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서울대병원 148억 벌금폭탄…‘6년 연속 1위’ 불명예, 무슨 일

곽주영 2026. 5. 12. 05:02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병원. 연합뉴스

서울대병원이 지난해 장애인 의무고용률을 채우지 못해 공공기관 중 가장 많은 부담금을 내야 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2020년 이후 6년 연속 부담금 납부액 1위라는 불명예 기록을 이어가고 있고, 해당 기간 총액은 148억 700만원에 달한다. 고용노동부는 지난달 장애인 의무고용현황을 발표하며 지난해 전체 장애인 고용률이 전년 대비 상승했다고 밝혔지만, 일부 공공기관들의 저조한 고용 실태는 여전히 개선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차준홍 기자


11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서미화 의원이 한국장애인고용공단(공단)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대병원의 장애인 고용률은 의무고용률(3.8%)보다 낮은 2.85%를 기록했다. 이에 따라 서울대병원은 공공기관 중 가장 많은 금액인 21억 4400만원을 공단에 내야 한다. 두번째는 16억 1800만원을 내야 하는 국방과학연구소로, 4년 연속 서울대병원 다음으로 많은 부담금을 내고 있다.

장애인고용촉진 및 직업재활법에 따라 상시근로자 100명 이상의 고용 사업주는 법정 의무고용률만큼 장애인 근로자를 반드시 고용해야 한다. 공공기관의 의무 고용률은 3.8%고, 민간기업은 3.1%다. 의무고용률을 달성하지 못할 경우, 사업주는 공단에 부담금을 납부해야 한다.

차준홍 기자


부담금은 월별 미달 고용인원에 최저임금의 60% 이상 수준인 ‘부담기초액’을 곱해 산정한다. 부담기초액은 고용 이행 수준별로 다르며, 고용노동부 장관이 장애인 고용에 필요한 비용 등을 기초로 매년 고시한다. 예를 들어, 장애인 의무 고용 인원의 75% 이상을 채운 고용주는 부족한 인원 수에 1인당 129만5000원을 곱한 금액을 부담금으로 내야 한다. 반면 의무 고용 인원의 절반도 채우지 못한 경우엔 부담기초액이 상승해 1인당 155만4000원 이상이 부과된다(2026년 기준).


장애인 채용 대신 부담금 내


부담금이 일종의 벌금 성격임에도 고용주들은 장애인을 적극적으로 채용하는 대신 부담금을 내는 것으로 대신하고 있다. 부담금이 최저임금보다 낮게 산정돼 고용주들은 부담금을 내는 것이 더 경제적이라고 판단하며, 여전히 장애인의 근로 능력을 평가 절하 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조은소리 전국권리중심중증장애인맞춤형공공일자리협회 사무국장은 “기관이나 기업들은 부담금을 내는 것으로 ‘의무 고용’이라는 과제를 해치우고 있다”며 “비교적 휠체어 등 장애인 접근성이 높은 병원조차 장애인에게 어떤 직무를 맡길 수 있을지 충분히 고민하지 않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서 의원은 “장애인을 고용하는 것보다 부담금을 내는 것이 더 쉬운 구조라면 의무 고용 제도는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부산시가 주최하는 '2023 부산 장애인 진로·취업 박람회'가 6일 부산시청 로비에서 열려 많은 구직자들이 몰려들고 있다. 이번 박람회는 구직장애인과 장애 학생, 고용기업 관계자 등 천 여명이 참석해 채용관과 직업체험관, 진로 설계관 등 다양한 행사를 진행했다. 올해는 장애인 구인을 원하는 60개 기업이 온·오프라인으로 참석해 193개 일자리 취업 기회를 제공했다. 송봉근 기자

최근 정부도 제도의 실효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달 20일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은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장애인 의무고용제도와 관련해 “고질적인 미이행 사업장에는 부담금을 가중하는 등 실효성 있는 방안을 신속히 실행하라”고 고용노동부에 지시했다. 현재 국회에는 현행법상 최저임금의 60%인 부담기초액의 하한을 100%로 상향하는 법안이 발의된 상태다.


“기업, 기관 직무 개발까지 도와줘야”


다만, 현실적으로 고용주들이 장애인에 적합한 직무를 개발하고 채용하는데 어려움을 겪는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권재현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사무차장은 “기업이나 기관들이 장애인을 고용하고 싶어도 어떤 직무에 누구를 채용해야 할지 막막해하는 경우가 많다”며 “공단뿐만 아니라 지역 사회 등이 연계돼 사업체별로 적합한 장애인 인력을 추천하고 직무 개발까지 도와주는 방식으로 실질적인 제도 이행을 도와야 한다”고 제언했다.

서울대병원 관계자는 “의료계 업무 특성상 면허를 취득한 전문 인력이 인력 구조의 대다수라 의무고용률 달성에 현실적인 한계를 느낀다”며 “그럼에도 지속적으로 장애인 맞춤형 직무를 개발하고 장애인 체험형 인턴제 등을 시행해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밝혔다.

곽주영 기자 kwak.jooyoung@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