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만세대 '올파포' 입주에 강동·송파 전세 '휘청'
- 일대 전세수요 독식… 34평 10억 돌파
서울 동부 전세시장이 요동치고 있습니다. 올림픽파크포레온 1만 2천 세대가 입주를 시작하면서 일대 전세 수요를 블랙홀처럼 빨아들이고 있죠. 그 충격이 강동과 송파 일대로 번지고 있는 것으로 풀이됩니다.
올파포 ‘입주폭탄’… 강동 고덕, 헬리오시티까지 영향권
강동구 전세가격이 가파른 하락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한국부동산원 조사에 따르면 강동구 전세가격지수는 지난 12월 9일 기준 0.05%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11월 11일 첫 하락전환 이후 5주 연속 하락입니다.
하락 폭도 큽니다. 첫 하락전환 이후 5주간 하락 폭이 0.13%에 달합니다. 같은 기간 서울 25개 구 가운데 전세가격이 하락한 곳은 단 6곳뿐이고, 하락 폭으로는 TOP3에 달하는 수준입니다. 이 강동을 앞선 곳이 송파죠. 하락 폭이 0.26%입니다.
시장에서는 서울 동부 전세가격 하락의 주된 원인으로 ‘올림픽파크포레온’을 지목하고 있습니다. 단군 이래 최대 재건축으로 이름 날린 둔촌주공 재건축의 결과물로, 지난 11월 27일부터 본격적인 입주를 시작했습니다.
세대수만 1만 2천 세대가 넘는 초대형 단지입니다. 지난 8월에 지구계획 승인이 나온 과천지구의 계획 세대수가 1만 204세대인 점을 고려하면, 미니 신도시라는 수식어도 과장이 아닌 규모죠.
통상적으로 이런 대규모 단지가 입주를 시작하면 일대 전세시장은 한동안 혼조세에 빠집니다. 전세금으로 잔금을 치르려는 물량이 대거 나오면서 일대 전세 시세가 하방압력을 받기 때문이죠.
실제로 올림픽파크포레온에서는 그 규모만큼 막대한 전세물량이 쏟아졌습니다. 아실 자료에 따르면 입주 직전에 3,000개 넘는 물량이 쌓였죠. 본격적인 입주를 시작하면서 물량이 해소되고 있지만, 19일 시점에도 아직 2,800개가 넘습니다.
이 막대한 전세물량은 강동구 전세시장에 상당한 부담을 제공했습니다. 올림픽파크포레온 입주 직전 강동구 전세물량은 4,600여 개로 치솟았죠. 강동구 전체 전세물량의 60% 넘는 물량이 1개 단지에서 나온 겁니다.
이 물량은 고덕지구 전세시장에 상당한 영향을 끼치고 있습니다. 고덕그라시움 전용 84㎡ D는 5월에 신규계약 기준 최고 9억 5천만 원에도 전세가 나갔는데, 11월에는 최고 8억 5천만 원에 전세 계약이 성사됐습니다.
상일동 고덕자이도 마찬가지입니다. 이 단지 전용 84㎡A는 6월에 8억 원에도 전세 계약이 이루어졌으나 11월에는 최고 7억 8천만 원으로 계약됐습니다. 낮게는 6억 2천만 원에도 거래가 있었죠.
서쪽으로는 헬리오시티도 영향을 받고 있습니다. 실거래가시스템 자료에 따르면 헬리오시티 전용 84㎡는 10월에 최고 12억 원으로 전세 거래가 있었는데요. 12월 들어서는 최고 11억 원을 기록했습니다(19일 기준).
더 가깝고 오래된 올림픽선수기자촌에는 영향이 더 크죠. 실제 올림픽선수기자촌2단지 전용 83㎡ 전세가격은 8월에 평균 7억 4,400만 원이었는데요. 12월 들어서는 6억 3,833만 원으로 줄었습니다.
전세 수요 독식하는 올파포, 34평 10억 넘어
올림픽파크포레온 분위기는 대조적입니다. 현지에서는 일대의 신축 임차 수요를 올림픽파크포레온이 대거 흡수하면서, 인기 타입을 중심으로 매물이 급격하게 사라지는 중이라고 전했습니다.
(현지 공인중개사 A) “(34평 기준) 전세는 지금… 10억 이상 줘야 될 것 같아요. 10억짜리 최근에 다 나갔거든요. 1만 2천 세대여서 (다른 손님들도) 다 떨어질거라 생각하고 기다렸다가 (계약) 하신다고 했는데 오히려 올라버렸네요. 물건이 없네요.”
이런 가운데 전세수요도 늘어날 전망입니다. 은행권이 가계대출 총량 관리 차원에서 바짝 조였던 규제를 풀어주기로 했죠. 신한은행과 NH농협은행은 내년 실행분부터 조건부 전세대출 제한을 해제할 계획입니다.
갭투자 방지를 위한 대책으로 나온 조치였는데요. 소유권 이전 미등기 주택에 전세자금대출을 제한했기 때문에, 올림픽파크포레온 같은 신규단지에 유효수요를 급감시켰습니다. 이게 해제되는 만큼 전세수요가 늘겠죠.
정부에서도 전세 관련 규제의 속도를 조절하고 있습니다. 연내 시행하기로 했던 전세대출 DSR의 적용 시기를 내년 이후로 연기하기로 했습니다. 국내외 변수로 시장 불확실성이 증가하는 만큼 고삐를 조일 시기를 미룬 것으로 풀이됩니다.
전세수요가 받쳐주니 매매가격도 오르고 있습니다. 실거래가시스템 자료에 따르면 올림픽파크포레온 전용 84㎡ 입주권은 11월 최고 24억 9천만 원대에 거래되며 25억 원을 목전에 두고 있습니다. 반년 전만 해도 22억 원에 거래된 타입입니다.
입주부터 1만 2천 세대 신축의 위용을 제대로 보여주고 있는 올림픽파크포레온입니다. 규모가 상당한 만큼 강동구 일대 전세시장 안정화도 상당한 기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