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램 1위도 위험"…삼성전자 위기감 최고조
[한국경제TV 정재홍 기자]
<앵커> 반도체 겨울론이 잠잠해졌지만 삼성전자에 대한 부정적 전망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모건스탠리에 이어 외국계 투자은행(IB) 맥쿼리도 반도체 업황 둔화를 이유로 삼성전자 목표 주가를 크게 낮췄습니다.
산업부 정재홍 기자 나왔습니다. 정 기자, 지난주 마이크론 호실적으로 반도체 업황 기대감이 살아나는 분위기였는데요. 다시 상황이 바뀐 건가요?
<기자> '범용 제품 수요는 둔화하고 고수익 반도체 수요는 증가하고 있다'는 업황 기조는 달라진 게 없습니다.
어제 발표된 지난달 우리 반도체 수출도 AI 서버 수요 증대 등의 영향으로 역대 최대치를 경신하면서 반도체 산업 전반 분위기는 나쁘지 않습니다.
단, 삼성전자로만 시선을 좁히면 시선이 다소 달라집니다. 결론적으로 '기대에 미치지 못 하고 있다'는 평가가 주를 이루면서 시장에 산재한 악재를 직격으로 맞고 있는 모습입니다.
<앵커> HBM 이야기를 안 할 수가 없는데, 신제품 양산 발표가 늦어지고 있는 것도 기대를 저버리게 만드는 요소죠.
<기자> 삼성전자는 지난 2분기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을 통해서 HBM3E 8단 제품을 3분기에 양산한다고 했습니다.
외신이나 시장조사기관을 통해 이미 엔비디아 공급이 이뤄지고 있다는 소식도 있습니다만, 삼성전자가 공식적으로 엔비디아 승인을 발표한 적은 없습니다.
이런 가운데 지난달 범용 메모라 반도체 고정거래가격이 나왔는데요. D램은 전달 보다 17.07%, 낸드플래시는 11.44% 하락했습니다. D램 가격이 8월에도 전달대비 2.38% 떨어졌었는데, 두 자릿수 하락한 것은 지난해 4월 이후 17개월만입니다.
DDR5와 기업 데이터센터용 eSSD 등 고사양 메모리 수요는 여전합니다. 하지만 전체 반도체 업황에 대한 불확실성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HBM이라는 고수익 사업을 놓칠 거라는 우려가 지속 반영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시장에선 삼성전자의 연내 엔비디아 HBM 승인이 어려울 거란 견해도 나옵니다. 이대로라면 주요 메모리 반도체인 D램 점유율 1위도 위험하다는 말이 나옵니다. 실제 맥쿼리는 내후년 삼성전자의 HBM 매출이 SK하이닉스의 43% 수준에 불과할 것이라고 추정하면서 상황에 따라 D램 1위 공급업체 타이틀도 잃을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앵커> 그 어느때보다 삼성전자의 위기감이 고조된 환경이라고 할 수 있겠는데요. 해외 인력 감축 얘기도 계속 나오고 있습니다.
<기자> 네. 동남아와 호주, 뉴질랜드에서 약 10% 인력 감축을 진행하고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보도했는데요. 지난달 로이터 역시 삼성전자가 글로벌 자회사 인력 구조조정에 나섰다고 보도한 바 있습니다.
확인해보니, 해당 지역에서 수천 명의 인력이 감축되는 것은 아니고요. 동남아에서 수백 명 단위의 인력 조정이 이뤄지는 등 전체 글로벌 인력 조정 규모가 수천 명 단위인 것으로 파악됩니다.
삼성전자는 일상적인 인력 조정이라고 밝히고 있습니다만, 최근의 상황에서 삼성전자의 위기감을 더 고조시키는 소식입니다.
국내에서도 삼성전자 직원들의 분위기가 동요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납니다. 실제 최근 이정배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장(사장)은 직원들과 소통하는 타운홀 미팅 자리에서 "주위에 나가려는 인력들을 지켜달라"며 직원들을 다독인 것으로 전해집니다.
예상보다 저조한 반도체 실적과 이에 따른 만족스럽지 못 한 보상에 직원들의 이탈이 가속화되고 있다는 맥락에서 나온 설명으로 보입니다.
<앵커> 반도체 업황에 따른 실적 부진을 넘어서 삼성전자의 자체 쇄신이 어느때보다 중요한 시기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기자> 최근 파운드리 힘을 빼고 메모리 경쟁력부터 회복한다 등 시장에는 삼성전자 조직개편 관련 많은 루머가 돌고 있습니다. 사실 확인이 되지 않는 루머들이 많다는 건 회사가 그만큼 흔들리고 있다는 방증입니다.
전문가들은 고 이건희 선대회장의 프랑크푸르트 선언에 버금가는 개혁 메시지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진단합니다. 경영진의 확고한 변화 의지가 필수적이고, 결국 이를 기술력 진보와 실적으로 증명해야 한다는 분석입니다.
증권가에서는 현재 삼성전자 주가에 모든 악재가 반영돼 있다고 봅니다. 바꿔말하면 단 하나의 호재로도 상황 반전을 꾀할 수 있다는 말이 됩니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의 HBM 생산능력이 내년 월 최대 20만 장 수준으로 SK하이닉스를 넘어설 것으로 추정합니다.
지난해 재무위기까지 겪었던 SK하이닉스가 HBM 하나로 반전을 연출한 것처럼 시장에서는 삼성전자의 반전 카드를 여전히 기대하고 있습니다.
<앵커> 네. 잘 들었습니다.
정재홍 기자 jhjeong@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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