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인 투헬 "英 국가 부를지 말지 결정 NO"…잉글랜드 감독 취임 직후부터 시끌
(엑스포츠뉴스 나승우 기자) 잉글랜드 국가대표팀 감독으로 부임해 논란이 되고 있는 토마스 투헬이 앞으로 영국 국가를 부를지 여부를 아직 정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영국 트리뷰나는 16일(한국시간) "토마스 투헬이 영국 국가를 부르는 것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그는 경기 중에 영국 국가를 부를지 여부에 대해 아직 결정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고 보도했다.
투헬은 이날 잉글랜드 대표팀 사령탑으로 선임됐다. 잉글랜드축구협회(FA)는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 우승 경력을 지닌 투헬 감독이 성인 남자 대표팀 감독이 됐다"고 발표했다.
마크 벌링엄 FA 최고경영자(CEO)는 "사우스게이트 사임 이후 후보자 풀을 살펴보고 여러 감독을 만나 기준에 따라 평가했다. 투헬은 매우 인상적이었고, 방대한 전문 지식과 추진력에서 특히 돋보였다"면서 "우린 주요 대회에서 우승할 수 있는 최고의 기회를 줄 수 있는 코칭 팀을 고용하고 싶었고, 그들이 그렇게 해주리라 믿는다"며 2026년 북중미 월드컵 우승을 목표로 제시했다.
잉글랜드는 현대 축구를 만든 종가임에도 월드컵과 유럽축구선수권 등 두 메이저대회에서 우승한 적이 1966년 개최국으로 월드컵 제패했을 때 단 한 번이다. 가장 최근 열린 유로 2024에서도 스페인에 밀려 준우승에 머물렀다.
투헬 감독은 "잉글랜드 팀을 이끌게 돼 매우 자랑스럽다. 큰 영광이며, 재능있는 선수들과 함께 일할 수 있어서 기대된다"며 "배리 코치와 긴밀히 협력해 잉글랜드가 성공하고 서포터들이 자랑스러워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로써 투헬은 스벤 예란 에릭손(스웨덴, 2001~2006), 파비오 카펠로(이탈리아, 2007~2012)에 이어 잉글랜드 대표팀을 이끄는 3번째 외국인 감독이 됐다. 투헬 감독은 내년 1월1일부터 잉글랜드 축구사 3번째 외국인 감독으로 업무를 시작한다. 임기는 일단 2026 캐나다와 미국, 멕시코에서 공동 개최하는 북중미 월드컵 종료 시점까지 약 1년 9개월이다.
투헬 감독은 독일 분데스리가 중하위권인 마인츠를 시작으로 최상위권 구단 보루시아 도르트문트(독일), 프랑스 최강 파리 생제르맹(PSG·프랑스), 잉글랜드 빅클럽 첼시(잉글랜드), 독일 최고 명문 바이에른 뮌헨 등 유럽 유력 구단들을 두루 지도한 자수성가형 감독이다.
지난 2019-2020시즌 코로나19 속에서도 PSG의 사상 첫 UCL 결승 진출과 준우승을 이끌어 주목을 받은 그는 2021년 1월부터 가르친 첼시에선 2020-2021시즌 UCL, 2021 UEFA 슈퍼컵, 2021 국제축구연맹(FIFA) 클럽 월드컵 우승 등을 일궈냈다.
2022년 가을 첼시에서 경질된 그는 지난해 3월 뮌헨으로 부임 2022-2023시즌 분데스리가 우승을 이끌었다.
그러나 직전 시즌인 2023-2024시즌엔 뮌헨이 분데스리가 타이틀을 12년 만에 빼앗긴 것은 물론 3위까지 추락하는 것을 막지 못했다. UEFA 챔피언스리그에선 준결승에서 레알 마드리드와 분투했으나 결승행에 실패했다. 뮌헨은 DFB(독일축구협회) 포칼과 DFL(독일축구리그) 슈퍼컵도 놓치면서 지난 시즌을 '무관'으로 보냈다.
