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닷물을 ‘생명수’로…희망 싣고 닻 올린 이동형 해수 담수화 사업

장정욱 2023. 3. 19.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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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부 가뭄 대응·물산업 수출 위해
해상이동형 해수담수화 플랜트 개발
사업비 290억원…일 300t 담수 생산
전남 여수·완도 생활용수 공급 성공
이상호 국민대학교 교수 연구진이 환경부 등 12개 기관과 함께 개발 중인 해상이동형 해수담수화 플랜트 선박 '드림즈호' 모습. ⓒ데일리안 배군득 기자

막연했던 기후 위기가 현실이 되고 있다. 오존층 파괴나 북극·남극 빙하가 녹는 문제가 아니라 대한민국 영토 안에서도 지구 환경 변화를 직접 실감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가뭄이다.


국가가뭄정보포털에 따르면 19일 현재 전국 15개 시군이 가뭄 ‘경계’ 단계다. 8개 시군은 ‘관심’ 단계로 가뭄 지역은 지속해서 늘고 있다.


가뭄은 농업과 공업용수는 물론 사람이 생활하는 데 필요한 물조차 부족하게 만든다. 특히 육지와 떨어진 도서 지역은 피해가 심각하다. 전라남도 완도군 일부 섬은 현재 2일 급수 6일 단수하는 곳도 있다.


정부와 수자원 관련 기관, 지방자치단체 등은 댐을 만들고 지하수를 파는 등 여러 정책을 추진 중이나 육상에서의 대책에는 한계가 있다. 지하수나 댐에 저장하는 물 또한 가뭄이 장기화하는 경우 대안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정부가 큰 기대를 걸고 추진 중인 사업이 있다. 바로 해수 담수화다.


해수 담수화는 바닷물에서 염분과 각종 용해 물질을 제거해 순도 높은 음용수(마시는 물)와 생활용수 등을 뽑아내는 것을 말한다.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반도국이라는 지리적 장점을 제대로 활용할 기회다.


특히 수천 개 섬을 가진 우리나라 실정에 맞춰 배(선박)를 이용한 해수 담수화 사업에 많은 관심이 쏠리고 있다.


환경부 관계자는 “우리나라는 물 스트레스 국가로 분류돼 계절과 지역별 강수 변동이 심해 물 이용이 취약하다”며 “지표수 위주 수자원 확보는 기후변화에 취약하고 불확실해 해수 담수화를 도입하는 등 안정적인 수원 확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해상 이동형 해수담수화 플랜트 기술개발 단장을 맡고 있는 이상호 국민대 건설시스템공학부 교수가 15일 취재진을 대상으로 드림즈호 사업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데일리안 배군득 기자.

현재 국민대학교를 중심으로 환경부와 한국환경산업기술원 등 12개 기관이 공동 개발 중인 ‘드림즈(DREAMS)’호는 해상이동형 해수 담수화 플랜트 대표 사례다.


환경부는 지난 15일 전남 목포 삽진부두로 기자단을 초청해 드림즈호를 소개했다. 이날 전체 안내는 연구를 주관해온 이상호 국민대학교 건설시스템공학부 교수가 맡았다.


이 교수에 따르면 드림즈호는 ‘Desalination by Resilient, Energy-efficient, & Advanced Mobile System’의 약자다. 이 교수는 “탄력적이고 에너지 효율적이며, 진보적인 이동식 시스템에 의한 담수화(선박)”라고 설명했다.

시범·실증 운영 통해 담수 기술 입증
세계 시장 선도 위한 기술 개발 박차

2018년 4월부터 현재까지 전체 연구비 289억9000만원(국비 222억원)을 투입한 드림즈호는 바닷물을 취수해 역삼투압(삼투압 이상 압력을 가해 물을 분리하는 방식)으로 담수(민물)를 하루 최대 300t까지 생산한다.


지난해 2월 진수한 드림즈호는 세계 최초 자항식(자가발전 동력으로 항해) 해수 담수화 선박이다. 길이 70.9m, 너비 24m, 1800t 규모로 하루 60~70km를 이동할 수 있다. 태양열 에너지를 함께 사용하는 ‘저에너지 자동화 기술’을 적용해 담수 생산 단가를 15% 이상 절감하는 효과도 있다.


이날 기자단이 둘러본 시설의 상당수가 국내 기술력으로 채워진 게 눈여겨볼 대목이다. 드림즈호는 국내 가뭄 지역에 물을 공급하는 것만 아니라 관련 기술과 설비 등을 수출하는 데 목적이 있기 때문이다.


드림즈호 내부에 설치된 해수 담수화를 위한 정화 필터 모습. ⓒ데일리안 배군득 기자.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해수 담수화 시장 규모는 2018년 기준 152억 달러(약 18조원)에 달한다. 향후 성장률도 매년 15% 이상으로 점쳐진다.


이 교수는 “해수 담수화는 수출산업으로 주목받으나 최근 경향이 바뀌고 있어 새로운 기술이 없으면 시장에서 밀린다”며 “이동식 담수화 플랜트가 새로운 기술 가운데 하나라 세계적 주목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드림즈호는 지난해 10월 총 100t의 물을 전남 여수시 대두라도에 처음 공급했다. 드림즈호에서 소형 바지선에 물을 공급하고, 바지선이 다시 대두라도 육상 물탱크로 물을 옮겨 담는 형태로 시범 운영했다.


실증 운영은 같은 해 12월과 올해 1월 이뤄졌다. 드림즈호는 지난해 12월 전남 완도군 소완도에 600t을 공급했다. 살수차 4대에 물을 담아 저수지로 옮기는 방식이다.


당시 완도 인근 섬들은 극심한 가뭄을 겪고 있었다. 넙도는 1일 급수 6일 단수, 금일·노화·보길도 2일 급수 4일 단수했다. 소안도 역시 2일 급수 5일 단수로 물 부족이 극심했다. 드림즈호에서 공급한 담수는 이들 섬 주민에게 그야말로 ‘생명수’ 역할을 했다.


살수차에 담수를 옮기고 있는 드림즈호 모습. ⓒ환경부

2차 실증 운영은 지난 2월에 10일간 진행했다. 드림즈호 인근에서 선박 사고가 발생해 예정보다 일찍 철수했으나, 안정적으로 담수 공급이 가능한 것을 확인했다.


현재 실증 운영까지 거쳤지만 연구가 끝난 것은 아니다. 이 교수는 “기술이 완벽하게 개발된 건 아니다. 올해 말까지 기술 보완을 통해 마무리할 예정”이라며 “연구개발이 끝나면 어디 내놔도 손색없는, 완성도 높은 기술이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이 교수는 “섬 규모에 따라 물 수요에 차이가 있고, 항로 등을 고려해서 다양한 규모와 선형을 가지는 담수 선박을 만들어 지금보다 원활한 물 공급 기술을 개발 중”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해수부는 “해수 담수화 시장은 수자원 환경이 열악한 중동과 아프리카 지역을 중심으로 미래 전략시장으로 가치가 있다”며 “해수 담수화 분야를 물 산업 선도산업으로 육성하고 해외 진출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해수담수화 선박이 물부족으로 신음하는 섬지역에 단비를 뿌릴수 있을지 관심이다. ⓒ데일리안 배군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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