 대통령과 당권의 '디귿(ㄷ)'자도 이야기한 적이 없다."

나경원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이 언론의 주목을 받는 이유는 국민의힘의 당권 구도와 관련이 깊다. 대통령의 국정 수행을 뒷받침해야 할 여당이 언제까지 비상대책위원회 체제일 수는 없다. 윤석열 정부의 성공을 지원하기 위해서라도 당 지도 체제를 안정시켜야 하는데, 아직까지 전당대회 시점부터 룰까지 '설'만 난무할 뿐 모든 것이 물음표인 상태이다.

나경원 부위원장은 여당의 차기 당권 주자로 항상 손꼽히는 인물이다. 전직 4선 국회의원이고, 원내대표직도 수행했다. 지난 전당대회에서 고배를 마시기는 했지만, 최근 여러 여론조사에서 '당심의 나경원, 민심의 유승민'으로 계속 언급되고 있다. 당내 '친윤' 마케팅이 횡횡한 가운데, 여당 지지층에서 가장 인기가 높은 나 부위원장의 출마 여부는 관심사일 수밖에 없다.

그런 타이밍에 주어진 저출산고령사회위 부위원장과 기후환경대사라는 자리는 마치 '당 대표 대신' 처럼 보였다. 정가에서는 용산 대통령실에서 당권 구도의 '교통 정리'를 위해 준 자리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막상 나 부위원장은 차기 당권에 대해 열린 태도를 보였다. 출마 여부는 "그때 가봐야 아는 것"이고, 지금의 활동은 활동이라는 식이었다. 

28일 오전, 정부서울청사 8층 저출산고령사회위 사무실에서 만났다. 다음은 일문일답 형태로 요약한 내용이다. 

"대통령실에서 나가지 말라고 했다? 국민들이 원하면 나가는 것"

- 지금 이렇게 활발히 활동하는 건 결국 당권에 대한 욕심이 있어서 당권주자로서의 입지를 다지기 위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참 부정적인 시각이다. 부위원장을 하면 또 부위원장 하니까 당권 도전에는 안 나설 것이라고 그러더니… 인구하고 기후가 얼마나 중요한 어젠다(의제)들인가? 사실은 열심히 내가 움직여서 기사화 되는 것 자체가 인구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된다, 사람들이 관심을 갖잖느냐? '아, 이게 진짜 중요한 문제구나'라고. 나는 그렇게 생각하고 열심히 하는 것 뿐이다. 거꾸로 묻고 싶다. 그럼 놀까? (웃음) 부위원장 직책 수당만 받고 그냥 놀까? (웃음) 안 하면 안 하는 대로, 하면 하는 대로…."

- 정치권에서는 이렇게 부위원장하고 기후환경대사 자리를 받은 게 사실상 당권 구도의 교통 정리 차원이라는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지금 이 두 질문이 모순인 거다. 그렇지 않나? 이렇게 모순되는 질문을 하는 기자가 어디 있나? (웃음)"
 
 윤석열 대통령이 10월 14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나경원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에게 위촉장을 수여한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대통령실 제공
 
- 왜냐하면 이 두 가지 모순되는 이야기가 똑같이 정가에서 돌고 있기 때문이다.

"대통령실에서 나한테 전당대회 나가지 말라고 했다? 당권 이야기는 대통령하고 디귿(ㄷ)자도 한 적 없고, 그거는 내가 알아서 판단할 것이다. 추후 당의 상황이나 국가 상황을 보면서 알아서 판단하겠다. 국민들이 원하면 나가는 것이다."

- 실제 여러 여론조사 지표상으로는 지지율이 잘 나오지 않나? 

"그래도 기사는 항상 '유력 주자 없다'라고 나온다. (웃음) 가장 당심에서 압도적인 지지를 받아도 기사는 그렇게 나온다. 그건 뭐겠는가? 내가 당 대표를 하는 게 불편한 거다. 그렇지? 나는 여기에도 여성 차별이 있을 수 있다고 본다. 내가 당 대표 하는 게 왜 불편할까? (웃음)"

- 일각에서는 친윤계 주자끼리의 '연대설'을 제시하기도 한다. 나경원 부위원장도 그 연대설의 주인공 중 한 명이다. 상황을 봐서 직접 뛰지 않게 되면, 간접적으로라도 다른 후보를 지원할 수도 있는건가? 

"사실 지금은 저출산하고 기후 문제에 대해서 너무 고민이 많다. 내가 한꺼번에 해결은 못하지만, 그래도 한 걸음이라도 좀 앞으로 나가고 싶은 그런 심정이다. 당권에 대해서 고민을 한다면 더 여의도에 자주 가야 되겠지. 그런데 그렇게 여의도 분들을 만날 만큼 제가 시간이 많지는 않다.

내가 당에 제일 오래 있던 사람 중에 하나다. 당권 주자로 거론되는 사람들 중에서도 당에서 가장 오래 있던 사람 아닌가? 특별히 다른 한 눈을 안 팔았으니까. 그런 면에서 당에 애정이 많으니까 거론이 자꾸 되는 거라 생각한다. 당이 잘 돼야, 여당이 건강해야 국정 동력이 생기는 거고, 또 그렇게 해야 나라가 잘 된다. 5년 동안 여당과 정부가 죽을 쑤면, 5년 동안 대한민국 후퇴하는 거 아닌가? 그런 면에서 우리 당이 잘 되는 길에 대한 고민도 하고 살펴는 보고 있다.

하지만 지금 당장은 언제 전당대회를 하는지도 모르겠고, 그렇다고 내가 인위적으로 전당대회를 빨리 해라 혹은 늦게 해라 할 것도 아니다. 룰을 어쩌느냐고 내가 이야기할 때가 아니다. 전당대회가 시작이 된다고 하면, 그때 가서 한 번 전체적으로, 종합적으로 한 번 보려고는 한다. 조금 더 지켜보자. 그 이상은 내가 할 이야기가 없다. 매일 기자들이 똑같은 걸 물어보는데, 내가 다른 답을 해주고 싶어도 내 마음이 변해야지. (웃음) 지금은 저출산과 기후 문제에 대한 고민이 클 뿐이다."

"용산, 집권 초기니까 당연히 그립 쥐고 싶을 것"
 
 나경원 대통령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
ⓒ 권우성
 
- 최근 정치 관련 기사는 대부분 용산 대통령실과 여의도 여당과의 관계에 대한 내용들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당 지도부와 만찬 전에 친윤계와 부부 동반 만찬을 했느니 같은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대통령실이 여당의 그립(주도권)을 강하게 쥐려는 걸 어떻게 평가하나?

"기사가 많이 나오는 건 당연하다. 집권 초기인데 당연히 대통령실은 그립을 강하게 쥐고 싶을 것이고, 집권 초기니까 그게 기사화되는 것이겠지. 집권 후기에는 그립을 쥐려고 그래도 당이 말을 안 들을 것이다. (웃음)

어느 대통령실이나 늘 당에다가 이런저런 대통령실의 의지를 표명할 텐데, 집권 초기에는 그게 강하게 먹힌다. 특히 사실상 집권 2년차인 2024년에 국회의원 총선거가 있다 보니, 용산 대통령실의 이야기가 어느 정도 영향력이 있겠지."

- '당연하다'라면서 긍정 혹은 부정 평가는 하지 않는다.

"긍·부정 평가를 굳이 지금 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웃음) 다만, 너무 친윤이다 혹은 비윤이다 이런 식으로 자꾸 당이 갈라지거나 하는 건 별로 바람직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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