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모 시장 주역 떠오른 ‘먹는 미녹시딜’ [미장 보석주]

최창원 매경이코노미 기자(choi.changwon@mk.co.kr) 2026. 5. 13. 21:03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46) 베라더믹스(MANE)

탈모 치료제 시장이 30년 만에 변곡점을 맞았다. 바르는 약 중심이던 시장 구조가 ‘먹는 약’으로 이동할 조짐이다. 중심에는 미국 바이오테크 베라더믹스(Veradermics)가 있다. 베라더믹스는 지난 4월 27일(현지 시간) 경구용 탈모 치료제 후보물질 ‘VDPHL01’이 남성형 탈모 대상 2/3상 임상시험(스터디 302)에서 주요 지표를 충족했다고 밝혔다. 모발 수 증가와 환자 체감 개선 모두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결과를 확보했다는 설명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이번 시험은 총 519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하루 1회(8.5㎎), 2회 복용군과 위약군을 비교하는 방식이다. 6개월 기준 모발 수 증가 지표는 1회 복용군과 2회 복용군이 각각 30.3모, 33모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위약군은 7개 증가에 그쳤다. 단순 비교만으로도 4배 이상 차이다.

안전성도 중요한 포인트다. 일반적으로 경구형 탈모 치료제는 심혈관 부작용 우려가 변수로 꼽힌다. 하지만 이번 임상에서는 치료와 직접 관련된 중대한 이상반응이 없었다. 특히 심장 관련 부작용도 관찰되지 않았다. 효과뿐 아니라 ‘복용 가능한 약’이라는 조건까지 충족했다는 의미다.

리드 월드먼(Reid Waldman) 베라더믹스 최고경영자(CEO)는 “부작용과 심장 위험을 최소화하면서 모발 성장을 촉진할 수 있다는 것”이라며 “현재 개발 중인 후보물질이 전 세계 수백만명의 탈모 환자를 위한 결정적인 이정표가 될 수 있다고 낙관한다”고 강조했다.

베라더믹스 발표 이후 주가도 고공행진이다. 직전 거래일(4월 24일) 67달러였던 주가는 발표 직후 100달러로 치솟았다. 5월 6일 기준으로는 109달러를 유지 중이다. 지난 2월 기업공개(IPO) 당시 공모가(17달러)와 비교하면 500% 가까이 올랐다.

월가는 추가 상승도 가능하다고 보는 분위기다. 글로벌 투자은행(IB) 씨티그룹은 4월 28일 보고서에서 투자의견 매수를 제시하며 목표주가를 기존 85달러에서 120달러로 상향 조정했다. 주요 임상 지표가 긍정적이란 설명을 덧붙였다. 제프 미참(Geoff Meacham) 씨티그룹 애널리스트는 “임상 프로그램 전반의 불확실성을 크게 낮춘 이벤트(de-risking event)”라며 “수십억달러 규모 상업화 가능성을 확인했다”고 평가했다.

피부과 전문의 모여 설립

먹는 미녹시딜 어떤 의미?

베라더믹스는 피부과 전문의가 힘을 합쳐 2019년 설립한 7년차 바이오텍이다. CEO인 리드 월드먼부터 팀 두르소 최고기술책임자(CTO), 제시카 브라운 의료 담당 부사장 등 주요 인력 대부분이 피부과 전문의 출신이다. 창업 초기부터 탈모와 같은 모낭 질환 치료제 개발에 집중했다.

전문성이 확실한 만큼, 자본 시장 관심도 상당했다. 2021년 시리즈A 투자 유치 과정에서 약 2070만달러를 조달했다. 이후 2024년에는 7500만달러 규모 시리즈B를 마쳤다. 이후 지난해 10월 시리즈C 투자 유치에서 1억5000만달러를 확보했다. 특히 글로벌 딥테크·바이오텍 전문 벤처캐피털(VC)로 잘 알려진 SR ONE이 리드 투자자로 참여해 눈길을 끌었다. 한발 더 나아가 지난 2월에는 뉴욕증권거래소 기업공개(IPO)까지 마쳤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제출 자료에 따르면, 베라더믹스는 당시 보통주 약 1500만주를 주당 17달러에 공모해 총 2억5630만달러를 조달했다. 빅파마인 일라이릴리(Eli Lilly)와 글로벌 자산운용사 웰링턴매니지먼트(Wellington Management) 등이 공모에 참여해 주목 받았다.

