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다회용컵 쓰는 곳에 일회용컵 권하는 환경부, 왜 이러나
[허승은 기자]
▲ 의원 질의에 답변하는 환경부장관 24일 오전 열린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국정감사에 출석한 김완섭 환경부 장관이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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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자체 자율시행관련 자원재활용법 개정안 의견 수렴 결과 지자체 자율시행관련 자원재활용법 개정안(의안번호 2124017)에 대한 17개 시도의 의견 수렴 결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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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야구장 내 다회용기 사용 현황 프로야구장에서 다회용컵과 다회용기를 사용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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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3월 자원재활용법 10조의 3이 신설됨에 따라 포장재 없이 제품을 판매하거나 다회용기를 회수, 세척하여 재공급하는 사업에 대해 재정을 지원할 수 있게 되었다. 또 환경부는 '다회용기 재사용 촉진 지원 사업'으로 전국 지자체에서 신청을 받아 영화관, 축제, 야구장과 같이 제한된 공간에서 다회용품을 사용토록 지원하고 있다.
2024년 현재 전국 9개 야구장 중 3개 야구장에서 다회용품 사용이 안착돼 가고 있고, 2개 야구장에서는 시범 사업을 도입한 바 있다. 또 서울시는 제로 캠퍼스 사업으로 대학 축제와 학내 카페에서의 다회용품 사용을 위한 재정적, 행정적 지원을 하고 있다. 이렇게 이미 다회용품 사용을 확대하고 있는 영화관, 대학, 야구장 등에 일회용컵을 사용하라고 제안하는 것이 환경부가 할 일인가.
20년 전으로 후퇴하고 있는 재활용 정책
환경부가 세 번째로 내세운 적용 대상이 프랜차이즈 가맹점이다. 프랜차이즈 카페가 자체 시스템을 활용하여 컵 반납 시 포인트나 보증금을 지급하는 것을 자율적으로 시행하라는 것이다. 보증 금액 또한 가맹본부가 브랜드별 음료 가격, 마케팅 등을 고려하여 결정하라고 제안했다.
이미 1회용컵 보증금제의 자율 시행은 효과가 없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아는 곳이 환경부다. 2003년부터 5년간 프랜차이즈 카페 등에서 자율로 보증금제를 시행했었으나 ▲낮은 반환율 ▲미반환보증금의 사용처 문제로 2008년 제도가 폐지되었다.
이후 커피 수요가 높아지고 테이크아웃 소비문화가 확산해 일회용컵 사용량이 늘면서 사회적 문제가 되었고, 기존 자발적 협약으로 추진 시 문제가 되던 부분을 반영해 제도를 재도입했다.
법률에 근거해 대상 사업자를 지정하고, 미반환보증금의 관리를 위한 내용을 담아 자원재활용법을 개정해 제도를 추진했으나 유예와 축소를 거듭하더니, 환경부는 결국 이렇게 지자체와 커피전문점에 떠넘기기 전략으로 일관하고 있다.
개별 프랜차이즈가 도입하면 컵 반납은 해당 브랜드만 가능하고, 소비자는 불편해 반납률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더구나 브랜드별로 앱을 모두 다운로드 해야 해서 이용하기도 어렵다. 게다가 브랜드별로 보증 금액을 다르게 하는 것도 현실적이지 않다. 플라스틱, 일회용품 쓰레기 문제는 심화되고 있는데 제도는 2년 전도 아닌, 20년 전으로 후퇴하고 있다.
▲ 일회용컵 보증금제 전국에서 시행하라 일회용컵은 특정 지역에서만 나오는 것이 아니다. 특정 지역이 아닌 전국에서 시행되어야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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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일회용컵 보증금제 평가가 왜곡되어 있다. 환경부는 일회용컵 보증금제에 대해 ▲소비자의 컵 반환의 불편함이 크고 매장의 반환 업무 부담이 크다는 점 ▲보증금제 대상 컵은 일회용컵의 9.1%에 불과하고 제도 운용의 비용이 많이 든다는 점 ▲농어촌 및 재정자립도가 낮은 지자체 일괄 시행 시 사회적 비용이 크다는 점을 들며 전국 시행이 어렵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환경부의 주장에 선뜻 동의하기 어렵다. 먼저, 선도 지역인 제주에서는 제도 시행 대상 매장 가운데 95.2%가 참여했고, 일회용컵 회수율은 최대 78.1%까지 증가했다. 환경부가 지적한 대로 소비자의 반환 불편함이 컸다면 이렇게까지 반환율이 높을 수 없고, 소비자의 불편함이 제기돼 제도의 실효성 문제가 불거졌을 것이기 때문이다.