게다가 투헬 감독은 2023-2024시즌이 몇 개월 남은 지난 2월 뮌헨 감독 퇴진을 일찌감치 발표해 화제가 됐다. 시즌 막판 투헬 감독이 뮌헨과 다시 동행할 거란 관측도 있었으나 결국 떠났다. 다만 투헬 감독은 뮌헨에서 내년 6월까지 잔여 연봉 160억원을 받기로 합의한 상황이었다.
이번 잉글랜드 대표팀 부임으로, 뮌헨에서 급여를 받는 일은 중단됐다. 잉글랜드 대표팀 감독으로 받는 연봉은 90억원 정도인 것으로 알려졌다.
투헬 감독이 독일인임에도 축구종가 대표팀을 지도할 수 있게 된 배경엔 독일 못지 않게 잉글랜드를 사랑하는 그의 언행, 그리고 잉글랜드 대표팀 선수들이 존경하는 배리 코치의 존재가 컸던 것으로 분석된다.
투헬 감독은 뮌헨 지휘봉을 잡은 뒤에도 첼시 시절을 잊지 못했다. 뮌헨 감독을 그만 둘 땐 "영국에서 일하는 게 즐겁고 다시 런던에 갈 수 있길 바란다"고 밝힐 정도였다.
하지만 투헬 선임은 애초부터 현지에서 큰 논란이 될 수밖에 없다. 영국과 독일이 역사적으로 앙숙 관계에 있기 때문이다. 한국과 일본의 관계를 적용했을 때 한국 대표팀을 일본인 감독이 맡는 것과 비슷하다는 시선도 있다.
실제로 영국 데일리메일은 "잉글랜드 축구의 어두운 날"이라며 "투헬은 영국에서 대표팀을 처음 맡아 증명해야 하는데 월드컵은 불과 18개월 남은 상황"이라고 혹평했다.
공영방송 BBC도 투헬 선임을 비판했다. "투헬을 선임하기로 한 축구협회 결정은 많은 사람들을 배신한 것은 물론, 국내 코치들에 대한 모욕으로 간주된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영국 인디펜던트 또한 "영국 축구의 전통주의자들로부터 논쟁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결정"이라며 투헬의 선임에 대해 우려를 나타냈다.
과거 투헬이 프리미어리그 대표 구단 첼시를 이끌고 UCL 우승을 이루긴 했으나 대표팀 감독을 맡는 건 또 다른 문제라는 것이다.
독일 TZ는 "투헬의 잉글랜드 대표팀 부임에 대한 영국 현지 언론의 보도. 데일리메일은 잉글랜드 감독이 마지막까지 잉글랜드 유니폼을 입은 선수 출신이어야 한다고 했다. 토마스 투헬이 아닌 애국자가 필요하며, 영국 축구 문화에서 나고 자란 사람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면서 "미러는 독일인이 처음으로 대표팀을 맡게 됐으며 이는 잉글랜드 최대 라이벌 출신의 감독이 대표팀을 맡게 된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고 영국 언론들의 부정적인 반응을 조명했다.
이런 가운데 투헬은 영국 국가를 부를지 아직 결정하지 않았다고 말해 화제를 모았다.
트리뷰나에 따르면 투헬은 "국가를 부르는 건 개인적인 결정이다. 난 아직 결정을 내리지 않았다. 솔직하게 말씀드리고 싶다"면서 "영국 국가는 정말 감동적이다. FA컵 결승전을 포함해 여러 번 들었고, 정말 감동적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어떤 결정을 내리든 난 항상 새로운 나라에 대한 존경심을 보일 것이다. 물론 매우 감동적인 국가를 노래할 것이다. 하지만 이 결정을 내리기까지는 더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언제쯤 국가를 부를 것인지 아직 결정하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사진=연합뉴스
나승우 기자 winright95@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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