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백요리사 돌연 ‘노키즈존’ 논란, 왜 [여러분 생각은]
화려한 출연진과 독특한 기획력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끈 넷플릭스 오리지널 예능 ‘흑백요리사:요리계급전쟁’을 통해 얼굴을 알린 셰프들의 식당이 때 아닌 ‘노 키즈 존’ 논란에 휩싸였다. 이들이 운영하는 ‘파인 다이닝’ 대부분이 아이들의 출입을 금지하는 노 키즈 존으로 운영된다는 이야기가 나오면서다.
값비싼 음식과 고급 서비스를 제공하는 파인 다이닝의 특성을 고려할 때 조용하게 식사하고 싶은 손님들을 위해 당연한 조치라는 주장과 이 역시 일종의 차별이라는 의견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최근 엑스(X·옛 트위터)에는 일부 흑백요리사 출신 셰프들의 노 키즈 존 정책을 지적한 글이 올라왔다. 글쓴이는 “‘나폴리 맛피아’ ‘트리플스타’ ‘요리하는 돌아이’가 운영하는 식당들 다 노 키즈 존임”이라며 “파인 다이닝이니까 당연하지 않냐 하기엔 노 키즈 존 아닌 파인 다이닝 꽤 있음. ‘원투쓰리’ 식당은 아예 웰컴 키즈 존임”이라고 주장했다.
나폴리 맛피아, 트리플스타, 요리하는 돌아이, 원투쓰리는 흑백요리사에서 흑수저 셰프로 출연해 뛰어난 실력으로 주목받았다. 이 중 나폴리 맛피아는 한국계 미국 유명 셰프 에드워드 리를 제치고 최종 우승했다. 프로그램이 인기를 끈 만큼 이들이 운영하는 식당들에 대한 관심도 폭발해 예약 경쟁이 치열한 상황이다.
18일 나폴리 맛피아, 트리플스타, 요리하는 돌아이가 운영하는 레스토랑에 직접 확인한 결과 이곳들은 실제 노 키즈 존으로 운영되고 있었다. 요리하는 돌아이 식당은 ‘주류를 판매하는 매장 특성상 미성년자 출입이 제한된다’고 안내하고 있다. 나폴리 맛피아의 식당 역시 6명이 정원인 바(Bar) 형태의 테이블에서 반드시 주류를 곁들여 먹는 다이닝 바로 운영되고 있다.
원투쓰리 식당은 아이 의자가 준비된 웰컴 키즈 존이 맞았다. 다만 아이를 동행한 고객은 룸을 이용하는 조건이었다.
사람들의 반응은 엇갈렸다. 엑스 글에는 “파인 다이닝은 노 키즈 존인 게 당연한 게 아니냐” “애초에 주류 주문이 필수인 다이닝 바인데 아이들을 어떻게 데리고 가냐” 등 노 키즈 존을 문제삼기 어렵다는 반응이 다수 달렸다.
파인 다이닝이나 다이닝 바가 노 키즈 존으로 운영되는 것은 사회적으로 통용되던 규칙이라는 의견도 있었다. 기존 이용자들 사이에선 당연한 걸로 받아들여지던 룰인데, 흑백요리사 인기로 이들 식당에 가보고 싶은 고객층이 다양해지면서 불필요한 논란이 촉발됐다는 것이다.
주류를 판매하는 곳은 법률상 미성년자 출입이 금지된다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법무법인(유한) 강남의 서수민 변호사는 “법률상 미성년자의 출입이 제한되는 곳은 영업의 형태나 목적이 주로 성인을 대상으로 한 술, 노래, 춤의 제공 등 ‘유흥접객행위’가 이뤄지는 영업일 때”라고 설명했다. 다이닝 바라는 이유만으로 보호자가 동행한 상황에서의 미성년자 출입마저 제한되는 것은 아니라는 취지다.
한 쪽에서는 노 키즈 존이라는 개념 자체가 차별이라는 반론도 나왔다. 한 댓글에선 “‘파인다이닝이 노 키즈 존인 게 당연하다는 것’은 ‘고급요리를 향유하는 고급장소에 어린아이는 들어와서는 안 된다는 것’과 같은 말”이라며 “어린이를 특별 인종으로, 한 성별로, 계급적 신분으로 바꿔보라”고 지적했다.
외식 전문가들은 어떻게 볼까. 전문가들 다수는 일단 파인 다이닝의 특성상 셰프의 운영 정책을 존중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냈다. 박기오 부산디지털대학교 외식산업경영학과 교수는 “파인 다이닝의 운영 정책에는 오너 셰프의 철학이 반영돼 있다”고 설명했다. 단지 음식뿐만 아니라 분위기, 서비스 등 식당 전반에 마치 하나의 예술품처럼 셰프의 추구하는 바가 담겨 있다는 것이다.
파인 다이닝을 찾는 고객 특성도 고려해야 한다고 박 교수는 강조했다. 그는 “파인 다이닝의 경우 비즈니스 미팅이나 특별한 이벤트, 새로운 맛을 추구하는 마니아층이 고객인 경우가 많다”라면서 “이를 외식산업경영학에서는 ‘외식 상황’이라고 표현한다. 이러한 외식 상황을 고려해 업장의 특색이 맞춰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김영갑 KYG푸드서비스그룹 교수(전 한양사이버대학교 외식경영학과 교수)는 “해외에서도 특히 미슐랭 선정 파인 다이닝의 경우 노 키즈 존인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다만 “특정 요일이나 시간대에 아이들이 동행할 수 있도록 예외 규정을 두는 곳들도 있다”고 말했다.
파인 다이닝은 고유의 분위기나 특성을 중시하는 만큼 오히려 어린아이의 취향을 저격한 특별 메뉴나 가족 친화적 분위기를 만들어 이를 강점으로 내세우는 파인 다이닝이 나올 수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허경옥 성신여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반려견 카페가 많아진 것처럼 흑백요리사 같은 프로그램을 시작으로 외식 산업이 다양화 되면서 가족 단위 고객에게 특화된 파인 다이닝도 나올 수 있는 것 아니겠느냐”며 “현재로서는 가족 단위 고객이 이용할 수 있는 공간을 별도로 만드는 등의 방법을 시도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 박상희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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