둘째, 보증금제 대상 컵의 회수와 재활용 비용이 재활용가치보다 낮다는 점이다. 종합감사 날 발표한 자료에서는 회수-재활용 비용이 43~70원/개이라 밝혔는데 8일 공개된 환경부 대외비 문건에서는 최대 150원/개로 표기했다는 점에서, 금액을 과다하게 책정해 여론을 호도하려 했다는 의심을 지우기 어렵다.
또 일회용컵 보증금제의 도입취지는 판매자의 재활용 책임을 강화하기 위함으로 회수, 재활용 비용을 사업자가 부담하도록 했지만 선도지역에 한해 시행하면서 소상공인 부담 완화와 제도 안착을 이유로 해당 비용 등을 미반환보증금으로 지원했다. 전국 시행시 지원하지 않아야 하는 비용임에도 환경부는 선도지역 지원 금액을 전국으로 적용해 행정비용과 제도 운영비용이 더 증가한다고 한 것이다.
이외에도 재활용 가치가 낮다며 재활용 정책의 공공성마저 포기했다는 점도 문제가 된다. 2018년 일명 '쓰레기 대란'으로 불리는 폐비닐 수거 대란은 낮은 단가로 인해 재활용업계가 폐비닐 수거를 중단해 일어났다. 당시 민간사업자들은 돈이 되면 가져가고 돈이 안 되면 처리하지 않았기 때문에 민간에 의존한 폐기물 정책에 대한 문제가 불거졌다. 이 사건이 이후 폐물 정책의 공공성을 강화하는 계기가 되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셋째, 환경부는 재정자립도가 낮은 지자체에서 일괄 시행시 사회적 비용이 많이 들어 전국 시행은 어렵다고 했다. 하지만 수거 시스템은 지역 밀집도와 사용량에 비례해 구축될 수 있고, 이미 사용량이 낮은 곳은 지자체의 수거 시스템을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 검토된 바 있다. 사회적 비용에 대해 평가하려면 현재 거리에 버려져 처리해야 하는 일회용컵에 대한 사회적 비용에 대한 문제도 같이 검토되어야 한다. 우리나라 최상위의 환경정책을 이행하는 환경부가 편향적으로 입맛에 맞는 자료만 선택해 제시하는 것이 적절한지 묻고 싶다.
▲ 환경부의 대외비 문건 일 회용컵 보증금제 대안 추진을 위해 우군화 가능성이 그룹을 적극 활용하라고 작성되어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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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부는 일회용컵 보증금제에 대해 '실질적인 선도 지역 성과 분석 및 대안 마련은 우리 부가 주도'하되 결과는 '학계 전문가 그룹을 활용하여 공개', '소상공인 및 관련 업계가 국회를 대상으로 문제 제기토록 유도', '여야가 법을 발의하도록 하고 병합심사 유도', '시민사회가 대안에 대해 지지 표명 유도'라는 추진 전략을 세우고 있었다. 환경부가 결정해 놓은 결론에 맞춘 여론 조성이라니, 기가 찰 노릇이다.
이에 대해 김건우 참여연대 정책팀장은 언론, 학계, 소상공인, 시민사회단체 등 각계를 어떻게 포섭하고 이용할지 모의를 한 것에 문제가 크다고 지적했다. 특히 소상공인이 나서서 국회에 문제를 제기하도록 유도하는 것은 시민 간 갈등을 이용해 시민을 기만하고, 사회 적대를 키우고, 사회 신뢰를 훼손한다는 점에서 매우 부적절하다고 비판했다.
▲ 환경부 장관 사퇴촉구 기자회견 한국환경회의는 여론을 조작해 환경정책을 펼치는 환경부에 책임을 묻고 장관 사퇴를 촉구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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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녹색연합 홈페이지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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