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니어그룹] 여섯살 손자가 내 폰으로 결제를... 깜짝 놀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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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영숙 기자]
요즘 식당에 가면 어린아이들이 핸드폰을 하는 풍경을 쉽게 볼 수 있다. 아기들을 유아 식탁의자에 앉혀놓고 핸드폰으로 유튜브를 보여주며 어른들은 옆에서 식사를 한다. 우리 집도 손자 어릴 때 식당에 가면 아이 먼저 밥을 먹이고 아들과 며느리가 식사하려고 핸드폰을 틀어 주었었다.
내게는 여섯 살 쌍둥이 손자가 있다. 주말마다 우리 집에 놀러와 돌보고 있다. 태어나고 6개월부터이니 손자들을 돌본 것이 벌써 5년이 넘었다.
▲ 쌍둥이 손자 예전 놀이 모습 쌍둥이 손자가 예전에는 우리 집에 오면 주로 장난감을 가지고 놀았는데 요즘 핸드폰이 손에서 떨어질 줄 몰라 걱정이 된다. |
ⓒ 유영숙 |
그런데 요즘은 집에 오면 핸드폰부터 찾는다. 할머니인 나와 내 남편(할아버지) 핸드폰을 찾아, 아이들은 유튜브를 보기도 하고 검색을 하거나 게임도 하고 갤러리에서 꽃 사진도 보고는 한다.
초등학교 2명 중 한 명이 사용하는 스마트폰
요즘 초등학생 2명 중 한 명이 스마트폰을 사용한다는 기사를 읽었다. 나 또한 교사로 일하다 퇴임한 뒤, 작년에 기간제 교사로 초등학교 2학년 담임을 맡았었다. 그때 우리 반 학생 중 3분의 2가 스마트폰을 가지고 있었다.
아마도 맞벌이를 하는 부모가 많다 보니 아이와 연락하기 위해서 그런 게 아닌가 싶었다. 수업이 끝나고 방과후학교에 가기 전에 시간이 있는데, 가끔 계단에 앉아서 게임을 하는 모습도 보였다.
수업 중에 장래 희망에 관해 이야기할 때면 유튜버나 프로게이머, 컴퓨터 프로그래머가 되고 싶다는 학생이 많았다. 예전에는 선생님이나 경찰관, 의사 등의 직업이 많았는데, 세월에 따라 장래 희망도 변하는 모양이었다.
그런데 이런 직업은 거의 대부분 스마트폰과 관련이 있었다. 그리고 대다수 학생에게 소원이 뭔지를 물어보면, 대부분의 답은 '게임을 많이 하고 싶어요'였다. 특히 남학생들이 게임 이야기를 많이 했었다.
▲ 초등학생 2명 중 1명이 사용하는 스마트폰 스마트폰이 요즘 노트북의 기능을 넘어 건강 관리까지 해 주는 중요한 도구가 되었다. |
ⓒ pixabay |
아이들은 스마트폰 기능을 정말 빠르게 잘 익혔다. 누가 가르쳐 주지도 않았는데도 할머니인 나와 남편보다 훨씬 잘 다룬다. 아이들은 한글을 조금 알긴 하지만, 한글보다도 음성으로 검색하여 자기가 알고 싶은 정보도 다 알아내고는 했다.
여섯 살 손자가 게임에 빠졌다
문제는 게임이었다. 아이는 게임 앱도 스스로 다운로드하여 신나게 하곤 했다. 며칠 전에 나는 다른 일로 문자를 보다가 깜짝 놀랐다. 내 계좌에서 결제가 되었다는 문자가 왔기 때문이었다.
▲ 손자가 결제한 유료 게임 문자 손자가 휴대폰 결재 차단을 해제하고 유료 게임을 두 건이나 결제했다. 이런 것이 어떻게 가능하는지 신기하다. |
ⓒ 유영숙 |
더구나 나는, 지난번에 구글 페이먼트 코리아에서 내 카드가 불법으로 결제된 적이 있어 그 뒤로 휴대폰 결제를 차단해 두었었다(관련 기사: 피진정인 구글 페이먼트 코리아... 경찰서에 사기 신고했어요 https://omn.kr/28wm8 ). 그런데 고작 여섯살 아이가 어떻게 이걸 차단 해제 했는지도 의아한 부분이었다.
아이가 결제한 건 다행히 큰돈은 아니고 소액이었다. 결제된 금액은 이미 게임에 사용해서 환불이 안 되었다. 나는 이 기회에 손자들의 스마트폰 사용을 점검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물론 내 핸드폰 소액 결제도 다시금 차단해 두었다.
내 스마트폰은 지문으로 로그인하는데, 언젠가 잠김 화면 비밀번호를 손자에게 알려 준 것이 문제였나 보다. 내가 원인을 제공한 것 같아서 할 말이 없다.
내 스마트폰 잠김 화면 비밀번호를 전보다 조금 복잡하게 바꾸고, 손자에게는 "할머니 스마트폰을 사용하지 말라"라고 아빠인 내 아들이 단단하게 일렀다.
유아기부터 바른 스마트폰 사용 교육이 필요
요즘 아들이 쌍둥이 손자를 데리고 올 때는, 집에서 손자들이 사용하는 헌 핸드폰, 구형을 일부러 가지고 온다. 아이들이 할머니, 할아버지 핸드폰을 사용하지 않게 하려는 거다.
그리고 절대로 유료 게임 결제하지 말라고 주의도 준다. 만약 약속을 안 지키면 이제는 핸드폰을 아예 '사용 금지' 하기로 했다.
손자가 아직 게임 중독까지는 아니지만, 이대로 더 크기 전에 핸드폰 사용에 대한 교육이 제대로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 집 근처 근린 공원에서 노는 모습 요즘 날씨가 좋아서 주말에 쌍둥이 손자가 오면 집 근처에 있는 공원에 가서 노는 시간을 늘렸다. 집에 있는 시간을 줄이면 자연스럽게 스마트폰 사용 시간도 줄일 수 있다. |
ⓒ 유영숙 |
일단 핸드폰 사용 예절을 익히게 하고, 유료 게임은 절대로 하지 않도록 단단하게 주의를 주었다. 아이들의 스마트폰 중독에는 주변 어른들의 책임도 있지 않을까. 어른들이 먼저 모범을 보이고 함께 소통할 때 아이들의 스마트폰 중독도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한다.
쌍둥이 손자는 이제 내년에는 초등학교에 입학할 예정이다. 규칙적인 생활 습관을 지니도록 어른들이 더 신경 쓰려고 한다. 모두의 노력으로 손자들이 건강하게 초등학교 학생이 되길 응원한다. 스마트폰보다는 자연을 더 좋아하고 책을 좋아하는 아이로 자라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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