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재윤 뇌진탕 치료 도중 온필드 리뷰, 구급차 혼선… 부상만큼은 '선수 우선 프로토콜' 필요 [케현장]

김희준 기자 2025. 10. 26.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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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진탕 부상으로 응급처치를 받는 황재윤(수원FC).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풋볼리스트=수원] 김희준 기자= 황재윤이 뇌진탕 치료를 받는 도중 주심은 온필드 리뷰를 하기 위해 터치라인 바깥으로 나갔다. 규정에 위배되는 사항은 아니었으나 선수가 부상당했을 때에는 모든 역량을 부상 선수에게 집중하는 문화와 프로토콜이 자리잡을 필요가 있다.


지난 25일 수원종합운동장에서 하나은행 K리그1 2025 34라운드를 치른 수원FC가 제주SK에 1-2로 패했다.


이날 경기 막판 아찔한 장면이 벌어졌다. 수원FC 골키퍼로 나섰던 황재윤이 후반 44분 21초 머리 부상을 입었다. 황재윤은 신상은의 슈팅을 막아낸 뒤 세컨볼을 내주지 않기 위해 다이빙하며 공을 쳐냈다. 그런데 슈팅을 위해 쇄도하던 최병욱이 황재윤의 위치를 미처 확인하지 못하고 슈팅하며 황재윤의 오른쪽 머리를 걷어찼다. 황재윤은 머리가 크게 흔들려 심한 충격을 받아 경기장에 쓰러졌다.


천만다행으로 황재윤은 의식을 잃지 않았지만, 심각한 뇌진탕 증세를 보였다. 의지를 갖고 일어나보려고 노력했지만 몸이 말을 듣지 않는 듯 힘겨워했다. 김우성 주심은 황재윤의 상태가 심각함을 확인하고 곧바로 의료진을 호출했다. 의료진은 황재윤을 눕혀 안정을 취하게 한 뒤 상태를 확인했다.


황재윤은 머리에 붕대를 감는 응급처치를 받고 의료진의 부축을 받으며 일어났다. 황재윤이 일어나 서는 걸 확인한 주심은 비디오 판독 심판(VAR)의 권고에 따라 최병욱이 퇴장성 반칙을 범했는지 확인하기 위해 주심 리뷰 구역으로 가 온필드 리뷰를 실시했다.


그런데 주심이 온필드 리뷰를 하러 간 사이 황재윤은 몸의 균형을 제대로 잡지 못하는 등 뇌진탕 증세를 보이며 다시 경기장에 쓰러졌다. 의료진은 더 이상 황재윤이 경기를 소화하면 안 된다는 판단에 구급차를 호출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혼선이 생겨 구급차 대신 들것이 나왔다. 들것은 근육 부상 등으로 거동이 어려운 선수에게는 사용할 수 있지만, 머리 부상을 당한 선수에게는 적합하지 않아 제 역할을 할 수 없었다.


온필드 리뷰를 마친 김 주심이 VAR 발표를 하려다 해당 상황을 확인하고 구급차를 요청한 뒤에야 구급차가 경기장 안으로 들어왔다. 구급차가 황재윤을 싣고 최종적으로 경기장을 떠난 시간은 후반 추가시간 4분 10초였다. 황재윤의 뇌진탕 발생 시점에서 구급차 이송까지 걸린 시간은 4분 49초였다.


뇌진탕 증세로 구급차로 이송되는 황재윤(수원FC). K리그 중계화면 캡처

병원 검진 결과 황재윤은 중증도 이상의 심한 뇌진탕 증세를 겪은 걸로 확인됐다. 수원FC 관계자는 '풋볼리스트'를 통해 "진료 결과 현재까지 뇌출혈 소견은 없지만, 중등도 이상의 뇌진탕 및 경추 염좌 소견이 있다. 경과 관찰 후 호전되지 않으면 CT(컴퓨터단층촬영), MRI(자기공명영상) 등 추가 검사를 시행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현재 황재윤은 응급실에서 병실로 옮겨져 안정을 취하는 걸로 알려졌다.


이번 황재윤 부상 장면에서 잘못된 조치를 취한 관계자는 없다. 주심은 황재윤의 머리 부상을 확인하고 즉시 의료진을 호출했고, 의료진은 경기장 안에서 상태를 판단해 황재윤이 더 이상 경기를 소화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주장 윤빛가람을 비롯한 선수들도 황재윤의 상태가 심각해지자 곁으로 다가가 상황을 확인한 뒤 구급차를 부르고 주심에게 상황을 설명하는 등 필요한 행동을 했고, 구급차도 신호를 인지한 시점에 빠르게 들어와 황재윤을 후송했다.


그럼에도 황재윤의 부상 진단이 완벽히 끝나지 않은 시점에서 주심이 온필드 리뷰를 확인하기 위해 자리를 떠난 건 아쉬움으로 남는다. 물론 주심은 황재윤이 뇌진탕을 당하고 의료진을 부른 시점에서 기본적인 역할은 다 했다. 국제축구평의회(IFAB)의 경기 규칙 '뇌진탕으로 인한 추가 영구 교체 프로토콜'에 따르면 주심은 선수의 부상에 적절한 지원을 제공해야 한다. 다만 의료진 등이 투입된 이후에 뇌진탕 교체 등을 판단하는 건 전적으로 해당 팀과 의료진의 몫이며, 주심은 그들의 판단에 개입하지 않고 이를 받아들여야 한다.


그러나 주심이 터치라인 안에 있을 때 더 원활하게 응급 조치가 이뤄질 수 있다. IFAB 경기 규칙의 '심판' 항목에 따르면 주심 또는 다른 심판들이 내리는 결정에는 '부상 선수를 치료하기 위해 경기장 밖으로 나가도록 하는 결정'이 포함돼있다. 또한 해당 규정에 따르면 부상 상황에서 의료진이 경기장 안으로 들어오는 걸 허락하는 사람은 기본적으로 주심이다.


주심이 의료진 판단을 받아들이더라도 주심의 신호가 있어야 신속한 '뇌진탕 교체'가 이뤄질 수 있다. 특히 뇌진탕과 같이 머리 관련 부상은 빠른 조치가 생명이기에 주심이 있을 때와 없을 때 구급차 투입 등의 반응속도가 차이날 수밖에 없다. 적어도 뇌진탕 등 머리 부상과 관련한 사안에 있어서는 경기를 관장하는 전문가인 주심이 부상 선수 곁에 머물며 추가 조치를 도와야 한다.


대한축구협회 심판규정 제20조 '심판의 의무'에 따르면 심판은 경기 중 긴급 상황 발생 시 안전을 최우선으로 대처해야 할 의무'가 있다. 그 안전에는 심각한 부상을 입은 선수의 생명을 보호하는 것도 있을 테다. 온필드 리뷰와 같이 부상 선수에 대한 조치가 끝난 다음에 해도 늦지 않는 것들은 잠시 뒤로 미뤄둘 수 있다. 전 세계적으로 선수 뇌진탕 문제에 대한 심각성과 경고가 커지는 가운데, 큰 부상에 있어서는 주심이 부상 상황을 끝까지 지켜본 뒤 후속 조치를 취하는 문화 내지 프로토콜이 도입될 필요가 있다.


사진=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K리그 중계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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