베라더믹스 핵심은 경구용 탈모 치료제 후보물질 VDPHL01이다. 그동안 탈모 치료제는 크게 두 가지 축으로 구분됐다. 바르는 약인 ‘미녹시딜’과 먹는 ‘프로페시아(피나스테리드)’다. 미녹시딜은 모발 성장 보조 측면에서 효과가 검증됐지만, 매일 두피에 발라야 한다는 번거로움이 있다. 베라더믹스가 지난 3월 발표한 IR 자료에 따르면, 기존 미녹시딜 사용자의 약 86%가 중도에 치료를 중단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매일 두피에 도포해야 하는 사용 방식 자체가 복용 지속률을 떨어뜨린다는 분석이다. 먹는 약인 피나스테리드는 복용 편의성은 높지만, 호르몬 작용을 기반으로 하는 만큼 부작용 우려가 꾸준히 제기됐다. 성기능 저하 등 부작용 가능성으로 장기 복용에 부담을 느끼는 환자도 상당수라는 게 베라더믹스 판단이다.

VDPHL01은 미녹시딜과 피나스테리드의 중간 지점을 공략한다. 기존 미녹시딜의 효과를 유지하면서 복용 방식은 ‘먹는 약’으로 바꿨다. 물론 이전에도 경구용 미녹시딜은 존재했다. 다만 고혈압 치료제로 개발된 ‘속방형(Immediate Release, 잠깐용어 참조)’ 형태인 탓에 탈모 치료에는 제한적으로 사용돼왔다. 베라더믹스는 이에 설계 방식을 바꿨다. 약물이 체내에서 천천히 작용하도록 ‘서방형(extended-release, 잠깐용어 참조)’ 구조를 채택했다. 리드 월드먼 CEO는 4월 27일 임상 관련 콘퍼런스콜에서 “미녹시딜을 경구 투여에 최적화하기 위해 서방형 구조를 개발했다”며 “하루 종일 모낭에 미녹시딜을 지속적이고 안정적으로 공급하면서 심장 부작용을 유발하는 혈장 내 최고 농도는 억제해 심장 질환 등 부작용을 줄였다”고 설명했다.

베라더믹스가 ‘경구용 미녹시딜’ 후보물질 VDPHL01로 주목받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가격 비싸도 소비자 지갑 열린다”

40조 시장 개화 vs 기대감 선반영

월가는 벌써부터 가격 책정에 관심 갖는다. 최근 베라더믹스 콘퍼런스콜에서도 관련 질문이 쏟아졌다. 이에 대해 베라더믹스는 탈모 관련 영양제인 뉴트라폴(Nutrafol) 사례를 주목 중이라고 밝혔다. 마크 노이만 최고전략책임자(CSO)는 “뉴트라폴은 월 약 90달러 수준의 비싼 가격에도 불구하고 약 200만명의 환자를 확보해 연간 10억달러 이상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의사와 환자를 대상으로 가격 민감도와 지불 의사를 면밀히 조사할 계획이고, 다양한 요소를 고려해 최종 가격을 결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베라더믹스는 잠재 시장도 크다고 내다본다. 미국 내 탈모 환자가 약 8000만명에 달하는 반면, 실제 치료제를 사용하는 비중은 제한적이라는 분석이다. 베라더믹스는 시장 규모를 약 300억달러(약 40조원)로 추정했다.

우려할 지점도 있다. 일단 임상 개발 단계라는 점에서 불확실성이 완전히 해소된 것은 아니다. 제프 미참 씨티그룹 애널리스트는 “해당 치료제가 실제 출시까지 갈 확률은 75%”라면서도 “향후 3상 확증 임상과 규제 승인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변수가 발생할 가능성도 남아 있다”고 설명했다.

상업화 역시 넘어야 할 과제다. 탈모 치료제 시장에는 이미 저가 제네릭 미녹시딜이 널리 보급돼 있다. 베라더믹스가 고가 전략을 택할 경우, 기존 치료제 대비 뚜렷한 효과와 안전성을 입증해야만 가격을 정당화할 수 있다.

제프 미참 애널리스트는 “고가 전략을 위해서는 의료진의 처방 확대와 환자의 지불 의사가 뒷받침돼야 한다”고 짚었다. 주가 측면에서도 부담 요인이 있다. 단기간 급등으로 기대감이 상당 부분 반영됐다는 점이다. 투자 전문매체 심플리월스트리트 등은 특정 파이프라인 의존도가 높은 구조를 이유로 신중론을 제기했다.

[잠깐용어] *속방형과 서방형

속방형(IR·Immediate Release)은 약을 복용하면 성분이 빠르게 녹아 체내에 즉시 흡수되는 방식이다. 효과가 빨리 나타나는 대신 지속 시간은 상대적으로 짧다. 반면 서방형(ER·Extended Release)은 약 성분이 천천히 방출되도록 설계한 제형이다. 약효가 오래 유지돼 복용 횟수를 줄일 수 있다. 다만 효과가 나타나는 속도는 상대적으로 느리다.

[최창원 기자 choi.changwon@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359호(2026.05.13~05.19일자) 기사입니다]

[Copyright (c) 매경AX.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Copyright © 매경이코노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