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료 할인혜택 없다고? 8월보다 '9월 고지서' 겁나는 이유
박모(42) 씨는 지난달 추석 연휴(9월 14~18일)를 떠올리면 무더웠던 기억밖에 안 난다. 연휴 기간 내내 에어컨을 틀고 지냈다. 가족 모두가 반소매 옷을 입고 추석을 보낸 것도 처음이었다. 박씨는 “추석(秋夕)이 아니라 하석(夏夕)이란 말이 실감 났다”며 “10월 들어서야 에어컨을 끄고, 선풍기도 창고에 들여놨다”고 말했다. 박씨는 다음 주쯤 날아들 9월 전기요금 고지서가 한여름과 비슷할 것으로 보고 있다.
초가을까지 이어진 폭염이 가계에 전기요금 부담을 지우고 있다. 9월인데도 불구하고 전국 일평균 최고 기온이 29.6도에 달했을 정도로 무더워 좀처럼 에어컨을 끌 수 없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지난달부터 전기료 ‘혹서기 할인’을 적용하지 않아 체감 전기요금 증가 폭이 클 수 있다.
9일 전력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최대 전력수요는 평균 78GW(기가와트)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 최대 수요(73.5GW) 대비 약 6% 늘었다. 9월 기준 역대 최고치다. 여름인 7월 최대 전력수요(80.5GW)에 육박했다. 최대 전력 수요는 하루 중 전력 수요가 가장 많은 시간대의 전력 수요를 뜻한다. 최대 전력수요가 증가했다면 전반적인 전기 사용량도 늘어났다고 볼 수 있다.
주택용 전기요금에는 사용량이 늘어날수록 높은 요금을 매기는 누진제를 적용한다. 다만 냉방용 전력 수요가 늘어나는 여름철(7~8월)에는 누진 구간을 확대하는 식으로 전기료를 할인해 준다. 예를 들어 7∼8월 주택용 전력 요금 체계는 300㎾h(킬로와트시) 이하는 120원(이하 1㎾h당), 300㎾h 초과 450㎾h 이하는 214.6원, 450㎾h 초과는 307.3원을 적용한다.
하지만 9월부터는 혹서기 전기료 할인 혜택이 사라진다. 사용량 200㎾h 이하는 120원, 200㎾h 초과 400㎾h 이하는 214.6원, 400㎾h 초과는 307.3원을 적용하는 식이다. 에어컨을 똑같이 틀었더라도 9월이라면 부담이 가중하는 구조다. 예를 들어 8월에 전기를 500㎾h 쓴 가정은 전기요금이 11만770원이다. 하지만 9월에도 같은 양의 전기를 썼다면 전기료 12만6720원을 내야 한다.
한국전력공사에 따르면 8월 주택용 전기요금은 가구당 평균 6만3610원이었다. 지난해 같은 달보다 7520원(13%) 증가했다. 전체 2522만 가구 중 76%(1922만 가구)의 전기요금이 1년 전보다 늘었다. 요금이 5만~10만원 증가한 집이 75만 가구, 10만원 이상 증가한 집은 38만 가구였다. 요금이 늘어난 가구만 놓고 보면 평균 증가액은 1만7000원 수준이다. 평균 전기료 수준을 고려하면 적지 않다.
고동진 국민의힘 의원이 한전에서 제출받은 월별 일반용 전기료 체납 건수 및 금액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체납액은 약 784억원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상반기 체납액(569억원) 대비 37.8% 늘었다. 고동진 의원은 “올여름 극심한 더위로 전기요금이 평년보다 더 나와 서민·소상공인의 부담이 늘었다”고 말했다.
기후 변화로 여름철 폭염이 9월까지 이어지는 사례가 일반화할 전망이다. 전기요금 할인을 기존 7~8월을 넘어 9월까지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하지만 전기료를 인상하지 않고 누진제 완화 구간만 확대할 경우 전기 과소비를 부추길 수 있다. 부채 규모가 200조원을 넘긴 한전의 부담도 커진다. 한전 관계자는 “주택용 전기의 경우 여전히 공급 원가에도 못 미치는 가격에 공급하고 있다”며 “수차례 미룬 전기요금 현실화부터 선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김기환 기자 kh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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